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애소설>에서 경희 역을 맡은 고 이은주의 모습.

영화 <연애소설>에서 경희 역을 맡은 고 이은주의 모습. ⓒ 팝콘필름


유독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고 이은주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친다. 우수에 찬 맑은 눈망울을 하고,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았던 화려한 여배우의 죽음은 충격이었다.

2005년, 25세의 이은주는 꿈으로만 가득차도 모자랄 나이에 자신을 억눌렀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은주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매년 2월 22일 그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고양시 청아공원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한다. 올해도 이은주의 사망 9주기를 맞아 청아공원에서 추모식이 열린다.

이제는 어린아이들은 이은주를 알지 못할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를 추억해 보고자 한다.

7년간의 짧은 연예계 생활, 그래서 더 안타깝다

이은주는 1997년, 18살의 나이에 학생복 CF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후 KBS 청소년 드라마 <스타트>로 연기자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청순한 외모와 뛰어난 감정연기로 단숨에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데뷔 2년차인 1999년, SBS <카이스트>의 천재 공학도 구지원 역을 맡은 이후 그의 연기 인생은 더욱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이후 영화 <오! 수정>, <번지 점프를 하다> 등을 통해 멜로영화의 대표 여배우로 떠오르게 된다.

남성들이 떠올리는 이은주의 이미지는 단연 '청순함'이었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차분한 톤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섬세하게 감정연기를 하던 그의 모습은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영신 역을 맡은 이은주는 허름한 옷차림으로 등장하지만 아름다웠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굳세게 행동하지만 한없이 여렸던 영신의 모습은 이은주를 닮은 듯했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극 중 그의 죽음은 관객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영신 역을 맡은 고 이은주의 모습.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영신 역을 맡은 고 이은주의 모습. ⓒ 강제규필름


7년간의 짧은 연예계 생활이었다. 그동안 이은주가 남긴 유작들은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느끼게 한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 35세 청춘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그를 상상해본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꼭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은 고 이은주. 만약 그렇다면 지금쯤 결혼도 하고 꿈을 이룬 모습으로 특유의 밝은 미소로 웃고 있을 것만 같다.

그가 무엇 때문에 가족을 등지면서까지 힘든 선택을 했는지는 아직도 명확히 알 순 없다. 경찰은 그의 죽음에 대해 "<주홍글씨> 노출연기로 인해 힘들어 했고,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으로 생긴 우울증과 불면증 때문"이라며 자살로 결론지었다.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꾸기도 했다는 평범한 가정의 막내딸. 반짝이던 청춘은 한 순간에 별이 되어버렸지만, 그는 작품 속에서 빛나고 있다. 이은주의 기일을 맞아 그의 가장 아름답던 순간을 추억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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