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원정대 일단띄워>의 장면들.

의 장면들. ⓒ SBS


일방 통행 고정된 채널을 가진 방송에게 쌍방향 다채널의 SNS의 바다는 넘어가야 할 파고 처럼 보이나보다. 잊을만하면 SNS를 기반으로 한 예능이 출사표를 던진다.지난 9일 SBS를 통해 방영된 <SNS 원정대 일단 띄워>가 그 예다.

그간 야심차게 SNS와 결합을 시도한 예능이 몇몇 있었다. 케이블 채널 tvN을 통해 선보인 <공유TV 좋아요>가 그 선두 주자다. 제목에서부터도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따온 것처럼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야기들을 각 패널들이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말이 SNS지, 마치 <화성인 바이러스>의 속편같았던 프로그램은 마치 20세기 사람들이 21세기의 문물을 바라보는 듯했으며 정작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는 내용을 적절하게 시의적으로 TV 속으로 끌어들여 관심을 끄는 것에는 실패한 채 조용히 사라졌다.

시험방송에서 최근 정규 방송으로 편성된 SBS <매직 아이>의 경우는 SNS는 아니더라도최근 인기인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를 활용한 경우다. 정규 방송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토크의 나머지 부분을 자신들이 만든 팟캐스트를 통해 방영하고, 실시간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앞서 언급한 두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요즘 방송 내용을 SNS에 올려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검증받고자 하는 경우는 이제 더 이상 희귀한 사례가 아니다. 하지만 정작 SNS를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라는 지점에서 지금까지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왔다. 쌍방향과 일방적이라는 SNS와 TV 매체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형식적이었던 것이다.

SNS가 프로그램을 이끌기 시작하다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겠지만 <SNS 원정대 일단 띄워>는 그 형식적 적용의 틀에서 진일보한 성과를 보인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세계 여행을 하는 이 프로그램의 가이드는 다름 아닌 SNS다. 출연자들이 각자 자신의 SNS에 여행에 필요한 숙소, 가볼만한 여행지, 먹거리에 대한 질문을 띄우고 거기에서 나온 팔로어들의 답을 따라 여행을 하는 형식이다.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브라질을 여행하기 위해 모인 오만석, 김민준, 정진운, 서현진, 오상진, 박규리는 출국 직전 자신들이 머무를 숙소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그것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SNS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작진의 통보를 듣는다. 허겁지겁 각자의 숙소를 수소문하던 출연진은 선뜻 자신의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제공하겠다는 브라질 사람을 조우한다.

현재 브라질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 출연진들은 공항을 나서기까지 의구심을 가졌지만 정작 숙소를 제공한 당사자 기레미씨가 한국어가 유창한 '친한파' 브라질인이며 그의 아파트가 생각 외로 넓고 편안하자 놀라기도 했다.

아파트만이 아니다. 난생 처음 가본 브라질에서 출연진들을 인도한 것은 정말 SNS였다. 전통 시장이며 음식들을 친절하게 소개해 준 것도, 통역과 가이드를 구해준 것도 바로 SNS 덕이었다. 출연진 중 K팝 스타인 정진운과 박규리는 가는 곳마다 그들이 이곳에 와있다는 소식을 들은 현지 팬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무모해 보였던 SNS를 기반으로 한 여행은 점차 자유로운 유영으로 바뀌어 갔다.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을 제작진을 두고 미지의 나라에 긴장하던 출연진들은 현지에서 마치 요술 방망이처럼 원하는 것을 다 알려주는 SNS에 감동하며 여행의 묘미를 즐기기 시작했다.

<SNS 원정대 일단 띄워>는 실시간으로 자신들의 여행을 공유한다. 인터넷 상의 내용을 소개한다던가 자신의 영역을 인터넷과 나눈다는 형식적 연장이 아닌 프로그램 자체를 SNS의 바다에 띄운 것. 적어도 첫 회로 보자면 SNS라는 소재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나 소개서의 도움을 최소화한 채 SNS만으로 가능한 여행은 분명 21세기에 가능한 신기한 여행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SNS 원정대 일단 띄워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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