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금요 예능 <삼시세끼>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거 시작부터 뭔가 당황스럽다. 여기저기 조금씩 삐걱거리는 느낌이다. 먹방이라기엔 엄청나게 부실한 음식들, 힐링이라기엔 너무나 강력한 이서진의 투덜거림이 기다리고 있는 예능. 그렇다고 아기자기함을 뽐내는 육아예능도 아니고, 외국인이 등장하지도 않는, 도대체 이 예능에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기대해야 할까?

'삼시세끼' 공식 포스터.

▲ '삼시세끼' 공식 포스터. ⓒ tvN


미숙하기 짝이 없는 두 남자의 두메산골 적응기 성공할 수 있을까

써먹을만한 포맷은 이미 다 나왔다는 요즘의 예능 판도에서는 좀처럼 신선한 것을 만나기도 힘들거니와, 그중에 옥석을 가려내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종류 또한 크게 보면 육아, 여행, 신변 잡기, 그리고 최근 트렌드인 외국인 예능 등 몇 개 유형만이 반복되고 있다.

분명 성공 공식이 있는 듯한데, 딱히 뭐라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전체적 재미는 떨어져도 특정 출연자들로 인해 시청률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분명 뻔한 포맷과 출연진임에도 제작진의 역량에 따라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성공 공식을 역설하기에는 모두 애매한 측면이 있으며, 함부로 따라 하기에도 위험부담이 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삼시세끼>는 어느 부분에서 성공 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삼시세끼>는 <1박 2일>의 성공 이후 tvN <꽃보다>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킨 나영석 피디의 신작이며, <꽃보다 할배>의 짐꾼 이서진과 그의 파트너인 옥택연이 주인공이다. 달랑 두 사람만이 출연하는 예능, 말만 들어도 저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여니 예상대로 심심하기 짝이 없다. 느닷없이 심심산골에 들어와 삼시 세끼를 해결해야만 하는 두 남자의 '먹방 아닌 먹방'이라니. 인해전술의 예능에 익숙해진 많은 이들에게는 이거 뭔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삼시세끼>가 먹방 기능에 충실한 것도 아니다. 도시생활에 젖은 두 사람에게 시골의 살림살이들은 다루기 힘든 애물단지일 뿐이며, 엉성한 몸놀림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예상대로 영 신통치 않다.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퍽퍽해 보이는 수수밥이며, 온갖 것들을 부어 끓여낸 찌개류도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예능, 이서진의 예상대로 과연 '망한', 혹은 '망할' 것일까?

'삼시세끼' 이서진, 이 남자의 투덜거림은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큰 힘이다.

▲ '삼시세끼' 이서진, 이 남자의 투덜거림은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큰 힘이다. ⓒ tvN


<꽃보다> 시리즈와의 유기적 연계, 단순하지만 신선함 묻어난 기획

그저 삼시 세끼만 해결하면 된다는 것. <삼시세끼>의 미션은 언뜻 무척 간단해 보인다. 조건이라면 집 주변의 재료만을 사용하라는 것 정도다. 주변이라야 너른 뜰과 채소밭 정도뿐인데, 이게 과연 예능이 될까라고 의심하는 사이, 이서진은 '이거 백퍼센트 망하는 프로'라고 자조적인 탄식을 내뱉는다. 출연자와 시청자의 예상이 일치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늘 불평을 늘어놓는 입과는 다르게 바삐 몸을 움직이거나, 망한다면서도 망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서진의 모습은 때로 애처롭기까지 하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서진만의 독특하며 조금은 괴상한(?) 예능감은 이 프로그램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의 투덜거림은 실상 프로그램을 지배하는 큰 축이다. '망할 것이다', '재미없다' 등의 독설이 프로그램을 빛내다니,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이서진은 제작발표회에서 '이거 망하면 나 피디, 나랑 같이 죽자'고 했다니, 이거야말로 반전과 역설의 묘미라 하겠다.

<꽃보다 할배>를 본 사람들이라면, <삼시세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우연히 이서진의 요리 솜씨를 발견한 나영석이 넌지시 프로그램을 제의한 바 있고, 그것이 마침내 실행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말이다. 과정이 적나라했으니, 시청자들은 마치 이 예능의 기획 회의에 참석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이 예능은 마치 <꽃보다> 시리즈의 연장선 같기도 한데, 선정된 게스트들의 면면은 그 느낌을 더한다. <꽃보다 누나>의 윤여정은 첫 회의 손님으로 출연하여 '나영석은 사기꾼이다'라는 말로 큰 웃음을 주었는데, 그것은 여행을 함께 한 이들 간에 충분히 오갈 수 있는 신랄하지만 친근하며 애정 어린 디스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주의 손님들은 신구, 백일섭이다. 아마도 그 다음 주의 게스트는 또 다른 <꽃보다> 시리즈의 동반자들이 아닐까. 뭔가 큰 원 안에서 여러 프로그램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느낌. 그래서 <삼시세끼>는 마치 긴 여행 후의 뒤풀이 만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밥상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밭에서 수확한 상추 몇 장, 고추 몇 개, 그리고 가마솥 밥과 된장, 잡탕 찌개 등이 전부다. 만일 고기를 먹게 된다면 이서진과 옥택연에게는 더욱 많은 수수를 거둬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미션,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보드게임의 룰 같기도 하다.

이서진과 옥택연의 조촐한 '자연 밥상'에 초대된 손님들은 과연 어떤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낼까. 그리고 손님들이 돌아간 후, 뼈 빠지게 수수를 수확해야만 하는 그들의 고생담은 또 어떨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과연 이 예능이 망할까 아닐까의 여부가 되겠다. 농담이지만, 그야말로 누군가의 생사가 달려 있는 일이니 말이다. <삼시세끼>,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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