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인질범으로 특별출연한 최우식.

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인질범으로 특별출연한 최우식. ⓒ SBS


대학에 가는 이유는 뭘까. IMF를 겪은 부모세대는 20대에게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 말했다. 불안정한 고용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그 고통이 얼마나 쓰린지 알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현 20대는 '입시대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대학진학을 목표로 10대를 살아왔다. 어느 과에 진학해서 어떤 직업을 가질지에 대한 고민은 차후 문제라는 것이 어른들의 지도였다. 그래서 부작용이 생겼다.

15일 방송된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이하 <너포위>)에 등장한 인질범 최우식(최우식 분)이 그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는 홀로 분식집에서 밥을 먹다 비참한 상황과 사람들의 무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분식집을 가스로 가득 채우고 칼과 라이터를 들고 '다 같이 죽자'며 인질극을 벌인 것. 그는 형사에게 자신을 해고시킨 회사 사장의 사과를 요구한다.

최우식이 인질극을 벌인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그는 마지막에 말한다. 자신의 진짜 목적은 '재고용'이라고. 그가 재고용을 원하는 이유는 돈이다. 그의 목적은 학자금 대출 상환과 부모에게 떳떳한 자식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진학한 대학이 우식에게 범죄의 시작점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최우식은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면서도 꼭 대학에 가야 했을까. 요즘 20대들은 목적도 이유도 없이 대학에 밀려든다. 내 꿈도 모른채 대학에 갔지만, 대학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바삐 살아갔지만 졸업 후 남은 건 학자금 대출 빚, 졸업장 그리고 수 백장의 이력서다.

 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최우식(최우식 분)을 무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강남 여고생들.

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최우식(최우식 분)을 무시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강남 여고생들. ⓒ SBS


하지만 우식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문제였다.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회사는 일방적으로 그를 해고했다. 그래도 남은 화장품 재고라도 챙겨들고 혼자 끼니를 떼우며 이악물고 버티고 있는 우식에게 무시의 시선이 꽂힌다.

극 중에서 강남 여고생들은 '고작 필요한게 돈이냐'며 그를 무시했고, 식당 이모는 단골임에도 귀찮은 손님으로 대한다. 심지어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는데도 맨손으로 음식을 뒤적여 머리카락을 꺼내고 사과 한마디 없이 뒤돌아섰으니.

주방이모가 힘든 우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넸더라면, 아이들이 그에게 하찮은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면 그는 인질범이 되진 않았을 거다. 결국, 우식을 인질범으로 만든 건 그 자신보다도 주변 사람들이다.

이런 우식의 모습에 마음이 쓰렸다. 공감 가면서도 '내 미래가 저럴지 몰라'라는 불안감도 생겼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지 않나. 그렇다해도 우식과 비슷한 미래를 맞는 20대들이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 그런 만큼 <너포위>가 네 명의 형사를 통해서라도 희망적인 20대의 모습도 보여줬으면 한다.

복수에만 눈이 먼 은대구(이승기 분), 꿈은 좌절됐지만 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어수선(고아라 분), 꿈을 찾아 이리저리 전전하는 박태일(안재현 분), 오직 안정적인 공무원이 꿈인 지국(박정민 분). 이들의 꿈 찾기를 지켜보는 것은 앞으로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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