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성동일, 이준, 권음미 작가, 조수원 PD, 김민정, 김지원, 윤상현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성동일, 이준, 권음미 작가, 조수원 PD, 김민정, 김지원, 윤상현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미제로 남은 연쇄살인사건은 후대의 드라마 영화 제작자들에게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tvN 새 금토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 또한 공소시효가 지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드라마 제목 '갑동이'도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경찰들이 용의자를 일컫던 말에서 따 왔다.

하자만 <갑동이>는 단순히 미지의 범인을 쫓는 수사물이 아니다. 오히려 <갑동이>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어떠한 형태로든 상처를 입은 인물들의 현재, 그러니까 망령처럼 떠도는 과거의 상처가 다시 현실이 되어 돌아왔을 때 이들이 이를 견뎌내고 치유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위해 <갑동이>는 가상의 도시 '일탄'으로 무대를 옮겼고, 과거 '일탄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아들로 고통받다 형사가 된 하무염(윤상현 분)과 당시 사건 담당 형사였던 일탄경찰서 형사과장 양철곤(성동일 분)의 갈등을 중심 축으로 내세웠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이후 첫 작품으로 <갑동이>를 선택한 조수원 PD는 8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이 가진 상처를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갑동이>는 장르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건으로 상처받은 인물들이 이를 어떻게 이겨내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성동일 또한 "<갑동이>는 과거 연쇄살인사건으로 인해 상처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상처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며 "상처를 가진 사람들 각각에게 진짜 범인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또 그 상처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 오해와 격돌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과거에 사로잡힌 이들의 '상처'를 그려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권음미 작가는 "처음 국회도서관에서 '갑동이'를 발견했을 때 이를 통해 '공소시효'에 대한 담론의 장을 펼칠 수 있겠다 싶어서 (구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이걸 왜 시작했을까' 자책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를 통해 현재의 사법 체계에 존재하는 '공소시효' 제도가 또 어떤 이들에게는 영원한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권 작가의 목표다.

성동일 역시 "범죄를 저지르고 일정 기간 동안 숨어있으면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일종의 '면죄부'같다. 법이 그런 면책권을 공공연하게 준다면 누가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겠나"라며 "끝까지 파고들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갑동이>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상현-성동일, 이 배우들의 '반전'에 주목하라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에 출연하는 배우 윤상현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에 출연하는 배우 윤상현 ⓒ CJ E&M


배우들의 연기 변신 또한 <갑동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특히 윤상현과 성동일은 기존의 연기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옷을 입었다. <너목들> 종영 이후 연기 변신에 대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던 윤상현은 "그동안 재미난 역할만 하다가 처음 장르물에서 형사 역을 맡았다. 많이 부담이 된다"며 "잘 할 수 있는 드라마만 하다 색다른 드라마를 하다 보니 '멘붕'도 많이 오고, 감정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원 PD와는 <너목들>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를 두고 조수원 PD는 "<너목들> 차관우 변호사의 과거 신을 촬영할 때 윤상현의 눈빛이 <갑동이> 하무염과 닮아 있었다"며 "눈빛 연기가 좋아 순간순간 진정성 있는 상황을 표현하는 데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 태안까지 찾아가 간절하게 섭외했던 기억이 있다"고 전했다.

윤상현 또한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의 모습을 보며 연기의 꿈을 꾸게 됐는데, <갑동이>에 출연하게 됐다"며 "여태껏 해왔던 캐릭터와 다르다는 점과 몸 쓰는 걸 필요로 하는 신이 많다는 점에서 걱정도 했지만, 한 두번 촬영을 나가다 보니 캐릭터에 몰두하게 되고 캐릭터의 감정이 몸에 배고 있다"고 말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목욕탕 저음'을 내고 있다"는 말로 입을 연 성동일은 "솔직히 <갑동이> 속 내 역할은  동네 아저씨처럼 일상적으로 (연기)했던 예전과는 달리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달리 끝내 해결하지 못한 연쇄살인사건을 향한 집념으로 가득 찬 <갑동이> 속 양철곤은 입만 열었다 하면 대본 7~8장 분량의 무게감 넘치는 말들을 쏟아내는 인물. 그 특유의 애드리브도 이번엔 자취를 감췄다.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에 출연하는 배우 성동일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에 출연하는 배우 성동일 ⓒ CJ E&M


이를 두고 "현재 2부까지 찍었는데 작년 한 해동안 한 대사의 양이 2부 안에 다 들어 있다"는 성동일은 "나는 생활연기자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이게 어렵다 저게 어렵다 하는 것 없이 애가 셋이라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성동일은 <갑동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를 향한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범인을 누군지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연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답을 알면서 모른 척을 하는 게, 모르고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는 성동일은 "이번엔 (누가 진짜 범인인지) 배우들 누구도 모른다.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여자주인공의 남편을) 정해두지 않고 촬영했는데, 이것도 그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배우가 일단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만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 시간을 갖고 꼼꼼히 봐 주면 한국을 뒤엎을 정도의 깜짝 놀랄 반전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상현-성동일-김민정-이준-김지원 등이 출연하는 <갑동이>는 <응급남녀> 후속으로 오는 11일 오후 8시 40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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