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원년 멤버였던 선미가 첫 솔로 미니앨범 '풀문(Full moon)'으로 돌아왔다. 타이틀곡 '보름달'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아슬아슬한 핫팬츠를 입고 추는 쩍벌춤에 미묘한 손동작이 가미되면서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초기 네티즌들은 음악에 대한 반응은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다들 의상과 안무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걸그룹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걸그룹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 ⓒ 탑클래스 엔터테이먼트


음악이 들리지 않는 이유, 자극적인 퍼포먼스

가요계에 섹시 열풍이 불면서 걸그룹들은 노출 의상과 자극적인 안무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다 보니 음악보다는 자극적인 요소들이 주를 이루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온 것. 걸그룹들은 시각을 자극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그들의 음악은 들리지 않았다. 고된 노력 끝에 만들어낸 그들의 음악이 '듣는 음악'이 아니라 '보는 음악'이 되어 버렸다.

걸그룹 스텔라가 '마리오네트'를 공개했을 당시, 그들의 자극적인 안무와 의상은 선정성 논란을 낳았다. 찢어진 스타킹과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의상, 바닥을 기고 몸을 쓰는 안무 등 곡에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섹시 콘셉트였다. 뮤직비디오는 엉덩이 노출과 노골적인 표현으로 선정성이 인정돼 19금 딱지가 붙었고, 스텔라는 음악방송 출연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이번에 '스텔라'는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겠다는 목적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타이틀 곡 '마리오네트'는 그렇지 않았다.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200만뷰를 돌파했지만 음원차트에서는 그 타이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텔라의 퍼포먼스적 요소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정작 음악은 묻혀버린 것이다. 마리오네트는 뮤직비디오의 배경음악일 뿐이었다.

 2월 4째주 오후 5시 45분경 기준 국내음원순위통합차트 '아이차트' 음원순위 변동표

2월 4째주 오후 5시 45분경 기준 국내음원순위통합차트 '아이차트' 음원순위 변동표 ⓒ 아이차트


눈 감고 '듣는 음악' 강세, '보는 음악'도 균형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음악 순위 종합차트 아이차트에 지난 한 주간(2월 넷째 주) 음원 사이트 상위 10위권 내에 랭크된 곡 대다수는 퍼포먼스가 거의 없는 곡들이었다. 무대 퍼포먼스가 강조된 곡은 선미의 '보름달'과 걸스데이의 '썸띵(something)' 뿐, 나머지 8곡은 소유와 정기고의 '썸'을 비롯 <별에서 온 그대> OST 다수와 '렛 잇 고(let it go)' 등이 차지했다. 요즘 '듣는 음악'이 단연 강세임을 반증하는 포인트다.

어떤 방식의 음악이 '옳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 멋진 퍼포먼스도 물론 중요하다. 인기를 얻는 것이 다급한 아이돌의 목적에 부합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음악을 묻어버릴 정도의 과도한 퍼포먼스는 가수로서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중들도 상업적 목적만 뻔히 보이는 음악은 보기만 하지 듣지는 않는다.

'보는 음악'도 '듣는 음악'이 되면 더 좋다. 보여주는 것만 많은 가수는 퍼포먼서일 뿐이다. 출연자의 무대를 등지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평가하는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를 떠올려보자. 이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규정한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가수의 자질의 첫 번째는 바로 '목소리'라는 뜻을 내포한다. 현재 대중들이 '듣는 음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시점에 볼거리만 있는 '보는 음악'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다. 자신들을 향해 열광하는 대중들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면 곡과 퍼포먼스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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