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 의 히로인 최지연

▲ <윤희> 의 히로인 최지연 ⓒ J&K엔터테인먼트


이 여자, 울고 울고 또 운다. 영화 <윤희>에서 최지연이 연기하는 탈북 여성 윤희는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본의 아니게 지적장애우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으로 몰린다. 우유배달과 편의점 알바 등 하던 일은 모두 그만두어야 했으며, 지적장애우의 가족에게는 몇 천만 원의 합의금을 물어주어야 한단다.

이도 모자라 중국에 있는 딸을 한국으로 데려와야만 하는 윤희의 처절한 상황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어온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처절했다. 이렇듯 녹록치 않은 캐릭터 윤희를 연기하는 최지연을 10일 반포동에서 만났다.

- 우는 장면이 많다. 감정 소모로 힘들었을 텐데.
"멀리서 촬영하거나 뒷모습이 나온다고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약간이라도 헤이해지면 다음 장면 촬영할 때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제가 덜 나오는 장면에서도 계속 감정선을 끌고 가야했다. 첫 회 촬영이 힘들었다. 테이크는 하나씩 가더라도 한 신에 열 컷을 찍을 수도 있다. 매 장면마다 울어야 한다는 두려움이 컸다. 두 번째 촬영부터 촬영감독님이 효율적으로 찍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촬영할 수 있었다.

작년 2월부터 두 달 가량 <윤희>를 찍었다. 탈북자를 만나서 북한 말씨를 배웠다. 남한에 주눅 든 탈북자를 연기하기 위해 캐릭터에 너무 몰입된 나머지 실생활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에도 상처받고 자존감도 낮아졌다. 초라한 감정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살짝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 우울하고 고생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눈망울이 참 예쁘다.
"탈북자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이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처음에 많았다. 우울한 내용이 많다 보니 정말로 고생 끝에 탈북한 것처럼 보이는 외모의 배우가 연기하면 찍는 스태프나 보는 관객이 힘들었을지 모른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도 유부녀의 이미지가 아닌 임수정씨가 찍었기에 영화가 신선하고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의외의 인물이 탈북자 연기를 했을 때 신선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다른 배우들과 달리 최지연씨는 연출도 두어 번 경험해봤다. 감독의 디렉션과 본인이 해석한 연기를 어떻게 타협했나.
"단편영화 두 편 찍은 걸로 저 자신을 연출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연출을 잘 아는 이는 정도를 지킬 텐데 어설프게 연출을 알면 배우가 연출에 대해 아는 척을 하기 쉬워서 감독이 선입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감독님은 선입견 없이 저를 좋게 봐주셨다. 대본 리딩할 때 제가 연기하는 윤희의 연기 컬러를 좋아하셨다. 전적으로 연기를 맡겨주셨다."

"데뷔 12년차, 주인공 기회 여러 번 꺾이며 힘들었다"

<윤희> 의 히로인 최지연

▲ <윤희> 의 히로인 최지연 ⓒ 굿픽쳐스/J&K엔터테인먼트


- 거울 깨는 장면에서 힘들지 않았나.
"첫 크랭크인하면서부터 윤희에 몰입한 게 아니라 찍으면서 점점 윤희에 몰두했다. 거울 깨는 장면이 어려웠다기보다, 억울한 감정이 제 상황과 교차해서 힘들었다. 데뷔한 지 12년차다. 주인공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꺾인 적이 있었다. 어느 때에는 피아노를 잘 치는 주인공을 소화하기 위해 피아노를 열심히 준비하는 중에 영화가 엎어지는 등 저의 실제 상황이 영화 촬영할 때 감정과 겹쳐서 힘들었다. 제가 저를 보여준 장면이 거울 장면이다."

- 최지연씨 하면 대중은 <도전 1000곡>이나 <짝>으로 기억한다.
"<도전 1000곡>은 2005년에도 나간 적이 있다. 그때는 노래를 못해서 떨어졌다. 영화 <잘못된 만남>을 준비하며 기타를 배웠다. 기타 선생님이 기타만 가르쳐준 게 아니라 보컬 트레이닝도 해주셨다. 그렇게 노래를 배우고 <도전 1000곡>에 다시 출연했다. 얌전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샤우팅 창법으로 노래를 하니 대중은 이런 제 모습을 즐거워하셨다.

록 발성만 보여드린 게 아니다. 발라드를 부를 땐 폭풍 감성을 보여드리기도 했다. 눈물을 보여드릴 수도 있었지만 감정을 절제하느라 참았다. 적당히 눈물을 머금으며 노래를 마무리했다. 일부러 눈물을 어필하려 한 게 아닌데 무대에서 내려온 후 '울었죠?' 하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했다. 촉촉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답인데 대중의 바람을 거부하기 싫어서 '네'라고 대답해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 동안 이미지가 강하다.
"키가 아담하고 얼굴이 둥근 스타일이라 동안 이미지가 크다. 이제는 동안이라는 이야기가 슬슬 들어가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아담하고 동글동글한 이미지는 어떡하지 못할 거 같다. 젊어 보이는 이미지는 좋지만 어려보이는 이미지는 아니다."

- 언니와 같이 산다. 결혼한 언니가 부러울 법 한데.
"결혼은 운명이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베필을 만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싶지는 않다. 언니의 둘째가 다섯 살이라 늦둥이다. 기저귀도 갈아주고 업어 키우고 해서 엄마나 다름없다. 언니가 부럽고 빨리 낳고는 싶다. 아이에 대한 욕심은 포기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혼에 대한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 만약에 아이가 제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해야 하는 당위성은 사라진다."

윤희 최지연 탈북자 동안 잘못된 만남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