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 허브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미국 대표팀의 평가전. 경기가 끝난 뒤 홍명보 감독(왼쪽)과 위르겐 클리스만 미국 대표팀 감독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 허브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미국 대표팀의 평가전. 경기가 끝난 뒤 홍명보 감독(왼쪽)과 위르겐 클리스만 미국 대표팀 감독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년 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두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직접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독일 대표팀의 골잡이로 나온 위르겐 클린스만은 혼자서 두 골이나 터뜨리며 유럽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마음껏 자랑했다. 비록 실력은 많이 모자랐지만 한국의 리베로로 활약한 홍명보는 짜릿한 중거리슛 만회골로 '펠레 스코어'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세월이 흘러 벤치 앞에서 다시 만난 둘은 허무하게도 그 실력차를 더 크게 느끼고 말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일 아침 7시 10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카슨 스텁헙 센터에서 벌어진 미국(감독 위르겐 클린스만)과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하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거듭되는 패스 미스, 185초만에 결승골 내줘

멕시코와의 새해 두 번째 평가전(1월 30일 아침 11시, 한국 시각)에서 우리 선수들은 맥없이 네 골이나 얻어맞아가며 완패했다. 까다로운 전지 훈련, 힘겨운 평가전 일정에 지친 선수들이긴 하지만 패배 과정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점이 사흘도 지나지 않아 또 터져나온 것은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선수들은 지난 경기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듯 보다 의욕적인 몸놀림을 보이며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겨우 3분 5초 만에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또 한 번 주저앉았다. 이번에도 미드필드 지역에서 결정적인 패스 미스가 빌미를 제공했다.

중앙선 부근에서 골잡이 김신욱의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공을 왼쪽 측면 미드필더 김민우가 논스톱 백 패스로 동료를 겨냥했지만 거짓말처럼 미국의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그레이엄 주시에게 자로 잰 듯 헌납하고 말았다. 이 공은 곧바로 노련한 공격형 미드필더 도노반을 거쳐 다시 주시에게 전달되었고 거기서 올라온 공이 우리 골문을 크게 흔들었다.

주시의 오른쪽 띄워주기를 받은 데이비스가 가볍게 미끄러지며 왼발 하프발리슛으로 골을 노렸는데 우리 문지기 정성룡이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쳐냈다. 하지만 미국 골잡이 크리스 원더롭스키의 헤더 마무리까지 막아낼 방법은 못 찾았다. 위험 지역에서 요주의 인물을 끝까지 밀어내지 못한 가운데 수비의 책임이기도 했다.

이처럼 필드 플레이어의 패스 수준은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좀처럼 넘기 어려운 점수 차이로 드러난다. 미국의 이 선취골을 만들어낸 주시의 오른쪽 측면 띄워주기의 정확성과 그로부터 1분 전 우리 오른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고요한의 띄워주기 정확성은 그 결과만 놓고도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고요한의 띄워주기는 아주 정확하게 미국 문지기 닉 리만도의 두 손에 들어갔다.

김신욱-이근호 조합 가능성 찾기

홍명보호는 후반전에도 한 골을 더 내주며 끝내 공격적 자존심 되찾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61분, 에반스의 오른쪽 측면 던지기를 받은 주시가 이번에도 추가골을 뽑아내는 데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주었다. 이 공이 우리 수비수의 다리에 맞고 굴절된 것을 골잡이 원더롭스키는 재치있게 오른발 끝으로 감아차 넣었다. 골은 그렇게 집중력이 더 뛰어난 팀에게 돌아가는 선물이라는 뜻으로 보였다.

추가 실점에 마음이 복잡해진 홍명보 감독은 공격수 이근호 대신 이승기를, 미드필더 이호 대신 이명주를 바꿔 들여보내며 강한 추격 의지를 보였지만 이승기를 활용한 플레이 메이킹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78분에는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를 빼고 발 빠른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김태환을 들여보냈다. 하지만 크로스의 정확성이 한참이나 모자라 마음대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이번 미국 전지 훈련, 평가전 일정을 소화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김신욱-이근호'를 내세운 공격수 조합의 가능성을 찾았다는 것이다. 특히,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의 높은 공 다툼 실력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가운데 수비수 오마르 곤잘레스와의 몸싸움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57분에 박종우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 타이밍을 맞춰 유효 슛을 이끌어낸 것과 83분에 과감하게 날린 오른발 중거리슛은 김신욱의 인상을 깊게 남길 만했다.

그리고 이근호의 빠른 드리블 실력은 김신욱이라는 빅 포워드 주변에서 더욱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김신욱의 이마에서 떨어지는 세컨 볼을 향한 집중력은 물론 좌우로 크게 흔드는 시원한 드리블 돌파는 제2, 제3의 동료를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을 때 더 위력을 지닌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전반전 17분, 김민우와 약간 겹치는 순간이 아쉽기는 했지만 이근호의 질주 본능은 미국 수비 라인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이처럼 홍명보호는 6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큰 숙제와 작은 가능성을 안고 돌아오게 되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2014 K리그 클래식 일정에서도 숨은 진주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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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2일 아침 7시 10분, 캘리포니아)

★ 한국 0-2 미국 [득점 : 원더롭스키(3분), 원더롭스키(61분)]

◎ 한국 선수들
FW : 이근호(69분↔이승기), 김신욱
MF : 김민우, 박종우, 이호(69분↔이명주), 고요한
DF : 김진수(78분↔김태환), 김기희, 김주영, 이용
GK : 정성룡

◎ 미국 선수들
FW : 크리스 원더롭스키(62분↔에디 존슨)
AMF : 브래드 데이비스(75분↔루이스 길), 랜던 도노반, 그레이엄 주시(82분↔알렉산더)
DMF : 카일 베커만, 미켈 디스케루드(62분↔페일하버)
DF : 미첼 파크허스트, 매트 베슬러(62분↔구드손), 오마르 곤잘레스, 브래드 에반스(74분↔예들린)
GK : 닉 리만도
축구 홍명보 김신욱 정성룡 클린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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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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