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효신 역의 배우 강하늘이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효신 역의 배우 강하늘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오마이스타>와 인터뷰가 있던 날, 강하늘은 혼자 메이크업 숍에 들렀다가 또 혼자 인터뷰 장소까지 왔다고 했다. 소속사(샘 컴퍼니) 식구들과도 인터뷰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2013년 tvN <몬스타>를 비롯해 MBC 단막극 <불온>, 그리고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까지 내리 세 편에 얼굴을 비추면서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이 늘었는데도 말이다. 혹시, 자신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어서일까? 강하늘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웃음) 물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은 많아졌지만, 걱정이 많이 돼요. 갑작스레 이렇게 되다 보니까…혹시 변했다는 말을 들을까봐요. '흐트러지지 말아야겠다', '방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조금 더 나를 가다듬어야겠다고 다짐하고요. 쉽고 가벼운 일들에는 쉽게 휩쓸릴 수 있잖아요. 그만큼 편하고 달콤하니까…. 단 것만 찾다 보면 혀가 마비된다잖아요. 그래서 단 것도 쓰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상속자들>의 주제 보여준 효신이, 가장 애착이 갔다"

그가 이토록 조심스레 느끼고 있는 '단 맛'은 대부분 <상속자들>에 따른 보상이다. 사악하면서도 격정적인 청춘들이 모여 있었던 제국고등학교에서, 그가 연기한 이효신은 모든 상황을 관조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면서도 홍삼 원액이 든 봉지를 쪽쪽 빨며 능청맞거나 다정하게 극 중 인물들을 어르고 달래는 효신은 진정한 '선배'였고, 과외 선생님 전현주(임주은 분)에게 모르는 문제를 묻는 척 '어디 있냐'고 묻는 효신은 사랑에 빠진 '남자'였다.

"진짜 그게 홍삼 원액 100%짜리였어요. 엄청 썼다니까요. 누구나 한 입 먹으면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였어요. 제 가까이만 와도 홍삼 냄새가 막…. (웃음) 그 쓴 맛을 참고 연기하느라 힘들었어요. 오글거리는 대사가 힘들지 않았냐고도 하시는데 그런 건 어렵지 않았어요. 오글거리는 대사를 배우가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면, 바로 관객에게 보이거든요. 그게 무슨 연기겠어요."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효신 역의 배우 강하늘이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체보존선은 모든 제국고 사람들의 마음의 종착점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 생각엔 효신이도 고2 말이나 고3 초 때 그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나를 포함해 이 제국고라는 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죽었구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자기 연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다 포함되어 있었겠죠." ⓒ 이정민


이후 극이 전개되면서 차분함을 가장했던 이효신의 진짜 모습들이 드러났다. 진로를 놓고 갈등하던 부모님을 향해 '내가 죽어야 그만둘 거냐'고 일갈하는 장면은 촬영 이후 강신효 PD로부터 "이 신이 없었으면 <상속자들>은 그냥 흘러가는 드라마였을 거다. 이런 게 있어야 그 무게를 표현할 수 있다"며 칭찬을 받기도 했다. 강하늘은 "효신이를 생각하면 불쌍하다"라며 "<상속자들>의 주제는 '대한민국 1%라는 사람들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잘 보여준 인물이 효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효신이에게 가장 애착이 갔어요. 애착이 있으니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할 때도 즐거웠죠. 가장 먼저 했던 건 효신이로서 '자신'을 숨기는 거였어요. 사람들에게 능글맞을 수 있다는 건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안다는 거잖아요. 여기에 숨겨진 진짜 감정이 드러나야 캐릭터가 성립됐을 텐데, 그게 부모님과의 갈등이었죠. 그냥 능글맞기만 했다면 겉돌았을 거예요. 작가님께 감사하죠. 주인공의 삼각관계만으로도 괜찮았을 텐데, 제 이야기까지 신경써주신 거잖아요."

지금이야 신나게 효신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강하늘은 <상속자들> 오디션장에서 탈락을 직감했었단다. "오디션장에 들어섰는데 다들 키도 크고 조각 같아서 무슨 모델 쇼에 온 줄 알았다. 딱 봐도 '상속자들' 같은 분이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강하늘은 "'100% 떨어지겠지만, 연기를 잘 보여드려서 다음 작품이나 그 다음 작품에서 내가 생각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그날 들은 김은숙 작가의 '작품 수나 경력에 비해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말에 '그래도 오디션을 못 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적 같이 <상속자들>에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또 그 한 마디는 강하늘에게는 20부작 <상속자들>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처음엔 왜 나에게 연락이 왔는지 의아했지만, 생각해 보니 화려한 꽃들 사이에 있는 들꽃처럼 평범했던 내가 오히려 눈에 띄었을 것 같았다"는 강하늘은 "종방연 때 작가님께 '잘 했다, 열심히 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무대는 소중한 곳...마지막 작품은 무조건 연극"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효신 역의 배우 강하늘이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효신 역의 배우 강하늘이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속자들>을 끝내고 정말 안 읽히는, 어려운 책을 다 읽은 느낌이었어요. 그저 읽었다 뿐이지 돌이켜보면 이야기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래서 내가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는 책이요. 많은 분들이 효신을 좋아해 주셨지만 '내가 이렇게 사랑받을 만한 일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이정민


<상속자들> 속 효신의 부모만큼은 아니었지만, 처음 강하늘의 부모도 그가 배우의 길을 걷는 것을 반대했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세계, 희박한 확률을 바라며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세계 속의 명과 암을 그보다 앞서 경험했던 탓이었다. <상속자들>을 촬영하며 반대에 부딪혔던 그 당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 '확률'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가 지고 가야 할 '왕관'의 무게가, 어느 정도 생긴 셈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속자들>을 끝내고 정말 안 읽히는, 어려운 책을 다 읽은 느낌이었어요. 그저 읽었다 뿐이지 돌이켜보면 이야기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래서 내가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는 책이요. 많은 분들이 효신을 좋아해 주셨지만 '내가 이렇게 사랑받을 만한 일을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무게가 정말…있긴 있네요. 아직 견딜 준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안 된 것 같아요. 그러니 노력하고, 더 신경 쓰며 살아야겠죠.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그 무게에 짓눌리고 싶지 않아요."

좌우명 '두 배 유명해지면 여섯 배 겸손해져도 비난이 쏟아진다'를 되새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가 요즘 들어 고민하는 것은 '초심'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에 먼저 연락도 잘 못했고, 촬영 때문에 정말 친한 친구의 슬픈 일에도 함께하지 못했다"는 강하늘은 "2013년은 표면적으로는 행복한 한 해였지만, 처음 마음먹었던 것들 중 어떤 게 흔들렸는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것이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지 확실히 더 질문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한 해이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SBS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이효신 역의 배우 강하늘이 16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즘 소원은 아무런 생가 없이 여행을 가는 거예요. 강원도의 펜션 같은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산에도 가고 싶어요. 고향이니까요. 먹는 것도 생각나요. 특히 '기미당고'라는 게 기억나요. 아주 작은 떡들을 꼬치에 꿰고 콩고물을 묻힌 건데, 어렸을 적에 바닷가에서 한참 놀다 보면 리어카에서 그걸 파는 아저씨가 계셨어요. 500원어치를 사서 한 입에 먹어야 제맛이었죠." ⓒ 이정민


그래서 2014년의 강하늘의 목표도 딱 하나, 자신이 갖고 있는 초심을 지켜가는 것이다. "2013년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지켜온 것 같지만, 2014년에는 더 바쁘고 힘들어질 것 같다"라는 강하늘은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작품을 하든 내가 갖고 있는 기준이나 가치관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힘들죠.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고 자신이 편한 대로 살아가는 거고요. 하지만 저에게 (처음의 생각을 지켜갈 수 있는) 그런 힘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에게 들어오는 작품은 크기를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이면 다 하고 싶고요.

사실 요즘 '이제 뮤지컬 안 할 거예요?'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뮤지컬로 이름 좀 날리고, TV로 가고 난 다음에 스스로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고 얘기하고 다닐 거냐'는 말도 들었고요. 하지만 제 마지막 꿈은 무대에 있어요. 제 삶의 마지막 작품은 무조건 연극일 거고요. 꿈이라고 말했던 <헤드윅>도 서른쯤엔 꼭 하고 싶어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무대는 그만큼 저에게 소중한 곳이고, 많은 것을 알려준 곳이에요."

강하늘 상속자들 김은숙 헤드윅 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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