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 두 가지를 손꼽으라 하면 개와 고양이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개가 기분 좋아서 꼬리를 치켜들고 흔드는 것을 고양이는 정반대의 신호로 받아들인다. 개가 주인에게 순종적이라면 고양이는 주인에게 복종하기보다는 고유한 개성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도도한 반려동물이니 말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레미제라블>, 내년에 한국 관객에게 선보일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캣츠>는 한 무리의 고양이가 젤리클 무도회를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이번 <캣츠>는 한국 배우들이 아니라 오리지널 팀이 6년 만에 내한해 선보이는 것이다.

오리지널 팀의 '한국어' 사랑...'메모리'를 한국어로 듣다니

캣츠 오리지널 공연 중 한 장면

▲ 캣츠 오리지널 공연 중 한 장면 ⓒ 설앤컴퍼니


캣츠 오리지널 공연 중 한 장면

▲ 캣츠 오리지널 공연 중 한 장면 ⓒ 설앤컴퍼니


젤리클 무도회에 참가한 고양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게 있다. 그건 '올해의 젤리클 고양이'가 되는 것. 젤리클 고양이로 선택된 고양이는 '헤비사이드 레이어'(고양이의 천국)로 올라갈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그 전에 누가 무슨 고양이인가를 알아야 할 터. <캣츠>는 가장 오래 살아온 선지자 고양이를 비롯하여 악당 고양이, 반항아 고양이, 극장 고양이, 부자 고양이 등 다양한 고양이의 사연을 짤막한 옴니버스 방식으로 나열한다.

이렇듯 고양이가 춤추고 뛰노는 뮤지컬이기는 하지만 늘그막의 정서도 곧잘 눈에 띄는데, 그리자벨리와 거스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살펴볼 수 있다. 거스는 왕년에 잘 나가던 은막의 스타지만 지금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왕년의 스타 고양이다. 젊었을 때에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그리자벨리는 젤리클 고양이 무리에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들어오지 못하고 젤리클 무도회 주변을 배회하며 노래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뮤지컬의 백미는 젤리클 무도회에 참여한 고양이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젤리클 무도회 주변에 머무르는 이방인 그리자벨리를 통해 맛볼 수 있다. <캣츠>의 대표 넘버 '메모리'를 젤리클 고양이가 아니라 그리자벨리가 부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뽐내도 객석에 불빛이 들어올 때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이 하나도 없다면 반쪽짜리 뮤지컬일 터, <캣츠>의 넘버 '메모리'는 아무리 뮤지컬 문외한이라 해도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보았을 법한 친숙하면서도 감동적인 곡이다.

특히 이번 내한공연에서 이채로운 점은 2장에서 그리자벨리가 아닌 젊은 고양이가 '메모리'를 부를 때 한국어로 1소절을 부른다는 점이다. 작년 <애비뉴Q>에서 '29만원 대통령'이 대사에 등장한 것처럼 한국 관객을 배려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재밌었어" 하는 대사 역시 한국어로 발음함으로써 관객의 폭소를 유도한다.

'캣츠'의 고양이들에게는 말을 걸어도 소용 없다

캣츠 오리지널 공연 중 한 장면

▲ 캣츠 오리지널 공연 중 한 장면 ⓒ 설앤컴퍼니


숫기 없는 관객이라면 인터미션 때 관객에게 장난치는 외국 배우들 때문에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인터미션 때 "꺅!' 하는 여자 관객의 비명이 객석 곳곳에서 터지는데, 그건 통로에 있는 외국 배우들을 보지 못하고 관객이 객석으로 들어오다가 외국 배우의 장난에 소스라치게 놀라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도 이들이 대답하지 않는 것 또한 <캣츠>의 불문율이다. 그 어느 나라 공연을 가더라도 배우들은 사람의 언어로 관객에게 반응하지 않는다. 뮤지컬의 제목 그대로 '고양이'는 사람의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캣츠>는 세계 4대 뮤지컬이면서 동시에 댄스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춤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아크로배틱과 재즈 댄스는 기본이요, 바퀴벌레와 탭댄스를 추는 1막의 탭댄스는 <싱잉 인 더 레인>과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댄스를 위협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와 함께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를 연상케 만드는 이름을 가진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는 2막에서 우아한 발레 회전 동작인 '피루엣'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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