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영화 포스터

▲ <몬스터> 영화 포스터 ⓒ 상상필름(주),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몬스터>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의 영화 세계는 이상한 구석이 다분하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했던 작품은 모두 장르의 이종 교배에 도전한다.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에 코믹한 호러를 첨가하여 독특한 향기를 냈던 데뷔작이다.

시나리오에 참여했던 작품들도 다를 바 없다. < 시실리 2km >는 조폭 장르와 코믹한 호러가 기이하게 공존했고, <도마뱀>은 평범한 멜로 드라마부터 SF적 상상력을 발휘한 엔딩까지 경유하는 엉뚱한 구석으로 가득했다. <엽기적인 그녀>를 빌려다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결합한 <두 얼굴의 여친>도 특이한 힘으로 부글거렸다. 장르 간의 기묘한 동거는 <몬스터>에서 가장 도드라지게 드러났다.

살인마 태수(이민기 분)와 미친 여자 복순(김고운 분)을 내세운 <몬스터>는 얼핏 <악마를 보았다>처럼 악마를 만나면서 닮아가는 이야기나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같이 내면에 잠재된 악마성과 싸우는 자의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그렇기에 연쇄살인마와 미친 여자의 대결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는 <몬스터>에서 쉽사리 예상할 수 있는 출제 문항이다.​

서늘한 스릴러와 썰렁한 코미디 오가는 장르의 배반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상상필름(주),롯데엔터테인먼트



​절대적인 악을 상징하는 존재에 맞서는 공포심이 없는 미친 여자를 예상했건만, <몬스터>는 첫 장면부터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린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철거반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할머니가 물려준 채소 노점상을 꿋꿋이 지키던 복순이가 꾼 꿈에 마치 텔레토비 동산의 해님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무척 당황스럽다. 이어 복순이가 부르는 노래도 황당함을 더한다.

우스꽝스럽게 칠해진 복순과 달리 태수는 보통의 스릴러가 사용하는 채도를 유지한다. 두 인물을 소개하는 장면은 스릴러와 코미디를 불균질하게 섞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후 영화는 두 개의 상반된 톤을 쉼 없이 넘나들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도한다.

몬스터, 즉 괴물의 의미는 줄곧 의문을 품게 한다. 분명 태수는 보이는 그 자체로 괴물의 형상을 지녔다. 그러나 그를 괴물로 여기는 형 익상(김뢰하 분)과 어머니(김부선 분)가 보여주는 속물근성과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풍기는 악취도 고약하다. 태수 주위의 다른 인물에게서도 지독한 냄새가 난다. 태수는 그들을 대신하여 욕망을 실현해주는 대리인일 뿐이다.

억척스럽게 생존하는 복순에겐 동생 은정(김보라 분)이 없는 세상이 괴물이 날뛰는 지옥도다. 태수에 의해 살해된 동생의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에 불타던 복순은 마찬가지로 태수에게 언니를 잃은 나리(안서현 분)​를 보살피면서 새로운 가족애를 느낀다.

태수가 저지른 살인 사건에 얽힌 복순과 나리는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면서 지옥을 벗어나 행복을 맞이한다. 반면에 가족에게 거부당하는 태수는 가족 해체를 맞닥뜨리며 불행을 벗어나지 못한다.​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몬스터> 영화의 한 장면 ⓒ 상상필름(주),롯데엔터테인먼트



<몬스터>는 쫓고 쫓기는 대결이란 스릴러의 형태를 갖추었지만, 결국 가족에게 거부당하는 자와 가족을 찾은 자를 그린 가족 영화다.​ 스릴러 장르에 기반을 둔 가족 영화에 ​코미디를 가미하면서 영화는 특이한 파열음을 낸다. 영화는 시종일관 서늘한 스릴러와 썰렁한 코미디를 바삐 오가며 관객의 예상을 벗어난다.

위기에 빠진 나리가 복순에게 구해달라고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복순은 "내 동생 하면 구해준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멍청하게만 보이던 탈북자 킬러(배성우 분)는 놀라운 무술 실력을 보여주며 관객을 놀라게 한다. 아들의 얼굴을 비하하는 어머니의 대사나 흑산도산 홍어냐, 칠레산 홍어냐 다투는 장면에선 황인호의 개그감이 돋보인다.

긴장을 유지하다가 이탈하고, 다시 재구축하는 <몬스터>의 능청스러운 문법은 장르의 배반이란 쾌감을 안겨준다. 한편으로는 농도가 지나쳐서 탈선만을 의식한 억지스러움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이 빠진다면 <몬스터>는 다른 스릴러와 다를 바가 없다. <몬스터>의 불규칙한 호흡은 개성 넘치게 만드는 인장임이 확실하다.

괴물의 반대편에 선 자를 새롭게 조명한 <몬스터>는 기존의 한국 스릴러 영화의 문법과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규정짓는 것을 거부하면서 규칙에 저항한 황인호의 시도에서 <구타유발자들> <차우> <회사원>의 기운이 느껴진다.

<몬스터>는 2014년에 충무로가 벌인 이상한 도전이자, 실험이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최대 수혜자가 김고은인 것만은 확실하다. <은교>에 이어 <몬스터>의 놀라운 연기로 다시 한 번 대중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몬스터 황인호 이민기 김고은 김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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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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