KBS 새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무>에 출연하는 (왼쪽부터) 오종혁, 기태영, 광희(제국의아이들).

KBS 새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무>에 출연하는 (왼쪽부터) 오종혁, 기태영, 광희(제국의아이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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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11월 방송될 새 파일럿 프로그램 <이상무>를 준비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중앙경찰학교에 입교, 경찰 교육을 받은 뒤 서울 모처의 지구대에서 근무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위해 수고하는 경찰들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미 출연진은 확정됐고 현재 이들은 열심히 촬영 중에 있다. <이상무>를 통해 경찰 체험을 하게 된 연예인은 총 5명, 이훈, 기태영, 데프콘, 오종혁, 제국의아이들 광희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제법 잘 어울리는 이들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게 다큐로 흘러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그 중간선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경찰업무의 수행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이를 잘 수행할 만한 듬직한 연예인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섭외한 인물들이 이훈과 기태영, 그리고 오종혁이다. 이훈은 운동 마니아로 알려져 있고, 기태영의 복근은 최근 화제에 올랐으며, 오종혁이 해병대 출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들이 풍기는 분위기는 경찰업무와 잘 맞아 떨어진다.

데프콘과 광희는 누가 봐도 웃음코드를 잡아낼 출연진이다. 데프콘의 입담은 여느 개그맨 못지않다. 예능계의 블루칩이라는 말을 듣기까지 한 떠오르는 샛별이다. 광희는 더욱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의 통통 튀는 성격과 질러대는 스타일을 누가 감히 흉내 낼 수 있을까? 여전히 그는 개성만점 캐릭터로 예능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상무>는 여러 모로 아쉬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지만, 경찰들의 현장을 찾아간다는 콘셉트, 섭외한 연예인들의 리스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구석이 느껴진다.

일단 <이상무>의 기획은 MBC <진짜 사나이>와 많이 닮아 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 이들과 함께 생활을 한다는 점, 항시 긴장해야 하는 경직된 환경 속에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던 연예인들을 집어넣었다는 점이 같다. 그저 군인과 경찰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그곳에서 생활하게 될 연예인들의 좌충우돌은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진짜 사나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군인들과 경찰들의 환경이 완전히 같을 수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진짜 사나이>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 그와 흡사한 직업군을 찾고, 그와 비슷한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요량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가 어렵다.

KBS는 이미 tvN <꽃보다 할배>의 '할매' 버전이라고 불린 <마마도>를 제작 방송해 대중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현재까지 방송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첫 회 10%가 넘어가던 시청률이 지금은 5~7%대로 떨어졌다. <이상무>의 기획에 우려가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캐스팅 된 연예인들의 면면에도 새로움이나 기발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데프콘과 광희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이다. 오종혁 역시 생존 버라이어티 SBS <정글의 법칙>에서 활약한 바 있기에 예상 가능한 출연진이다. 이왕 시작할 거면 <이상무>를 통해 새로운 예능 기대주를 발굴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상무>는 정규가 아닌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반응을 지켜보고 난 후 정규로 편성할 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끌어 모아야 하지 않았을까? 파일럿부터 타 프로그램과 비슷하다는 오명을 듣게 되는 것이 결코 흔쾌한 일은 아니니까.

<마마도>에 이어 <이상무>까지 KBS는 자꾸만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KBS의 예능 표류기는 과연 언제쯤 마침표를 찍을까? 하루속히 예능의 푯대를 세워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상무 이훈 기태영 오종혁 데프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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