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중강약’ 특집으로 마련된 4일 방영 mbc <라디오스타>.

‘강약중강약’ 특집으로 마련된 4일 방영 mbc <라디오스타>. ⓒ mbc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솔직히 이야기해서,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에게 있어 <라디오 스타>는 일종의 '동아줄'과도 같다. 비록 게스트를 함부로 다루고 배려 없이 진행함으로써 출연자에게 당혹스러움을 안겨주고는 하지만, 그 모든 과정 역시 웃음으로 승화될 때가 많다.

때문에 게스트 입장에서 못해도 본전이고, 본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단번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 <라디오스타>는 위험성은 적고 수익률은 높은 고품질의 투자 상품인 셈이다. 재기를 꿈꾸는 스타, 중고 신인, 존재감 없는 그룹 멤버 등이 오늘도 <라디오 스타> 출연 대기표를 뽑고 섭외 전화를 기다리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진짜 뭐라도 좀 해보고 싶어요" 4일 방송된 '강약중강약' 특집에 초대된 힙합듀오 언터처블의 슬리피의 절규 역시 이를 잘 대변한다. 벌써 데뷔한 지 6년이 지났건만 대중에게 이렇다 할 관심을 받아보지 못한 만큼 <라디오 스타>라는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예능초보에게 있어 <라디오 스타>는 긴장되고 두려운 자리임에 분명하다. 슬리피는 방송 초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며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다른 프로그램 같았더라면 그런 슬리피의 모습은 통편집 되거나 혹은 아예 발언기회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눈치 보는 랩퍼' 슬리피, 사실상 이날 방송의 구원투수

 4일 방영된 <라디오스타>에 출연, 절정의 예능감을 뽐낸 언터처블의 슬리피.

4일 방영된 <라디오스타>에 출연, 절정의 예능감을 뽐낸 언터처블의 슬리피. ⓒ mbc


다행히도 <라디오 스타>는 달랐다. MC들은 슬리피에게 '눈치 보는 랩퍼'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줬으며, 그가 곁눈질을 하며 이야기를 하거나 눈치 보며 물을 마시는 행동 모두를 짚어주며 웃음을 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그러자 슬리피 본인도 훨훨 날기 시작했다. 슬리피는 본인이 잠이 많아서 '슬리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며 발동을 걸더니, 과거 유명 가수들의 백업래퍼로 활동했던 경험을 털어놔 스튜디오를 초토화시켰다.

"랩 한 번 하는데 5만원을 받았다. 3분 노래하고 5만원이면 1분에 1만 7천원이다"라고 으쓱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예능 초보에게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마저 묻어 나왔다. 이어 슬리피는 백업래퍼로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당시 래퍼들은 뚱뚱하거나 대머리밖에 없는데, 마르고 머리카락 있는 애가 랩한다고 하니 소문이 났다"는 그의 탁월한(?) 분석에 MC와 다른 게스트는 박장대소를 이어나갔다. 방송 초반만 하더라도 눈치 보기에 급급하며 어떻게 방송분량을 뽑아낼까 걱정시키던 그가 중후반 넘어가서는 이날 방송의 '구원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이어 슬리피는 지드래곤과 개코, 빈지노의 성대모사까지 완벽하게 선보이며, MC 김구라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김구라는 그에게 "다른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많이 올 것"이라며 덕담을 건넸고, 슬리피는 "뭐라도 한 것 같다"며 뿌듯함을 표현했다. 지나간 옛 연인 화요비, 그리고 <라디오 스타> 출연 이후 고정프로그램이 3개가 생겼다는 레이디제인마저도 슬리피에겐 웃음의 소재가 되었고, 이날 <라디오 스타>는 결국 슬리피가 살린 상황이 연출됐다.

물론, <라디오 스타>가 인지도 낮은 연예인에게 있어 이름을 알리는 하나의 기회인 것은 분명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연한 모든 이들 모두가 웃음을 선사한 것은 또 아니다. 수차례 반복 출연을 해도 그때만 '반짝'하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기존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이미지마저 소모시키고 오히려 <라디오 스타> 출연이 독이 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샘 해밍턴, 데프콘, 홍진영, 레이디 제인, 장미여관 육중완 등 예능조련소 <라디오 스타>를 거쳐 간 많은 스타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슬리피 역시 이들 뒤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활약을 펼쳤다. 단숨에 예능 샛별이란 별명을 획득한 슬리피가 앞으로 또 어떤 활약을 이어나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스타 슬리피 언터쳐블 라스 힙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