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지난봄, 가수 시와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공연장에서 한편에서 파는 CD로부터 시작된 기획이었다. '나오지 않은 음반을 미리 홍보해서 팔아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된 것. 소규모 공연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그동안 만들었던 곡을 들려주며 "이 노래가 실릴 새 음반을 미리 사 달라"고 선판매했다.
이렇게 모인 돈으로 3집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를 만들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은 덕에 할 수 있는 시도였다. 음반의 표지에는 자신을 '후원'하거나 자신에게 '투자'해준 이들의 이름을 실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앨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정작 발표하고 나서도 할 일은 남아 있었다. 명단과 주소록을 정리해서 CD를 보내는 것까지 온전히 시와의 몫이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작업...노력은 엄청 했죠"
정규 3집은 시와가 그동안 일상에서 느낀 감성을 담은 10곡으로 채워졌다. 평범한 하루일 수도 있지만, 감정의 폭이 다른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고. 구상하는 단계에서는 어렵게 운을 뗐지만, 곡을 완성하는 과정은 비교적 수월했다. 시와는 "무엇보다 편곡이 힘들었다"면서 "보컬과 하프만으로 구성한 '겨울을 건너', 탱고의 리듬을 차용해서 완성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를 편곡하는 데 특히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시와는 편곡을 맡은 박용준과 정현서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노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노래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시와는 "편곡하는 과정에서 원래 의도에 더 좋은 것이 많이 얹어진 것처럼 표현돼서 좋았다"고 뿌듯해했다. 8곡은 시와가 썼고, '나무의 말'은 이규호가, '나의 전부'는 정현서가 선사했다.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놓은 시와는 "신곡을 듣고 '어울릴 것 같다'고 곡을 주셨다. 자연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번 음반에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플루트, 하프 등 클래식 악기의 소리가 시와의 목소리와 어우러진다. "현악기 연주와 함께 할 때는 밴드와 달리 처음부터 명확한 그림을 정해놓게 된다"고 털어놓은 시와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작업하는 것을 추구한다"면서 "위는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아래는 물살이 센 경우도 많듯이 나 또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 떠있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오리나 백조처럼 노력한다"고 했다.
"공연장서 터진 박수 소리에 격려 받아...그게 공연의 매력"
시와는 지난 2006년부터 음악을 업으로 삼았다. 그가 느끼는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 카페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린 시와는 "음악을 통해 어느 상황을 떠올리듯이, 음악은 함께 했던 시간의 기억을 불러오거나 내가 가보지 못 했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면서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것이 음악의 가장 큰 힘이자 매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시와는 "음악이 좋고,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언젠가 공연을 하는데 노래를 마치고, 박수 소리가 평소보다 길더라고요. 의례적으로 치는 박수가 아니라 마치 저를 격려하는 것 같았어요. 위로를 받았죠. 그래서 공연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누가 내 노래와 이야기를 귀 기울여서 듣는 거니까 그 자체가 좋아요. 제 활동은 늘 공연으로 시작해서 공연으로 끝나요. 오히려 공연이 없으면 기운이 없죠. 관객 앞에서 노래하면 기운이 나고, 뿌듯함을 느껴요."시와는 오는 21~22일, 28일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콘서트를 연다. 그동안 3집을 열심히 만들며 팬들과의 약속을 지켜낸 시와는 이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예전보다 목소리가 조금 더 두터워졌다"는 시와는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라는 앨범 제목처럼 내 노래를 듣는 분들도 머무름 없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