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의 선물>의 조승우

SBS <신의 선물>의 조승우 ⓒ sbs


SBS <신의 선물>은 언제나 한 수 위다. 짐작을 무너뜨리기 일쑤고, 예상을 뒤엎는 걸 밥 먹듯이 한다. 그들이 준비해 놓은 트릭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면서 진짜 범인을 찾아내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지난 24일 방송된 7회에서도 제대로 골탕을 먹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문구점 주인 장문수(오태경 분)가 김수현(이보영 분)의 딸 샛별이를 죽인 진범이 아닌 것이 드러남으로 인해서 말이다.

사실 그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이렇게 쉽게 진범이 등장할 리는 없지 않은가.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는 팔목의 문신이 장문수에게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하게 만든 것도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됐다. 결국 그의 팔목에는 문신이 없었다. 그가 다른 여자 아이를 유괴, 살해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와플팬에 데인 상처만 있을 뿐이다.

기동찬(조승우 분)의 촉은 예리하고 날카롭다. 그는 장문수 아버지가 여자 아이를 유괴,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고, 감옥에서 암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나름대로의 수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와플팬에 데인 상처가 아이가 아닌 장문수의 것임을 알게 되고, 역으로 추적을 한 끝에 장문수 아버지가 아닌 장문수가 아이를 살해한 진짜 범인임을 밝혀내고 만다.

취조실에 있는 카메라도 부수고, 녹음 장비도 망가뜨리며, 문까지 걸어 잠그고 기동찬이 장문수와 독대를 한 장면은 <신의 선물> 7회의 최고 하이라이트이자 명연기의 향연이 펼쳐진 순간이었다. 기동찬은 장문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풀어 놓는다. 장문수의 숨통은 점점 조여 들고, 표정은 점점 비통해진다. 결국 그는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구한다. 한 번만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그는 모든 것을 자백하고 무너지고 마는 듯했다.

그러나 장문수는 반전의 묘수를 둔다. 우리가 찾고 있는 자의 문신을 어떻게 그렸는지 물어본 기동찬의 질문에 거래를 하며 전세를 역전시키려 한 것이다.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태우면, 그 문신을 한 자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울먹이던 표정은 금세 악마의 미소를 한 표정으로 돌변하고, 문신한 자의 신원을 확보해야만 했던 기동찬은 어쩔 수 없이 결정적 증거인 의료 기록을 태워 버린다.

하지만 그것 또한 기동찬이 마련해 놓은 덫이었다. 가방 속에 소형 카메라를 넣어 두어 장문수의 범행 자백을 모두 녹화한 것이다. 기동찬의 속임수에 장문수는 걸려들었고, 덕분에 손쉽게 문신한 자가 누구인지도 알아내고 말았다. 이 장면을 연기한 조승우와 오태경의 카리스마 대결은 섬뜩한 스릴러물의 진수를 보여주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용의자는 또 다시 장문수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문신한 자로 옮겨졌다. 그는 분명 샛별이의 납치, 살인과 상관이 있는 자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김수현의 친한 여자 후배와 아는 사이다. 거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여자 후배가 김수현의 남편 한지훈(김태우 분)과 불륜을 저지르고 급기야 그의 아이까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서로 포옹하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된 김수현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다.

반전의 연속이며, 그 반전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얽혀 있다. 장문수가 살인범이긴 하나 샛별이와는 상관없는 자다. 문신을 한 자는 김수현의 후배를 알고 있다. 그 후배는 한지훈의 불륜 상대이며, 한지훈은 그 사실을 줄곧 숨겨왔다. 장문수 아버지 사건을 잘못 변호한 실수를 저지른 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건 하나 하나는 묘하게 연결되어 있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숨은 점점 벅차오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범인...<신의 선물>이라면 가능하다

 SBS <신의 선물>의 정혜선.

SBS <신의 선물>의 정혜선. ⓒ sbs


그런데 정말로 <신의 선물>의 범인이 현재 숨 가쁘게 진행되어 가고 있는 이야기 속에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보게 된다. 지금까지 그랬듯 범인으로 몰렸던 자들은 모두 범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긴 했으나, 정작 김수현과 기동찬이 찾고 있는 진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지금 사건의 중심에 있는 한지훈이나 여자 후배, 문신한 자 또한 진범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지 마라. 네가 보는 것이 모두 다 진실은 아니다' 기동찬이 되뇌고 있는 이 말은 범인은 전혀 엉뚱한 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눈을 현혹시키고 있는 사건에서 벗어나, 극에 등장하고 있는 다른 인물들을 의심해 볼 필요도 있다는 뜻이기도 할 테다. 지금은 숨 가쁜 이야기 전개에 전혀 동참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진짜 의심해 봐야 할 용의자들이 아닌가 싶다.

첫 번째로 대통령 김남준(강신일 분)이다. 부녀자, 아동 살인자의 사형 집행을 결정한 자라는 것이 꺼림칙하며, 또한 그에게 사연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곧 영부인이 등장할 예정이기도 한데, 그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 샛별이의 죽음과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대통령이 용의자라는 것이 무모한 설정이기는 하나, <신의 선물>의 배포 정도라면 안 될 것도 없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용의자는 기동찬의 엄마 이순녀(정혜선 분)와 조카 기영규(바로 분)다. 그들은 현재 펼쳐지고 있는 사건들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저 주인공들의 주변에 맴돌며 사건을 관망하고 있는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처럼 의심스러운 용의자도 없다. 이 드라마의 첫 번째 용의자는 기영규 다니는 장애인 학교의 선생님이었다. 이는 사건의 시작이 그와 연관이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그는 지금 샛별이와 각별한 사이다. 이 부분이 왠지 미심쩍다.

이순녀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기동찬의 형인 기동호(정은표 분)의 살인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식을 생각하는 그녀의 극진한 마음이 오히려 불길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기동호 사건과 샛별이는 무관하다. 하지만 이순녀는 현재 샛별이를 돌보고 있다. 굉장한 우연이라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알다시피 <신의 선물>에는 우연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녀 역시 용의자 선상에 올려놔야만 하는 주요 인물 중 하나임이 분명할 테다.

매 회마다 놀라운 상상력과 기발한 추리력으로 웬만한 미드의 수준을 뛰어 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신의 선물>이다. 당연히 범인도 그에 걸맞은 놀라운 인물이 될 것이다. 아마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인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는 범인이 아닌 듯한 인물이 범인일 거라는 것, 기동찬의 명민한 촉을 만들어 낼 정도의 <신의 선물>이라면 그럴 만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신의선물 조승우 정혜선 바로 이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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