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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영화 포스터

▲ <톱스타> 영화 포스터 ⓒ 세움영화사,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중훈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의 톱스타다. 데뷔작 <깜보>로 혜성같이 등장하여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은 이래로 그는 줄곧 충무로에서 블루칩을 군림했다. 40여 편이 넘는 출연작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대다수였지만, 모든 영화의 흥행 결과가 장밋빛이진 않았다. 몇 편의 영화들은 그에게 흥행 참패의 쓴맛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투캅스>의 대성공 이후 약 5년여의 기간은 박중훈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기억되었을 정도로 한국 영화사에서 '박중훈'이란 발자취는 뚜렷하다.

<투캅스>의 연기를 재탕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던 <체포왕> 이후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매너리즘을 느꼈던 걸까? 느닷없이 '영화배우' 박중훈은 '감독' 박중훈으로 변신을 선언한다. 그가 첫 연출작으로 선택한 <톱스타>는 쇼 비즈니스계의 뒷이야기와 스타의 흥망성쇠를 다룬다. 데뷔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톱스타였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마초 사건으로 나락에 떨어진 경험도 있었던 박중훈이기에 <톱스타>는 자전적인 성격이란 인상이 짙다.

<톱스타> 영화 스틸

▲ <톱스타> 영화 스틸 ⓒ 세움영화사,롯데엔터테인먼트


막연히 스타를 동경하며 원준(김민준 분)의 매니저 일을 보던 태식(엄태웅 분). 우연히 원준이 뺑소니 사고를 저지르게 되자 태식은 대신하여 책임을 뒤집어쓴다. 자신을 대신한 태식에게 원준은 보답으로 새로운 드라마의 배역을 하나 쥐여준다. 그런데 태식은 그 배역을 발판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고, 한 걸음씩 톱스타의 위치에 올라서면서 원준의 자리를 넘보기에 이른다.

<톱스타>는 인기를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다는 인물에서 할리우드의 고전 <이브의 모든 것>을 연상시키고, 스타의 위치에 오른 자가 파멸에 이르는 과정에선 <선셋 대로>를 떠올리게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쇼 비지니스계에 몸담았던 박중훈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브의 모든 것>과 <선셋 대로>를 결합한 스타의 이야기로 투영시켰다. 할리우드의 고전을 흠모했던 것은 비단 이야기만이 아니다. 영화의 전개와 인물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고전적인 정서가 물씬 풍긴다.

처음에는 찬란한 스타와 보잘것없는 매니저의 관계였던 원준과 태식의 관계는 태식이 스타로 발돋움하면서 빛을 잃어가는 스타와 새로이 빛을 발하는 스타라는 라이벌로 변화한다. 점차 원준은 자신의 것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태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욕망에 사로잡히면서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톱스타> 영화 스틸

▲ <톱스타> 영화 스틸 ⓒ 세움영화사,롯데엔터테인먼트


그리스 신화에는 이카로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지나치게 높이 날다가 날개에 쓰인 초가 태양에 녹으면서 추락한 이카로스는 지나친 과욕이 만들어 낸 파멸을 대표한다. <톱스타>에서 최고의 스타로 등장하는 원준은 스타의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 발버둥 치는 태식에게 "유명세가 좋긴 한데 그게 사람을 괴물로도 만든다"라고 조언한다. 이것은 <톱스타>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은 대사이면서 우리의 인생사를 관통하는 교훈이다.

유명세를 지키기 위한 욕심에 휩싸인 원준과 유명세를 얻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힌 태식은 유명세라는 신기루가 낳은 괴물이자 이카로스다. 카메라 플래시는 마치 이카로스의 태양처럼 이들의 상승과 추락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화려한 레드카펫 위에서 스타를 향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추악한 사건에 연루된 스타 앞에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는 욕망의 명암을 선명하게 조명한다.

누구보다 카메라 플래시의 속성을 잘 아는 박중훈 감독은 이것을 효과적으로 대비한다. 그는 카메라 플래시로 욕망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이런 빗나간 욕망을 통하여 행복의 본질을 말한다. 그렇게 <톱스타>는 스타가 되기 위한 욕망이 빚어낸 파국의 이야기로 연예기획사에 연습생이 100만명에 이르고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등 너도나도 인기만을 좇고, 소비하는 사회의 풍조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26일 오전 서울 롯데시데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톱스타>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민준, 소이현, 엄태웅과 박중훈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 <톱스타> 제작발표회 당시. 배우 김민준, 소이현, 엄태웅과 박중훈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박중훈 감독의 <톱스타>는 비슷한 시기에 <롤러코스터>로 배우 하정우가 감독 데뷔를 하면서 '인기 영화배우의 감독 데뷔작'으로 함께 언급되고 있다. 그리고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도 성공부터 추락까지 경험하는 배우라는 유사한 소재를 다루면서 같은 시기에 개봉한다. 여러모로 <톱스타>는 <롤러코스터> <배우는 배우다>와 비교 선상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영화는 다름 아닌 봉만대 감독의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티스트 봉만대>가 영화 제작의 현장에서 감독이 느끼는 창작의 고민과 영화에 대한 진심을 그린 이야기였다면, <톱스타>는 긴 세월 동안 충무로를 지켜봤던 영화배우의 솔직한 고백이자, 애정이 어린 충고다. 2013년 한국 영화는 이렇게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의 진심이 묻어난 영화 한 편과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의 진정이 느껴지는 영화 한 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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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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