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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연출했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의 신선한 콜라보레이션을 '크리스마스 특집'을 통해 선보였다가 혹독한 평을 받았던 최재형 PD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 본연의 맛을 살린 '솔로 특집'을 선보였다. 그럼, 여기서 <스케치북> 본연의 맛이란 무엇일까?

<스케치북>의 전통은 공개 음악 방송이다. 다수의 방청객을 불러놓고, 무대 위에서 양질의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 그것도 말 그대로 '고품격 음악 방송'으로서, 다른 무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양질의 라이브 무대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스케치북>의 주연은 바로 '음악'이다. 거기에 덧붙여 무대에서 한 발짝 거리에 있는 관객과의 교감, 그것이 음악에 시너지를 더해 생동감을 만든다. 그래서 <스케치북>의 열혈 팬들은 불타는 금요일 늦은 시간까지 인내하며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특집이 <스케치북>의 고정 시청자자들에게 탐탁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어설픈 <1박2일>의 흔적에, 이 '본연의 맛'조차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선하고 따스했으나, 그 시간을 기다렸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싫어하는 가수' 성시경, 이번엔 제대로 환영 받았다

 27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성시경

27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성시경 ⓒ KBS


하지만 <스케치북>의 본연의 맛은 그것만이 아니다. 이제는 전 국민적(?)인 별칭이 되어 버린 '감성 변태' 유희열이 이 중심에 있다. '감성'과 '변태'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단어의 조합인가. 바로 이 감성적이지만, 결국은 감성에만 침잠하지 않고 그것을 한번 비틀어 대는 넉넉한 위트가 <스케치북>의 또 다른 본연의 맛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잘 발현된 특집이 바로 27일의 '솔로 특집-오빠 한번 믿어봐'였다.

출연한 유민상에게 '연병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을 정도로, 이날 <스케치북>의 관객석은 오로지 남성들로만, 그것도 이른바 자칭 타칭 '솔로'라는 남성들로 가득 찼다. 진짜 연병장에서만, 혹은 남자 고등학교에서만 울려 퍼질 듯한 우렁찬 목소리로 그들은 <스케치북>이 선사한 걸그룹의 노래의 후렴을 불러 젖힌다. 크리스마스를 연인 없이 홀로 보내는 남성들을 위해, 천사 같은 걸그룹들이 등장해 그들을 위로하는 건 당연지사다.

이에 더해 <개그콘서트>의 '안생겨요' 팀은 화룡점정이다. 심지어 솔로'왕'까지 뽑는다. 거기서 그치면 <스케치북>이 아니다. 늘 그렇듯, 무엇을 상상하든 그 상상을 뒤트는 출연자가 등장한다. 바로 남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가수, 성시경의 등장이다. 하지만 '우~'하는 원성을 기대했던 제작진의 야무진 의도와는 달리, 그간 <마녀사냥>을 통해 이 시대 솔로남의 심정을 잘 대변했던 성시경은 또 다른 의미에서 솔로남들의 환영을 받았다. 성시경은 유희열과 함께 막간에 솔로남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솔로에겐 '인고의 시간' 된 크리스마스, '스케치북' 있어 따뜻했네

 27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개그콘서트> '안생겨요' 팀

27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개그콘서트> '안생겨요' 팀 ⓒ KBS


'솔로왕'으로 뽑힌 24살의 남자의 "그 전날 다음 날 할 일이 없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는 말처럼,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의 최대 명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지난해 '솔로 대첩'이 벌어졌던 것처럼, 연인들의 명절 크리스마스는 곧 솔로들에게는 쓰디쓴 인고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한참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에 자의건 타의건 누군가 함께 해줄 사람이 없이 연인들의 명절을 홀로 보낸다는 고통을, <스케치북>은 역설적 제목, '오빠 한번 믿어봐'를 통해 승화시켰다. 걸그룹의 노래를 듣고, 성시경·유희열과 연애 상담을 하며, '안생겨요'의 고통을 나누고, '진짜 사나이'를 부르며 의지를 고양시키는 것으로.

그렇게 슬픔을 위로하고 나누고 즐기다 보니, 슬픔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라 함께 웃으며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게 바로, <스케치북>이 가진 진짜 본연의 맛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성시경 크리스마스 마녀사냥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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