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엔터테인먼트 이영준 대표.

참엔터테인먼트 이영준 대표. ⓒ 이선필


[기사 수정: 29일 오전 9시 47분]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영세해도, 소속 배우가 적어도 참되게 함께 일하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로 매니저 생활 12년차에 접어든 이영준 대표의 좌우명과도 같은 말이다. 업계에서 나름 얼굴 좀 알렸다지만 최근 2년 새 그는 참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세우고 고군분투 중이다. 알려진 소속 배우라고 해봐야 배우 김지우, 공정환 등 서너 명뿐. 여러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많은 배우를 영입하며 세를 불리고 규모를 확장하는 추세지만, 이영준 대표는 '구멍가게' 규모로 옹골진 도전을 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가 막 매니저 일을 시작하던 때, 월급 30만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던 2000년대 초반과는 다른 상황이다. 버티기 힘들다며 업계를 떠난 동료도 있었고, 주위에서 앓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영준 대표는 "대학도 못 나왔고, 막연했던 때에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왔던 매니저 일"에 대한 첫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위 문제아 시절을 거치며 부모 속을 썩였던 그가 누군가를 책임지고 관리하며 만들어 가는 매니저에 매료된 것.

야생마 같던 매니저, 사실 누구보다 배우 품는 '아빠'

 배우 김지우와 요리연구가 레이먼 킴이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웨딩샵에서 가진 결혼기자회견에서 신랑 레이먼 킴이 신부 김지우의 머리를 매만져주고 있다.

참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김지우(오른쪽). ⓒ 이정민


배우 설경구, 임하룡, 오대규, 이윤지 등을 거치며 서서히 그는 자리를 잡아갔다. 이후 박은혜의 전담 매니저로 7년 간 일하며 이영준 대표는 자신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찾아갔다. 흔히 말하는 톱스타를 담당한 적은 없지만, 방송과 영화계에서 신망을 쌓고 꾸준함으로 인정받아왔다. 첫 술에 배부르랴. 처음엔 막무가내로 프로필을 돌리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딪힌 적도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이 다소 거칠어 보일 수는 있지만 원칙은 있었다. 절대 배우를 욕 먹이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매니저가 배우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거죠. 지금껏 누구를 키웠다고 말하고 다니지도 않았고, 그저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진행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톱스타를 맡는다고 마치 자신도 그와 동급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러다보면 적이 생겨요. 일반 기업에서도 같은 팀에 기획안도 잘 쓰고 능력 있는 사람이 있다고 본인이 잘 나지는 건 아니잖아요. 배우는 팀원과도 같다고 봐요.

엔터테인먼트는 물건을 파는 것과 달라요. 삼성에서 좋은 냉장고를 개발해 잘 판다면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배우가 잘 된다고 내가 잘 되는 건 아니죠. 그들도 사람이니 언젠간 저를 떠날 수 있거든요. 누가 잘나고 못 나서가 아닙니다. 매니저는 배우의 얼굴이에요. 배우의 얼굴을 맡은 사람이니 그걸 남용하면 안 되죠. 그래서 그 얼굴에 흠집 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잘해야 해요."

신인이든 아니든 떳떳하게 동료로서 즐겁게 욕되지 않고 일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었다.  "돈을 못 벌어도 좋으니 누구를 속이거나 힘들 게 하지 말자는 게 기본 정신"이라며 그는 "거기에 맞는 배우들만이 함께 남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업가로서는 '바보'라 할지라도, 진심은 통한다"

 참엔터테인먼트 이영준 대표.

"매니저가 배우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거죠. 지금껏 누구를 키웠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그저 배우가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진행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이선필


그의 소소한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다. 그를 거친 배우들 중 적어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없다는 점. 잘 되든 안 되든 사랑받은 만큼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법을 강조한 덕이라 설명할 수 있다.

박은혜는 연기를 하면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다녔다. 김지우 역시 아프리카 지역을 돌며 봉사를 했다. 남편 레이먼 킴과 차린 식당에서는 봉사활동했던 지역에서 공정무역으로 구입한 원두를 손님에게 대접한다. 이영준 대표는 "선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건이 되고 힘이 되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며 "봉사를 받는 사람들은 진심을 느낀다. 진심을 갖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냥 봉사만 하며 지내는 건 아니다. 업계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만큼 이영준 대표는 비판 의식 또한 강했다. 최근 벌어진 이른 바 '오픈월드 사건', 즉 매니저가 소속 아티스트를 건드리고 부당 이득을 취하는 행위 등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배우 공정환.

참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공정환. ⓒ 참엔터테인먼트


"매스컴을 통해 매니저에 대한 안 좋은 기사가 나오니 색안경을 끼고 대중들이 볼 수밖에 없죠. 그게 싫었어요. '난 다르다'를 말로만이 아니라 직접 보여주고 싶어요. 언제부턴가 엔터테인먼트 쪽에 주식 붐이 일어서 돈이 훅 들어왔다 빠져 나갔는데 돈만 보고 치고 빠지는 사람들 때문에 이쪽 업계 기반이 취약해요. 우회 상장에다가 희한한 투자를 하기도 하죠. 수익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정직하게 가는 게 장기적으로 맞아요.

물론 사업가로서 누군가는 저보고 바보라고 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해요. 제 회사가 대형 엔터처럼 거액의 홍보비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니, 기획력과 진정성으로 승부를 보는 거죠. 나와 함께 가고 있는 배우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짜고 여기에 협력자를 모아 사업을 해나가면 승산이 있습니다. 자본력은 딸리지만 진심을 알아주는 업계 사람들이 도와주는 일이 은근 많아요. 제가 직원을 많이 둘 형편도 아니고 스타 배우를 끌어올 수는 없지만 만나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교류하다보면 길은 늘 생기더라고요.

이영돈 PD가 진행하는 <먹거리 X파일> 있잖아요. 거기서 착한 식당으로 꼽히는 곳을 보면 굳이 양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좋은 원재료만 갖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요. 저와 일하는 배우를 믿으면서 기획력과 진심으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큰 수익보다는 사람을 잃지 않는 게 목표에요."

이영준 대표의 작은 목표 중 하나는 참 엔터테인먼트 이름으로 독자 법인을 세우는 것이다. 영화 제작, 음반 제작, 프로그램 제작사로 나눠 각 분야마다 능력 있고 성실한 사람들과 함께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며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어 했다. 그 출발지점에 이영준 대표가 함께 하고 있는 배우들과 서 있었다.

이영준 대표가 자랑하는
참 엔터테인먼트의 배우들

"김지우씨는 처음에 배우로 만난 느낌은 아니에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옆집 동생 같은 느낌이었죠. 겉만 보면 깍쟁이 이미진데 사실 털털하고 주변을 잘 챙깁니다. 작품 활동 하면서 본인 몸이 안 좋을 때도 늘 다른 사람을 챙겨요. 그러다보니 자기가 손해 보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인지 지우씨와 한 번 작품을 같이 해보면 다음에 또 하자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베우 공정환씨는 제가 형으로 불러요. 만난 기간은 짧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잘 맞아요. 같은 남자로서든 사업 파트너로서든 정신적인 의지도 되고요. 뭔가 일이 막힐 때 답을 주진 않더라도 제 마음을 풀어주려고 해요. 제게 질책과 칭찬을 하기도 하고요. 소속 배우들 중에 '이영준 사용설명서'를 가장 잘 아는 형이랄까. 배우로서 연기력도 좋고 가치관도 좋은 사람입니다."



매니저 이영준 참엔터테인먼트 박은혜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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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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