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정희가 MC들의 요구에 애교스러운 모습을 선보이자, MC들이 독설을 날리고 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정희가 MC들의 요구에 애교스러운 모습을 선보이자, MC들이 독설을 날리고 있다. ⓒ MBC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는 우리나라에서 초연되는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제작자 김수로와 그 배우 임정희, 간미연, 심은진이 출연했다. 언제나 그래왔듯 <라디오스타>는 연예계의 금기로 되어있다시피 한 간미연과 문희준의 이야기까지 수면 위로 올리며, 강성진이 '똥배우'라 디스한 김수로의 반격까지, 가십을 유머로 풀어내는 장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유쾌함은 거기까지였다. 프로그램의 말미, 네 MC들은 출연한 세 명의 여자 게스트에게 신설된 '애교 작렬' 코너를 들이밀며, 애교를 선보일 것을 강권했다. 신설된 고정 코너라니, 1982년생 올해 나이 만으로 31세의 간미연, 32세 심은진, 그리고 그녀와 동갑인 임정희는 최선을 다해 애교를 자아낸다.

터프하기로 소문난 심은진도, 알고 보면 애교스러운 여자라며, 간미연은 아이돌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 그리고 애교가 정말 없어 연기가 힘들 정도라는 임정희는 애교 3종 세트를 각각 보여주었다. 이제는 각 분야에서 캐리어를 쌓은 중견이 되어가는 나이의 게스트들의 애교는 손발이 오그라들다 못해 어색한 건 당연지사. 그런 게스트들의 애교에, MC들은 그런 걸 애교라고 하냐며 면박을 떠안긴다. 심지어 3종 세트를 선보인 임정희한테는 하나만 하지 그랬냐면 타박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강지영 헌정'이라는 비아냥거림, 애교 안 보여준 죄?

 <라디오 스타> MC들의 애교를 보여달라는 요구에 눈물을 흘린 카라의 강지영.

<라디오 스타> MC들의 애교를 보여달라는 요구에 눈물을 흘린 카라의 강지영. ⓒ MBC


이날 <라디오스타>는 '애교 작렬' 코너가 고정이 되었다는 멘트와 함께, 자막에는 '강지영 헌정'이라는 문구가 함께 띄웠다. 네 MC 중 김구라도 강지영을 언급했고, 윤종신은 "이제 그만해"라고 했지만 그건 진짜 말리는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를 희롱하는 친구 옆에서, 부추기는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애교 작렬' 코너를 고정으로 만들게 된 강지영 '사건'을 되돌아보자. 강지영를 비롯한 카라 멤버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것은 벌써 두 달여 전인 9월 4일이었다. 그날 카라 멤버들은 그다지 <라디오스타> 진행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등장하기 전부터 '연애 사건' 이야기만 주구장창 해대는 진행에 구하라는 경직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강지영은 애교 좀 보여 달라는 요구에 이제 다시는 애교 같은 건 보여주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당시 카라 멤버의 방송 태도가 바람직했는가는 이미 왈가왈부하기에도 진부한 논제가 되었다. 그날의 출연 태도로 이미 방송 중 네 MC는 물론, 각종 언론사의 기사, 심지어 방송 리뷰를 통해서까지 강지영을 비롯한 카라 멤버들은 통렬한 비난을 받았다. 여자 연예인에게 그런 강권을 하는 게 올바른지 본질은 차치한 채, 마치 '예전엔 시키는 대로 다하지 못해 안달이더니, 이제 좀 떴단 말이지'식의 반응들이 대다수를 이뤘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오랜만에 신곡을 들고 복귀를 한 카라는 예능에 안 나가느니만 못한 결과를 얻고 돌아서야 했다.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그걸 또 끄집어 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라디오스타>는 매주 출연하는 여자 게스트들에게 '애교' 시범을 강권하며, 강지영에게 '이렇게 애교를 선보이면 된다고' 하는 냥 뒤끝을 '작렬'하게 보이고 있는 중이다. 마치 자신들의 프로에 나와, 애교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강지영이 대역 공노할 죄라도 저지른 듯 매주 한 번씩 비아냥거린다. 지난달 23일 출연한 서인영에게 애교 포즈를 시킨 후에 김구라는 "차라리 강지영처럼 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젠 아예 '강지영 헌정 애교작렬' 코너를 고정으로 만들었단다.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네 명의 MC진들이 쭈욱 늘어서 앉아 '어디, 애교 한번 보여 봐~!'하는 느낌은 흡사,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입사 시험을 보러 온 정유미에게 "섹시 댄스 한번 보여줘 봐" 해놓고는 죽어라 울음을 참고 손담비의 춤과 노래를 최선을 다해 선보이는 정유미를 보고 시시덕대는 면접관들을 보는 느낌이다. 심지어 어렵게 선보인 애교를 품평까지 한다.

그렇다면 왜 여자 게스트들에게만 매번 애교를 강권하는가? 서른 넘은 여자 게스트들에게만 애교 작렬을 요구하고는 그게 뭐냐고 면박할 거면, 공평하게 함께 출연한 김수로에게도 해보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게 언제 적이라고, 애교 한번 안 보여줬다고 질기게 강지영을 물고 늘어지는 건지.

제 아무리 유명인이라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MC가 갑이 되고 게스트가 을이 되는 관계가 형성된다. <라디오스타>의 묘미는 을이 된 출연자들을 갑인 MC들이 이리저리 굴리고 뜯으며 을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해주는데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발견을 지나, 가학과 가해의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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