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가 탄생시킨 또다른 인기 히어로 엑스맨이 신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영화팬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엑스맨> 시리즈는 지난 2000년 개봉된 1편을 시작으로 총 4편(외전 <더 울버린> 등을 포함하면 모두 6편)의 극장판을 선보이며 미국 시장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20세기 폭스의 효자 상품이었다.

어떤 면에서 <엑스맨>은 후일 등장한 소니의 <스파이더맨>, 워너의 <배트맨>(<다크나이트> 3부작), 마블의 <아이언맨><어벤저스> 등에게 길을 터준, '모범 답안' 같은 작품으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코믹스 영화화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영화 <엑스맨>의 제작자 중 한명이 바로 현재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다)

이번에 개봉되는 신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는 오리지널 3부작+프리퀄 멤버를 모두 아우르는, 이른바 '어벤저스' 급 대규모 물량 공세로 다시 한 번 <엑스맨> 열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신작 개봉에 앞서 복습 차원에서 지난 14년간 진행된 그들의 이야기를 되돌아 보자.

(기자 주- 이전 영화들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엑스맨>, 위대한 슈퍼 히어로 영화의 첫 발자국

 영화 '엑스맨' 포스터

영화 '엑스맨' 포스터 ⓒ 20세기 폭스

애초 <엑스맨>은 미국 코믹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만화 중 하나였다. 탄탄한 원작 팬 층이 구축된 반면, 워낙 방대한 이야기와 수많은 등장인물이 그려진 탓에 영화화하기 만만찮았고, 그런 만큼 제작 과정 역시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유주얼 서스펙트>로 돌풍을 몰고 온 신예 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선택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결과는 대성공.(2000년 개봉)

특히 마초적인 매력을 보여준 <엑스맨> 최고 인기 캐릭터 '울버린' 휴 잭맨의 등장은 가장 큰 흥미로움을 선사했다.(당초 울버린 역으로 고려된 인물은 역시 호주 출신의 배우 러셀 크로우였다.)  

'돌연변이 vs 인간'의 대결 구도와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워트 분) vs 매그니토(이안 매켈런 분)'로 양분된 돌연변이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무리 없는 이야기 전개와 함께 그려졌고, 당시로선 혁신적인 CG 영상을 선보이며 <엑스맨>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기에 충분했다.

인간이 배척하는 돌연변이를 통해 그 무렵 미국 사회의 여러 집단들(동성애자, 유색인종 등)의 차별 문제도 은유적으로 녹여 내면서 단순히 10대 어린 친구들의 전유물인 슈퍼 히어로 만화의 영화화를 넘어선, 충분히 다양한 주제와 의미를 담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 바로 <엑스맨>이었다.

<엑스맨2>, 위대한 속편의 등장

 영화 '엑스맨 2' 포스터

영화 '엑스맨 2' 포스터 ⓒ 20세기 폭스 코리아

최근 영화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건 프리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지만, 가장 원작 코믹스의 맛을 잘 살려냄과 동시에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준 건 2편 <엑스맨 2>였다.(2003년 개봉)

윌리엄 스트라이커 장군(브라이언 콕스 분)으로 대표되는 인간들의 돌연변이 퇴치 작전과 이를 막기 위한 엑스맨들의 처절한 저항을 다루면서 울버린의 숨겨졌던 과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2시간여 동안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며 전작을 능가하는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 가장 막강한 초능력을 지녔던 진 그레이(팜케 얀센 분)의 죽음이 그려지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하지만 본작을 끝으로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브라이언 싱어는 3편 대신 <슈퍼맨 리턴스>를 연출하기 위해 <엑스맨>과 결별, 이 돌연변이 영화는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하고 만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 이게 정말 최선의 마무리였나요?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 포스터

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 포스터 ⓒ 20세기 폭스 코리아

폭스가 새롭게 <엑스맨>의 선장으로 영입한 인물은 브렛 레트너. 당시 <머니 토크>, 성룡의 대히트작 <러시 아워> 시리즈로 코미디+액션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흥행작을 선보였던 터라, 1편 브라이언 싱어 선정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2006년 개봉)

이전 1, 2편을 통해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미스틱(레베카 로미즌 분)은 별다른 활약 한 번 보여주지 못하고 큐어(돌연변이 치유제) 한방 맞고 평범한 인간이 되고 말았고, 또다른 초능력 돌연변이 로그(안나 파퀸 분)는 그저 단순한 삼각관계의 '민폐녀' 수준으로 전락했다. 악의 화신 다크 피닉스로 부활한 진 그레이 역시 전작들에 비해 밋밋한 성격으로 그려내면서 원작 팬들은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게다가 역대 <엑스맨> 코믹스 중 걸작으로 손꼽히는 <다크 피닉스 사가>(1980년 발행)를 원작으로 제작된 점을 감안하면 해외 마니아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엑스맨>의 인기 캐릭터들의 매력을 허망하게 날려버린 탓에, <엑스맨: 최후의 전쟁>은 역대 <엑스맨> 시리즈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뒀음에도 고정팬들의 만만찮은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더군다나 1, 2편의 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만든 <슈퍼맨 리턴스>의 흥행 부진 덕분에 팬들의 아쉬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 영화를 끝으로 오리지널 3부작은 막을 내렸고, 스핀오프 격인 시리즈 <울버린>을 통해 <엑스맨>은 새롭게 명맥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과거 이야기 통해 새로운 방향 제시


 영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포스터

영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포스터 ⓒ 20세기 폭스 코리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엑스맨>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년 개봉)는 이전 3부작에서 다뤄진 돌연변이들의 이전 청년 시절(1960년대)을 색다른 감성으로 그려낸 매튜 본 감독(<킥 애스> 연출)의 역량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특히 1960년대 쿠바 위기라는 역사적 사건과 연결시킨 전개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톱 스타로 발돋움한 제니퍼 로렌스, 마이클 패스빈더, 제임스 맥어보이, 니콜라스 홀트의 등장은 <퍼스트 클래스>가 만들어낸 멋진 결과물 중 하나였다.

비록 흥행 성적은 <울버린>을 포함한 전체 시리즈 중 돋보이는 액수가 아니었지만, 영화팬들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이는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번외편 1 - <엑스맨 탄생: 울버린>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 포스터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 포스터 ⓒ 20세기 폭스 코리아

<엑스맨> 시리즈 최고의 인기 캐릭터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그린 첫 번째 스핀오프 영화로 가빈 후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2009년 개봉)  <엑스맨> 이전의 울버린 이야기를 그린, 어떤 의미에선 또다른 <엑스맨> 프리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변함 없이 휴 잭맨이 울버린으로 등장하여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고 형 빅터(리브 슈라이버 분), 젊은 윌리엄 스트라이커 장군(대니 휴스턴 분) 등과의 대결 구도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다니엘 헤니의 악역 변신도 이채로움을 더했다.

물론 작품 평가에 있어선 성공적인 <엑스맨> 1, 2편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기존 영화 속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독자적인 프랜차이즈 영화로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본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오리지널 3부작나 원작 코믹스 속에선 동일 인물임에도 이 영화에선 관계 설정이 전혀 다르게 구축되어 영화를 보는 동안 자칫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가령 빅터와 1편에 등장한 세이버투스는 코믹스에선 동일 인물이지만, 여기선 전혀 다르게 그려졌다)

한편 본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또다른 캐릭터 데드 풀(라이언 레이놀즈, 스콧 애드킨스 분)은 향후 새로운 <엑스맨> 스핀오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번외편 2 - <더 울버린>

 영화 '더 울버린' 포스터

영화 '더 울버린' 포스터 ⓒ 20세기 폭스 코리아

<더 울버린>은 역대 <엑스맨> 시리즈 중 국내 흥행만 놓고 보면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2013년 개봉)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무라이 액션에 치중하다보니, 여기에 거부감을 느낀 한국 관객들의 외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프랭크 밀러 원작 코믹스의 흐름에 충실했던 점을 감안하면 나름 이해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어쨌거나 울버린의 또다른 과거(2차대전 참전) 이야기와 더불어 '불사의 신'처럼 보였던 울버린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는 내용은 나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등장하는 쿠키 영상은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와 연결되는 터라 "본편 이상의 흥미진진한 쿠키 영상"이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한편 본작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2017년 개봉 예정인 <울버린> 3편도 담당할 예정이다. 물론 주연은 당연히 휴 잭맨.

 역대 '엑스맨' 시리즈 흥행 성적표

역대 '엑스맨' 시리즈 흥행 성적표 ⓒ 김상화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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