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호가 두 번째 시험 무대에 나선다.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진행한다.

슈틸리케의 실험... 오늘도 통할까

대표팀은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10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바 있다. 데뷔전임에도 예상을 깨고 파격적인 선수 구성을 선보인 슈틸리케호는 강한 압박과 한 박자 빠른 공격이 돋보였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른 독일형 '티키타카'(스페인 어로 '탁구공이 왔다갔다 한다'는 뜻으로 짧은 패스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의 한국판 버전을 보는 듯했다.

 피파랭킹 15위, 화려한 전적... 코스타리카 전 난항 어떻게 돌파할까

피파랭킹 15위, 화려한 전적... 코스타리카 전 난항 어떻게 돌파할까 ⓒ wikimedia

지난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은 기존의 스페인식 티키타카에 강한 압박과 역습을 덧입혔다. 스페인의 몰락으로 티키타카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드물게 생존한 팀이 바로 독일이었다.

당시 독일은 짧은 패스에 의한 점유율 축구와, 긴 패스와 제공권을 활용한 킥 앤 러시(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한 번에 센터포드로 연결하는 전술)에 가까운 선 굵은 축구, 이 두 가지 색깔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팀이기도 했다. 독일 출신으로 자국 유소년 대표팀을 지도하기도 한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현대 축구의 트렌드에 한국 축구만의 고유한 장점을 결합해서 최적의 색깔을 찾아내는 실험을 시도하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코스타리카는 지난 월드컵에서 '압박과 속공'이라는 트렌드를 유행시킨 대표적인 팀 중 하나다. 죽음의 조로 꼽힌 조별 리그에서 월드컵 우승국인 이탈리아와 우루과이를 잇달아 격침하며 8강까지 올랐고, 네덜란드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는 등 대회 최고의 돌풍을 주도했다. 스리백을 통한 강력한 압박, 측면을 활용한 빠르고 정교한 역습 등은 세계적인 강호들도 고전을 면치 못할 만큼 정교한 조직력이 돋보였다.

아쉽게도 '북중미의 다크호스'로 그쳤던 코스타리카는 지난 월드컵 이후 FIFA 랭킹이 15위로 수직 상승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피파 랭킹이 63위까지 떨어진 한국과는 엄연한 위상 차이가 있다.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여 스타로 떠오른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레알 마드리드), 주포 조엘 캠벨(아스널), 브라이언 루이스(풀럼) 등 당시 주력 선수들은 이번 한국과의 평가전 선수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는 지난 파라과이 전 보다 한 수위의 상대가 될 전망이다.

후반 체력 저하 개선이 관건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 전에 이어 코스타리카 전에서 최대한 많은 가용 자원을 투입하며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파라과이 전에서는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비주전급으로 분류됐던 남태희, 조영철, 김민우, 김진현 등이 선발 투입되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짧은 훈련 기간에도 슈틸리케 감독이 요구하는 강한 압박과 유기적 움직임이 잘 살아난 모습이었다. 이전 대표팀과 차별화된 '건강한 경쟁' 체제의 회복은 기존 주전급 선수들에게도 위기 의식과 동기 부여를 안겨준 좋은 자극이 됐다.

 슈틸리케 호의 실험, 오늘도 통하나

슈틸리케 호의 실험, 오늘도 통하나 ⓒ wikimedia

반면 후반 체력 저하는 보완해야 할 약점으로 지적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 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수비진의 움직임에는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파라과이 전 전반에 한국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다양한 방향 전환을 통해 창의성 있는 패스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반 들어 선수들이 볼 관리 미숙으로 상대에게 공격권을 자주 빼앗기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위험한 순간이 나오기도 했다. 체력 저하와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요구하는 '점유율+역습'축구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90분 내내 안정적인 압박과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은 필수다.

골 결정력도 코스타리카 전이 진정한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파라과이 전에서 전반 두 골을 넣었지만 많은 찬스에 비해 골 결정력은 다소 부족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6-3으로 이길 만한 경기였다"고 평가하며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해 아쉬워했다. 파라과이 전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날리며 아쉬움을 줬던 이동국과 손흥민은 코스타리카 전에서 분발이 기대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동국은 대표팀의 유일한 정통 원톱형 공격수로서 제공권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와 마무리 역할이 기대된다. 현재 대표팀 멤버 중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골 맛(2000년 2월 북중미 골드컵)을 본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시차 적응 및 배려 차원에서 출전 시간을 조절한 손흥민은 특유의 빠른 돌파와 역습으로 측면에서 한국 공격을 책임질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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