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목숨>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목숨> ⓒ CGV아트하우스, 필라멘트픽쳐스


연말을 맞은 극장가에 다큐멘터리 돌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마다 흥행 기준선인 1만 관객은 기본으로 넘기고 있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개봉한 <만신>을 제외하고는 상반기에 흥행한 다큐멘터리가 얼마 안 된다는 점에서 잇따른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선전은 주목되고 있다.

흥행하는 다큐들은 작품성이나 완성도가 높거나 감동을 안겨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입소문이 퍼지는 모습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목숨>, <누구에게나 찬란한>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작품에 대한 정치·사회적 논란도 흥행에 어느 정도 작용하는 분위기다. 논란 과정에서 작품의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레 노이즈 마케팅이 되고 있어서다.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과 상영할 경우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예고를 받은 <쿼바디스> 등이 비슷한 사례다.

소재 면에서도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기본이기도 한 정치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 외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거나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휴먼다큐도 최근의 흥행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다큐 흥행 기록 기대 높이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개봉 다큐 중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27일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개봉 1주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 개봉 11일째인 7일 하루 5만 4천을 기록하며 누적 관객 24만으로 20만 관객을 넘어섰다. 주말에만 10만에 가까운 관객이 극장을 찾으며 올해 독립영화에서 가장 주목받은 <한공주>의 22만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독립다큐멘터리 진영이 들뜨고 있을 만큼 무서운 흥행기세다.

특히 2주차 관객이 개봉 첫 주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며 흥행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20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600~700회 상영이 이뤄지고 있어 상영조건은 좋지 않지만 50%가 넘는 높은 좌석점유율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1000회 이상 상영을 보장받은 상업영화들을 밀어내는 분위기다. <워낭소리> 초반 기록을 한참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기록을 수립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개봉한 <목숨>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개봉 4일 만에 1만 7천 관객을 넘어서며 2만 돌파를 눈앞에 누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그린 <목숨>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일상을 담담하게 비추는 작품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며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개봉과 함께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데 성공했다.  

다큐멘터리 흥행의 신호탄을 쏜 <다이빙벨> 역시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멀티플렉스가 끝까지 외면하고 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영 독립영화관인 인디플러스의 상영마저 막고 있는 최악의 조건에서 이상호 감독은 연일 관객들과의 만남을 쉬지 않고 있다. 대관 상영도 어려울 정도지만 7일 현재 누적 관객이 4만 5천에 다다르고 있어 이달 중 5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 6일 개봉한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개봉 한 달이 지났지만 단체 관람이 늘면서 1만 8천에 육박하고 있다. 상영조건이 좋지는 않지만 잘 만들어진 축구 다큐라는 평을 들으면서 축구동호회나 유소년 축구팀들은 반드시 봐야할 영화가 됐다. 덕분에 단체 관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일에는 체육정책 마련에 큰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특별상영이 이뤄지기도 했다.

 1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

1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쿼바디스> ⓒ 단유필름


10일 개봉하는 <쿼바디스>는 이런 다큐 흥행 흐름을 이을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다. <트루맛쇼>와 <MB의 추억> 등의 풍자성 영화를 흥미 있게 만든 김재환 감독이 이번에는 한국 기독교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쿼바디스>는 배임혐의로 실형을 받은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성추행 논란을 빚고 있는 전병욱 목사, 수천억 원 대 교회를 건축한 서초동 사랑의교회 등의 문제를 극영화 형식을 가미해 다뤘다. 특히 사랑의교회 측이 내용증명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 영화를 상영할 경우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조처를 하겠다고 예고해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다큐 흥행은 소재의 힘과 작품 완성도, 대중적 호소력의 결과물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잇단 흥행에 대해 곽영진 평론가는 "어떤 한 가지 요소가 아닌 소재의 힘과 작품적 완성도, 대중적 호소력 등의 3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불경기 현상에 접어들면서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용을 하는 것 같다"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죽음의 문제를 통찰하는 작품들도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흥행이 고무적인 일이면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흥행 이면의 그늘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찬란한>의 경우 6년 동안 제작해 손익분기점이 10만이라는 점에서 흥행기준인 1만 관객을 넘어섰다고는 해도 제작비 회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반기 흥행작인 <만신>의 경우도 3만 6천명이 관람했지만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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