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넬

밴드 넬 ⓒ 울림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10개 트랙을 꽉 채웠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나선 밴드 넬(Nell)에게서는 긴장의 빛이 역력했다. 음반 작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 자체가 사실상 처음이라고. 게다가 녹음실이 아닌 다른 곳의 스피커로 자신들의 음악을 듣는 것 또한 처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넬은 왜 이런 '도전'을 하게 됐을까. 김종완은 "멤버들과 함께한 지도 벌써 15~16년이 됐고, 친구들도 거의 겹친다"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굉장히 좁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람들이 우리의 음악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무엇보다 궁금했다"면서 '음악감상회'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모처에서 넬의 새 앨범 < Newton's Apple(뉴튼스 애플) >의 음악감상회가 열렸다. 묵직하게 몰아치는 'Fantasy(판타지)'를 시작으로 생각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타인의 기억', 1970년대 사운드를 담은 담백한 느낌의 '침묵의 역사' 등을 미리 만날 수 있었다.

"'중력' 3부작, 꿈과 사랑과 절망을 모두 포함" 

새 앨범의 제목과 '지구가 태양을 네 번'이라는 곡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넬의 이번 앨범은 '중력 3부작'의 완결편이다. < Newton's Apple >은 앞서 발표했던 < Holding onto Gravity(홀딩 온투 그래비티) > < Escaping Gravity(이스케이핑 그래비티) >를 자연스럽게 끌어안는 모양새다. 넬은 "'거부할 수 없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중력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이전 앨범에는 그리움이나 집착, 붙잡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절망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의미"라고 했다.

"지금까지 썼던 곡 중 가사가 가장 짧다"는 'Grey zone(그레이 존)', 나약한 인간이 불멸의 존재인 뱀파이어에 대해 노래한 '환생의 밤' 등을 거쳐 마지막 'Newton's Apple'에 이르러서는 결국 '나의 중력은 항상 너에게로 향한다'면서 '도망가지 않고, 숨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김종완은 "이번에도 스토리텔링보다는 감정의 흐름대로 가사를 썼다"면서 "써놓고 나서 '내가 이런 상태구나'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괜히 좋은 단어가 있다. '중력'이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굉장히 좋아했는데, 발음이나 어감상 음악에는 어울리기가 힘든 단어이기도 하다. 노래는 가사 전달력이 중요한데, 내 발음이 그리 또박또박하지도 않아서 '중력'은 좋아하는 단어임에도 그동안 가사에서 많이 쓰지 않았다. 중력 1부작인 < Holding onto Gravity >에서는 사랑을 노래했고, 2부작 < Escaping Gravity >에는 절망이 많이 담겼다. 이번에는 꿈과 사랑, 절망을 모두 포함하려고 노력했다."(김종완)

"밴드 입지 좁아졌다고? 아예 그런 게 없었다" 

 밴드 넬

ⓒ 울림엔터테인먼트


밴드는 음악의 '기본'으로 여겨지지만,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밴드의 입지는 많이 좁은 편이다. 이에 대해 김종완은 약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아주 오래 전을 제외하면, 록이나 밴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 것. 그는 "아예 (입지라는 게)없어서 좁아지는 건 못 느낀다"고 돌직구를 던졌다. 2001년 1집 < Reflection of Nell(리플렉션 오브 넬) >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팀을 유지하고 활동해왔지만, 넬은 아직도 '대중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마음을 잃다'(2006)가 처음 나왔을 때 대중성의 끝을 달리는 곡일 줄 알았다. 대중의 코드에 100% 부합하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사운드적으로도 좋지만 멜로디도, 가사도 완벽하니까. 그런데 (결과는)그냥 비슷비슷하더라. 그때 이후로 대중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도 그랬다. 우리는 굉장히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아니더라."(김종완)

"대중성이라는 게 이때까지 나왔던 음악을 기준으로 삼는 것 아닌가. 앞으로 얼마든지 다양한 것이 나올 수 있다. 누군가 먼저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고, 그게 유명해진다면 그전에 없었던 대중성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이재경)

밴드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때로는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힙합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넬은 외부적인 요소에 따라 변해가는 음악 시장을 마냥 부러워하기보다 자신들 안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넬은 "음악을 열심히 하고,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해야 한다"면서 "밴드 음악을 접해보지 않던 이들이 우리를 통해 다른 밴드를 찾아보게 된다면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다. 그렇게 되면 밴드의 입지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넬이 말하는 '후배' 인피니트 VS 씨엔블루 

 넬의 새 앨범 < Newton's Apple >의 트랙리스트

넬의 새 앨범 < Newton's Apple >의 트랙리스트 ⓒ 울림엔터테인먼트


넬을 이야기할 때, 소속사 후배인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를 빼놓을 수 없다. "2008년에 활동을 끝내고 군대에 갔는데 '우리 회사에서 아이돌이 나온다'고 하더라"면서 "'과연 괜찮을까. 잘 어울리려나' 싶었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넬은 "예전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녹음하고 음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넬은 비슷한 시기에 컴백하는 후배 밴드 씨엔블루에 대해 "그 친구들이 연주를 되게 잘하더라"고 칭찬했다. 김종완은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시간이 지나면 음악도 점점 깊어지고, 다양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씨엔블루는 그들만의 장점이 있고,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이 있다. 씨엔블루를 통해 어린 친구들이 밴드를 알게 되면, 많은 도움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굉장히 다양한 밴드가 나왔으면 좋겠다. '밴드가 이래야 한다'는 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는 우리의 음악을 즐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가서 공연할 거다. 특히 해외 활동에 대한 마음은 언제나 열려 있다. 사실 6년 전인 2008년부터 (해외 활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빨리 진행해줬으면 좋겠다. 그때는 우리가 20대였는데 어느덧 30대가 됐다."(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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