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꽃미남' 구자욱은 올 시즌 구단과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유망주다. 실제로 구자욱은 스프링캠프부터 '야통' 류중일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삼성의 차세대 스타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구자욱이 올 시즌부터 당장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구자욱은 1루와 3루, 중견수 수비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인데 1루와 3루에는 각각 채태인과 박석민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있고 중견수를 맡기엔 아직 수비가 다소 불안하다. 수비가 중요한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박해민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기존의 주전 중견수였던 박해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만만찮은 경쟁자 한 명이 또 추가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주전 중견수를 결정해야 할 류중일 감독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박찬도가 그 주인공이다.

입단 동기 박해민에게 밀려 1군에서 자리잡지 못한 박찬도

박찬도 "역전 2타점 안타다" 지난 2014년 9월 10일 오후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삼성전. 9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삼성 박찬도가 역전 2타점 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박찬도의 이 타점으로 삼성이 NC를 4 대 2로 승리.

▲ 박찬도 "역전 2타점 안타다" 지난 2014년 9월 10일 오후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삼성전. 9회초 2사 2,3루 상황에서 삼성 박찬도가 역전 2타점 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박찬도의 이 타점으로 삼성이 NC를 4 대 2로 승리. ⓒ 연합뉴스


박찬도는 김광현의 원맨팀이라 불리던 2000년대 중반의 안산공고에서 묵묵히 외야를 지키던 선수다. 중앙대 진학 후에는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그리고 준수한 외모를 뽐내며 '대학리그의 이대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도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끝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신고 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박찬도는 신고선수로 입단했음에도 입단 첫 해부터 시범경기에 출전해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재능과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신고선수가 시범경기에서 안타 2개를 쳤다고 해서 곧바로 1군 엔트리를 넘볼 만큼, 삼성은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결국 박찬도는 퓨처스리그에서 1년을 보냈고 그 해 8월 신고선수 딱지를 떼고 정식선수로 등록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박찬도는 2013 시즌 9월 엔트리 확장 때 처음 1군 무대를 경험했고 작년 시즌 전지훈련 도중 부상을 당한 강명구(은퇴)를 대신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박찬도로서는 프로 데뷔 3년 만에 잡은 절호의 기회였지만, 안타깝게도 박찬도는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박찬도는 4월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대주자로 나서 어설픈 주루플레이를 선보이는 등 류중일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박찬도는 4월 12일 2군으로 내려갔고 공교롭게도 박찬도 대신 1군에 진입한 박해민은 삼성의 주전 중견수로 도약했다.

그렇다고 박찬도의 작년 시즌이 전혀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1군과 2군을 넘나들며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활약한 박찬도는 1군에서 28경기에 출전해 8타수 4안타 3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9월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결승타로 장식하기도 했다.

1군 잔류 절실한 박찬도, 연습경기-시범경기 맹타

2014 시즌이 끝나고 박찬도의 주변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삼성을 상징하는 대주자 요원이었던 강명구가 현역 생활을 마감했고 작년 시즌 76경기에 출전했던 1순위 백업외야수 김헌곤이 상무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경쟁자 2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올해야말로 박찬도가 1군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박찬도가 우동균·문선엽 같은 외야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얻을 수 있는 기회다.

박찬도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한 훈련을 통해 좋은 몸 상태를 유지했다. 특히 2월 15일 라쿠텐 골든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는 3점 홈런과 2루타를 포함해 3안타를 때려내며 뛰어난 타격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찬도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타율 4할 1홈런 8타점 2도루로 맹활약했다.

박찬도의 활약은 시범경기에서도 이어졌다. 7일 두산 베어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6회 최형우 대신 대수비로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찬도는 8일 경기에서 6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수비에서도 좌익수와 중견수를 오가는 멀티능력을 뽐냈다.

박해민과 구자욱을 두고 고민하던 류중일 감독은 박찬도라는 복병의 등장에 행복한 고민이 하나 더 생기고 말았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2파전이었던 삼성의 중견수 경쟁 구도에 박찬도를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작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까지 1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박해민의 경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작년 퓨처스리그 타격왕 출신으로 연습경기에서 .474의 타율을 기록한 구자욱의 상승세도 무섭다. 하지만 올해야말로 반드시 1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실함은 박찬도가 가장 앞선다.

한국 시리즈 통합 4연패라는 누구도 해보지 못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삼성은 시범경기 운영도 한층 여유롭다. 하지만 그 여유 속에서도 중견수 경쟁만큼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신예 선수들이 벌이는 중견수 3파전은 삼성의 시범경기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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