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의 이민정과 SBS <신의 선물-14일>의 이보영.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의 이민정과 SBS <신의 선물-14일>의 이보영. ⓒ MBC, SBS


이보영과 이민정은 닮았다. 큰 눈망울과 오뚝한 코, 가녀린 턱 선이 풍기는 도회적인 이미지를 두 여배우가 동시에 지녔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 것도 닮았고, 남편이 각각 지성과 이병헌으로 잘생긴 남자 배우라는 것도 똑 같다. 그리고 결혼 후 첫 작품을 맡게 된 시기가 같다는 것까지 묘하게 일치한다.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이들은 은근한 비교 대상이 돼버렸다.

여배우에게 결혼은 결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결혼으로 인생 전체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은퇴를 결심하면서 자신의 천직을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유부녀 이미지가 되는 바람에 광고 계약이 끊어지거나 생소한 광고 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연기자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자유로운 싱글녀 역할을 맡는 데 보이지 않는 제약이 따른다. 결혼한 상대가 유명한 남자 배우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보영과 이민정은 남편의 내조를 위해 은퇴를 결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결혼 후에도 더욱 왕성한 연기자 생활을 하겠다는 포부를 일찍부터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휴식을 취해도 좋을 법한데, 이들의 복귀 시기는 생각보다 빨랐다. 이민정은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로 이미 지난주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보영은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로 3일부터 시청자들을 만나게 된다.

결혼 후 변신 택한 두 여배우의 경쟁, 누가 웃을까

맡은 역할도 결혼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민정은 드라마 제목대로 '돌싱녀'다. 한 번 결혼한 경험이 있는 나애라 역으로 그녀는 전남편 차정우(주상욱 분)와 또 다시 엮여 티격태격 하는 가운데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펼쳐갈 전망이다. 이보영 역시 한 아이의 엄마인 김수현 역을 맡았다. 죽은 딸을 다시 살리기 위해 2주 전으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모성애로 꽉 찬 엄마로 연기변신을 꾀한다.

연하남과 풋풋한 연애를 즐긴다거나, 결혼 전 '밀당'으로 남자를 쥐락펴락한다거나 하는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미혼 여성의 역할을 그들은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잘 만하면 연기 변신과 함께 이미지 변신까지 가능한 돌싱녀와 엄마로 돌아왔다. 그들의 선택은 달라진 상황의 흐름을 따르겠다는 현명함이면서, 이제 제 자리에 머물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첫 도약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아직 이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들을 비교 평가할 수는 없다. <앙큼한 돌싱녀>는 방송을 시작했지만, <신의 선물-14일>은 예고편이 전부인 상황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의 캐릭터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 누구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지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이미 2회까지 마친 <앙큼한 돌싱녀>와 <신의 선물-14일>의 시놉시스를 통해 조심스러운 예상도를 그려볼 수는 있지 않나 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품의 완성도나 이 두 배우의 연기력 등을 놓고 봤을 때 이민정보다는 이보영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앙큼한 돌싱녀>는 첫 회부터 카메오를 등장시키고,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하는 등 위트 있는 상황을 연출해 상큼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지니고 있는 스토리의 힘이 부족한 탓에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기도 했다. 돌싱녀와 전남편이라는 설정이 남다르긴 하지만, 재벌남과 사랑에 빠지는 가난한 여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의 선물-14일>은 흔한 로코물도, 절절한 정통 멜로도, 그렇다고 메디컬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처럼 전문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도 아닌,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심리전과 추격신을 오가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작품이다. 딸은 이미 죽었지만, 주인공은 딸이 죽기 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되고, 그때부터 딸을 살리기 위해 미친 듯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단 2주의 시간, 14일 안에 말이다.

모성애 가득한 엄마가 있고, 그녀의 곁엔 그녀를 돕는 형사 기동찬(조승우 분)이 있다. 그들은 2주의 시간 동안 끔찍한 살인자를 밝혀내야만 하고, 그를 추격해야 하며, 필연적인 사투를 펼쳐야 한다. 그 과정을 16부에 걸쳐 밀도 있게 그릴 예정인 제작진은 마지막 회까지 아무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을 거라고, 그 정도로 치밀한 구성을 무기로 삼는 작품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결혼을 한 이후의 이민정의 연기에 무언가 특별함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결혼 전에도 그녀의 연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확연하게 달라질 만큼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연기에 대한 안정감이 눈빛과 표정에서 좀 더 느껴지긴 했다. 나애라라는 캐릭터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은 아마도 이 때문일 테다.

그러나 솔직히 더욱 기대되는 배우는 이보영이다. 일단 작품 선택이 무척이나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하자마자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기이자, 비약적인 도전에 성공을 보이겠다는 당찬 각오다. 거기에 그녀의 파트너로 연기력을 운운하기가 미안할 정도의 조승우가 자리하고 있다. 연이은 열연을 보였던 이보영과의 조합이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앙큼한 돌싱녀>는 수목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월화드라마로 편성됐기 때문에 동시간대 시청률을 거론하며 그들을 경쟁에 붙일 수는 없다. 그러나 여러 모로 비슷한 상황을 지닌 두 여배우의 동시 복귀는 어쩔 수 없이 비교 선상에 놓였다. 과연 누가 현명한 선택을 한 여배우일지, 최후에 웃는 승자는 누구일지 자못 궁금해지는 주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이민정 이보영 신의선물-14일 앙큼한 돌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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