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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콘을 보면 그냥 한숨이...', '선정적인 것을 따지기 전에 재미가 없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 소감이다. 이외에도 '재미가 없다'는 내용의 시청 평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일요일 밤의 강자였던 <개콘>은 왜 이렇게 됐을까? 재미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개콘>이 개그보다는 유행어나 이슈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최근 <개콘>을 보면서 가장 강하게 드는 느낌은 '한 주를 때운다'는 안일함이다. 매주 새로운 코너를 하나씩 '끼워 팔기'하고 있지만 이게 새로운 코너인가 싶을 정도로 기발함이나 신선함을 찾기 어렵고, 기존 코너의 대부분도 '시리즈물'이라는 변명 아래 늘 같은 형식을 고수, 대사에서 단어 몇 개만 바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식상하다.

또 뉴스 가져온 '남자뉴스'...웃음 포인트는 어디?

<개그콘서트> '남자뉴스' 코너에 출연하는 개그맨 황현희(오른쪽), 정범균.

▲ <개그콘서트> '남자뉴스' 코너에 출연하는 개그맨 황현희(오른쪽), 정범균. ⓒ KBS


지난 3일 첫 선을 보인 새 코너 '남자뉴스'도 제목에서 노출된 우려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개그의 내용을 다 알려주다시피 한 코너 제목에서부터 발현된, 신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간 <개콘>에서 지겹게도 우려먹었던 것이 뉴스 형식임에도 '남자뉴스'는 다시 한 번 뉴스를 가져왔다. <개콘>에서 했던 뉴스 코너만 해도 당장 떠오르는 것이 9시 뉴스를 패러디 했던 '9시쯤 뉴스', 안상태 기자의 '뜬금 뉴스', 이제는 <개콘> 뉴스 코너의 고전이라 불릴만한 뉴스 '9시 언저리 뉴스' 정도가 있다.

그럼에도 '남자뉴스'는 다시 한 번 뉴스 형식을 우려먹은 것은 물론, 코너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남자와 여자의 다른 생각, 다른 시각을 소재로 한 개그를 선보였다. 이쯤에서 '남보원', '애정남', '두분 토론' 등의 코너 제목이 떠오르는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게다가 이 코너를 이끌어가는 개그맨이 여지없이, '소비자 고발' '불편한 진실'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 패러디를 주로 했던 황현희라는 점도 다소 식상하게 다가온다.

본래 개그 프로그램에서 뉴스 형식을 차용해 코너를 만들었던 주된 이유는 '시사풍자'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9시 언저리 뉴스', 샘 해밍턴이 기용됐던 '월드뉴스', 가장 최근 뉴스 코너라 볼 수 있는 '9시쯤 뉴스' 등이 시사를 중심에 두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개그 장치를 실험하는 식으로 기획됐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특색 있는 톤, 기자들의 딱딱한 말투 등은 과장된 표현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되고, 국민들의 공감을 살만한 시사 이슈는 '유쾌'한 개그맨들이 '통쾌'하게 풀어냄으로써 시청자들을 '상쾌'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개그 소재가 됐다.

그런데 새로 시작한 '남자뉴스'에는 풍자도 실종됐다. 기획의도도 분명치 않아 보일뿐더러 어디서 웃으라는 것인지 웃음 포인트도 찾기가 애매하다. 이는 비단 '남자뉴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표 코너의 실종...잦은 '물갈이' 때문?

 '두근두근' 코너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장효인(왼쪽), 이문재.

'두근두근' 코너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장효인(왼쪽), 이문재. ⓒ KBS


앞서 지적한대로 지금 <개콘>에는 기발함과 풍자가 없다. 그나마 약간의 풍자를 가미했던 '오성과 한음'이란 코너도 최근 들어서는 지질한 백수들의 이야기로만 이른바 '웃픈(웃기고도 슬픈)' 개그를 짜내 연명할 뿐이다. 일요 예능 1위라는 높은 시청률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 시간대에 볼 것이 없어서 <개콘> 본다"는 목소리가 들릴 정도다.

현재 <개콘>이 웃음을 잃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한 방'이 없다는 데 있다. 16개의 코너가 1시간 반가량의 방송 시간을 빡빡하게 채우지만, 그중 <개콘>을 대표할 만한 코너를 찾기 어렵다는 것.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코너라면 연애를 소재로 한 '두근두근', 보이스피싱과 연변 사투리가 포인트인 '황해', 유행어 공장으로 불릴 만한 '뿜엔터테인먼트' 정도. 나머지는 웃음을 주는 데도, 이슈를 만드는 데도 고전하고 있다.

대표할 만한 코너를 찾기 어려워진 것은 <개콘>의 수장인 서수민 CP의 잦은 '물갈이 정책' 에도 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까지 1년 넘게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장수 코너를 몇 개씩 갖고 있었던 <개콘>은 현재 3~4개월밖에 되지 않은 코너들이 채우고 있다. 가장 오래된 코너가 올해 4월에 시작한 '시청률의 제왕'. 장수 코너가 없으니 '히트'도 없다.

또, '간'만 보고 폐지되는 프로그램도 너무 많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코너들. 이는 개그맨들의 경쟁력, 코너의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지만 이러한 구조 속에서라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려다가도 다시 쏙 들어가 버릴 것만 같다.

 올해 3월 3일 특집으로 마련한 KBS2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개그콘서트>의 첫 히트 코너였던 '사바나의 아침'을 개그맨 심현섭이 재연하고 있다.

올해 3월 3일 특집으로 마련한 KBS2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개그콘서트>의 첫 히트 코너였던 '사바나의 아침'을 개그맨 심현섭이 재연하고 있다. ⓒ KBS


1999년 7월, 처음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시작한 <개콘>은 그해 9월 4일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며 연극형 공개 코미디가 방송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됐다. <개콘>의 성공은 <웃찾사>, <개그야> 등 타 방송사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데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개콘>의 첫 히트 코너 '사바나의 아침'이 심현섭이라는 스타와 '빰바야~'라는 유행어까지 낳은 것을 시작으로, '수다맨'의 강성범, '우비삼남매'의 김다래, '봉숭아학당'의 옥동자 정종철, 세바스찬 임혁필, 댄스킴 김기수, 가장 최근에는 달인 김병만까지, 한 코너의 히트로 코너 속 캐릭터와 유행어를 동시에 히트시켰다. 월요일만 되면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개콘> 유행어를 따라하는 것이 자신이 신세대임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필요한 센스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개콘>은 그 정도의 영향력이 없다. 시청률은 변함없이 정상을 달리지만, 그만큼 '웃기다'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좋은 대진운으로 부전승에 승리까지 거머쥔 형국이랄까. 시청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개콘>은 좀 더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콘>의 개그맨들이 출연했던 다큐 프로그램을 보면 참 짠한 구석이 있다. 일주일 내내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을 해도 PD와 작가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연은 불발되고, 개그맨이라는 이름은 허울이 된다. 무대에 서고 싶어 밤낮을 갈고 닦아도 칭찬보다 비판에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개그맨이었다.

이 글에 담은 독설은 그들의 노력을 절대 의심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정작 원하는 결과를 계속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면 한 번쯤 고민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싶다. 당신들은 '프로'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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