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마녀의 연애>의 반지연(엄정화 분).

14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마녀의 연애>의 반지연(엄정화 분). ⓒ CJ E&M


tvN 새 월화드라마 <마녀의 연애> 첫 회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화정의 목소리로 시작했다. 여주인공 반지연(엄정화 분)의 상황을 빗대는 듯한 멘트에 첫 곡으로 스피카의 'I'm a witch'가 흘러나온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카메라는 도심 한복판의 어느 번화한 거리를 줌인한다. 그곳엔 괴상한 복장의 두 남녀가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여자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교복 차림으로 선물보따리를 실은 자전거를 타고 전력질주를 한다. 남자는 한낮에 반팔 차림으로 다녀도 어색하지 않은 봄 날씨에 산타 복장에 수염까지 달고 여자를 뒤쫓는다. 이들의 추격전은 차들이 달리는 도로를 지나 한강변의 자전거 도로로까지 이어진다. 여자의 질주와 남자의 추격은 가히 필사적이다.

자전거를 훔쳐 달려야 할 만큼 다급한 상황에 놓여있던 여자는 '트러블 메이커'라는 신문사에 소속된 기자 반지연이다. 그녀는 몇 개월 동안 은밀하게 추적한 끝에 국민배우 김정도(전노민 분)의 스캔들을 알아내고 만다. 결정적인 현장을 담은 사진 파일을 어렵사리 얻어냈으니 전력을 다해 신문사를 향해 내달릴 수밖에 없다. 회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곳엔 분명 회사 대표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tvN <마녀의 연애>의 한 장면.

tvN <마녀의 연애>의 한 장면. ⓒ tvN


자전거 도둑질을 당한 남자는 시골에서 올라온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산타 이벤트를 진행한 심부름센터 직원 윤동하(박서준 분)다. 여자가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는 바람에 그의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적잖이 실망하고 의뢰인은 독하게 컴플레인을 걸었다. 그는 일당벌이를 못한 것보다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한 것이 더욱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여자에게 더없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반지연은 회사에서 가장 인정받는 재원이다. 스캔들 현장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교복을 입고 학교로 잠입취재를 해서 사다리를 타고 건물 지붕에까지 올라가 포복자세를 취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열성과 집착이 그녀를 회사의 에이스로 만들어 놓았으며 대표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일등공신으로 성장케 했다.

대신 잃은 것도 많다.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능력을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 됐지만, 동료들이나 부하 직원들에게는 끔찍한 마녀로 불릴 만큼 평판이 좋지 않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마녀 반지연을 골탕 먹일까, 깎아 내릴까 하는 궁리로 여념이 없다. 반지연은 제 편이 되어줄 친구나 동료가 없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이미 터득한 그녀니까.

반지연의 삶에는 사랑이 없다. 회사 사람들과의 동료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연애에 있어서는 흔하디흔한 '썸남'도 없다. 전화 녹음기는 결혼을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극제도, 부담도 되지 않는다. 밤늦은 시간에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일한 낙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어쩌면 외롭다 못해 고립되어 가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에게 인연이 슬며시 찾아온다. 도심 한복판에서 추격전을 벌인 윤동하와의 만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동료들이 반지연을 골탕 먹이려고 작정하고 마련한 자리에서 윤동하는 그녀를 구해주는 구세주가 된다. 여러 번의 우연은 필연이다. 그들의 만남은 이제 필연적인 운명을 향한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뻔한 설정으로 시작한 첫 회, 로코물의 전형성 탈피해야

 <마녀의 연애>의 반지연(엄정화 분)과 윤동하(박서준 분).

<마녀의 연애>의 반지연(엄정화 분)과 윤동하(박서준 분). ⓒ CJ E&M


<마녀의 연애>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스토리 전개를 봐도 그렇고, 코믹한 설정으로 버무리는 모양새를 봐도 그렇다. 사랑에 대해서는 더없이 시니컬한 여자 혹은 남자, 그런 상대방을 따뜻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남자 혹은 여자. 재미난 에피소드로 유쾌함을 선사하면서도 후반부에 가서는 진한 감동으로 마무리하는 해피엔딩 스토리를 <마녀의 연애>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다소 느슨한 감이 있어도 첫 회의 출발이 그리 식상하지만은 않았다. 반지연을 연기하는 엄정화는 우스꽝스러운 교복 차림을 하고 바닥에 배를 깔고 기어 다니는 장면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고, 윤동하를 연기하는 박서준은 풋풋함을 유지한 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호흡을 잘 맞춰 나갔다. 19살 차이의 연상연하 커플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것이라는 예상도 은근슬쩍 해 본다.

하지만 너무 안정적으로 쉽게 가려는 행보는 그리 바람직하진 않을 것이다. <마녀의 연애>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플롯을 지니고 시작했다. 연상연하 커플이라던가, 여주인공의 망가지는 연기로 흥미를 유발시킨다던가, 까칠한 캐릭터와 훈훈한 캐릭터의 조합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대중들이 많은 로코물을 통해 접해왔던 부분들이다.

특히나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망가뜨려 캐릭터에 호감을 사게 하거나 친근감을 유도하는 것은 숱하게 시도된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이것이 더욱 돋보이기 위해서는 <마녀의 연애>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 드라마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시선이 남달라야 하며, 무엇보다 여주인공 반지연이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잡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마흔이 넘은 여배우가 한쪽 다리를 걷은 트레이닝 복 위에 교복을 껴입고 깻잎 머리를 하고 여고생 코스프레를 한 장면은 분명 코믹한 설정이며 흥미 유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시선을 끌기 위한 하나의 트릭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나이 먹은 여배우를 주책바가지로 만들지 않으려면 반지연이라는 캐릭터에게 그럴만한 완벽한 당위성을 부여해야만 할 테다. 괜찮은 로코물이라는 찬사의 시작도 이로부터 비롯될 것이라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마녀의 연애 엄정화 박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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