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랭크>의 포스터

영화 <프랭크>의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영화 <비긴 어게인>이 잔잔한 반향을 얻고 있는 요즘, 또 다른 음악 영화 한 편이 한국 관객을 찾았다. 지난 8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통해 선보였던 <프랭크>가 바로 그 주인공.

그런데 이 영화, 뭔가 특이하다.

평범한 직장인 존(돔놀 글리슨 분)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악곡을 시도하는 아마추어 음악인이다. 하지만 딱히 재능은 없어 몇 마디 멜로디와 가사를 만드는데도 힘겨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인디 밴드 소론프로프브스에 키보드 연주자로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들은 예측 불허의 멜로디와 기괴한 전자 사운드, 이해 안 되는 가사 등 실험적인 성향의 음악을 추구하는 팀이었고, 밴드의 리더 프랭크(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평상시에도 대형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기이한 인물이었다. 

음반 녹음을 위해 아일랜드 시골 숲의 집을 빌려 단체 생활을 시작한 소론프로프브스 멤버들 몰래 존은 녹음 과정을 트위터,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한다. 시간이 갈수록 존이 올린 영상은 인기를 얻고. 급기야는 미국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에 초대받는다. 

드디어 유명해질 기회를 얻게 되지만, 이로 인해 흔들리는 프랭크와 멤버들은 갈등을 빚는다. 결국 프랭크와 존은 단둘이 공연을 치러야 할 상황에 놓인다. 소론프로프브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프랭크>의 한 장면

영화 <프랭크>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유쾌함 속에 스며든 가면 속의 어두움

극 중 존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멤버들은 식사는 물론 샤워할 때조차 가면을 벗지 않는 프랭크를 음악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한다. 고주파 전자음만 고집하는 또 다른 멤버 클라라(메기 질렌할 분)을 비롯한 이들은 가장 '정상'인 존을 배척하고 경계한다.

영화는 예측하기 힘든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때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그들만의 숨겨진 아픔이 있다.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대형 가면은 자신의 재능을 현실의 벽에 막혀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어둠에 몸을 숨겨야 하는 오늘날의 청춘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상징물이 아닐런지.  결국 가면은 프랭크만이 아니라 세상과 단절된 나머지 멤버들에게도 마찬가지 역할을 하는 도구였다.

프랭크에게선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결성 초기 리더였지만 자신의 음악적 광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일찌감치 팀을 탈퇴, 사라지고 말았던 시드 배릿(1946~2006)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두 시간 가까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목소리와 행동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잡아끄는 묘한 마력을 발휘했다. 특히 극의 막바지, 비로소 가면을 벗은 프랭크가 그간 겪어왔던 고통이 충분히 보는 이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클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관찰자적 입장에서 등장인물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돔놀 글리슨은 전작 <어바웃 타임> 못지않게 순박하지만 귀여운 캐릭터로 친근함을 선사했고, 까칠한 성격의 여성 멤버 역을 맡은 메기 질렌할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프랭크>는 다른 음악영화처럼 극 중 음악인, 밴드의 성공담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삽입곡마저도 <비긴 어게인>처럼  말랑말랑하지 않다. '이게 노래야?'라는 반응도 충분히 나올 만큼 괴상한 가사와 사운드로 중무장했다. 비록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결말을 예측할 수 있지만, 영화는 결코 뻔하지 않은 과정을 통해 등장인물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마무리된다.

이것이 <프랭크>가 선사하는 미덕이자 관객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영화 <프랭크>의 한 장면

영화 <프랭크>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프랭크>, 알고 보니 실화?
<프랭크>는 실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은 아니다.  

<프랭크>는 영국에서 활동했던 인기 코미디언 크리스 시베이(1955~2010)의 인기 캐릭터인 프랭크 사이드버텀을 모티브로 꾸며졌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한 존 론슨은 실제로 1980년대 후반 프랭크 사이드버텀의 키보디스트로 활동했던 전직 음악인 출신의 작가다.(후일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초민망한 능력자>들의 원작자이기 하다.)

하지만 <프랭크>는 실제 크리스, 아니 프랭크 사이드버텀의 실화와는 무관하다. 대형 탈을 쓴 음악인과 무명의 청년 키보디스트라는 2명의 등장인물, 그리고 실제 크리스가 사용했던 가면의 디자인 정도만 빌려왔을 뿐이다. 프랭크 사이드버텀의 인기 순위는 상위권이 아니었지만, 방송 활동 외에도 종종 발표했던 코믹송 중심의 음반 역시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10년 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땐 그를 좋아했던 팬들을 중심으로 '프랭크 사이드버텀 1위 만들기'의 분위기가 SNS 등을 통해 이어지기도 했다. 비록 60위권에 머물긴 했지만 그가 부른 'Guess Who's Been on Match of the Day?'가 뒤늦게 UK 싱글 차트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영국 현지에선 <프랭크>와 별도로 크리스 스베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잉 프랭크 : 더 크리스 시베이 스토리>도 제작, 올 상반기 개봉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프랭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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