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뮤지컬계는 2013년과 빼닮은 모습이다. 2014년이 아직 보름 남았지만, 12월 15일 기준으로 인터파크 연간 뮤지컬 매출을 살펴볼 때 '안전주의'가 지배한 한 해였다.

연 매출 1위에서 10위를 차지한 작품 가운데 신작은 <고스트>와 <드라큘라><마리 앙투아네트> 3편이고, 창작뮤지컬은 올 상반기 <프랑켄슈타인>이 선전을 거두었음에도 올 흥행 톱 10안에 든 창작뮤지컬은 <그날들> 단 한 편밖에 없다. 반면 상위 매출 1~5위를 차지한 작품은 모두 리바이벌 레퍼토리 작품들이다.

이는 작년 흥행 톱 10 뮤지컬 가운데서 신작이 4편, 창작뮤지컬이 2편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뮤지컬계는 신작이 3편, 창작뮤지컬은 단 한 편으로 뮤지컬 팬의 입맛을 맞추는 데 있어 신작이 넘어야 할 장벽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이미 관객의 입소문이 검증된 흥행 작품을 다시 올리는 것이 수지 타산에 맞는다고 생각한 공연제작사의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동시에 2014년에 야심 차게 기획했던 <디셈버:끝나지 않은 노래>와 <싱잉인더레인>,<태양왕> 같은 대형 신작 뮤지컬의 처참한 침몰은 관객의 눈높이에 비해 작품의 완성도가 따라가지 못할 때 관객의 심판은 준엄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

2014년 기준 인터파크 연간 뮤지컬 매출 1~10위작

▲ 2014년 기준 인터파크 연간 뮤지컬 매출 1~10위작 ⓒ 인터파크 화면 갈무리


세월호 사고, 공연계에 막대한 타격... 지금까지도 회복 안 돼

올 상반기 세월호 침몰은 요식업계를 비롯한 내수업계의 부진을 초래함과 동시에 공연시장에도 막대한 타격을 안겨주었다.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기점으로 공연계가 서서히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공연계는 세월호 침몰 사건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세월호 사고가 터진 4월에 A라는 공연은 세월호 사고 이전에 관객점유율이 90%에  육박했지만 4월에는 관객점유율이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져 예정된 오픈런 공연 계획을 축소해야만 했다. B라는 뮤지컬은 아예 예정되어 있던 낮 공연이 급작스럽게 취소되기도 할 만큼 세월호 사고의 여파가 는 올 상반기 공연계를 어둡게 했다.

올 뮤지컬계의 어둠은 세월호 사고 하나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한국뮤지컬대상>은 시상식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올해 열리지 않았다. 각 매체 공연기자와 공연관계자의 투표로 선발되는 <더뮤지컬어워즈> 역시 매년 봄에 열리던 기자회견 및 시상식이 전면 취소된 채 수상 결과가 홈페이지로 발표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뮤지컬 사건사고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두 도시 이야기>의 한 장면

▲ 올해 뮤지컬 사건사고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두 도시 이야기>의 한 장면 ⓒ 비오엠코리아


뮤지컬해븐과 비오엠코리아의 침몰 

이뿐만이 아니다. <폭풍의 언덕><키다리 아저씨><스위니 토드> 등 예정된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예정된 공연이 좌초된 배경 뒤에는 <키다리 아저씨><스위니 토드>를 제작할 예정이던 뮤지컬해븐의 법정관리도 한 몫을 담당했다.

뮤지컬 제작사에 2014년은 뮤지컬해븐 한 곳만 힘든 해는 아니었다. 공연 전에 예정된 뮤지컬이 취소되는 일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공연 당일 시작을 30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간에 뮤지컬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태의 주인공은 바로 <두 도시 이야기>.

제작사인 비오엠코리아는 배우에게 체불한 출연료를, 공연이 취소된 관객에게는 110%의 관람료를 환불해주기로 약속했지만 비오엠코리아는 현재까지 이 부분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내놓지 않은 채 비오엠코리아 대표가 잠적하는 사태까지 다다랐다. 작년 말 부산에서 초연한 비오엠코리아의 뮤지컬 <친구>가 흥행 실패를 맛본 데다가, 3년 연속 해를 거르지 않고 <두 도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 비오엠코리아의 재정 악화가 큰 요인이었다.

다른 해보다 뮤지컬 제작사의 파산도 잦았고 매년 빠지지 않고 열리던 시상식도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파란만장한 2014년을 뒤로 한 채 희망찬 2015년이 다가온다. 2015년에는 어떤 신작 뮤지컬이 관객의 지갑을 얇아지게 할 태세를 갖추고 있을까 벌써 궁금해진다.


두 도시 이야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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