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어깨 수술 확정을 발표하는 LA 다저스 구단 누리집 갈무리.

류현진의 어깨 수술 확정을 발표하는 LA 다저스 구단 누리집 갈무리. ⓒ LA 다저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야구 인생을 걸고 수술대에 오른다.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 구단은 21일(한국시각) 류현진이 오는 22일 LA에서 왼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술은 구단 주치의 닐 엘라트레체 박사가 수술을 집도한다.

이로써 류현진은 '시즌 아웃'이 확정되면서 올해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게 된다. 핵심 선발투수를 잃게 된 다저스로서는 남은 시즌 대비를 위해 투수 영입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류현진을 잃은 다저스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류현진으로서는 선수 생명을 건 수술이다. 어깨 수술을 받으면 회복과 재활을 마치고 다시 공을 던질 수 있을 때까지 최소 1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통설이다.

더구나 어깨 수술은 위험도가 높아 만족스러운 결과를 장담하기도 힘들다. 그동안 어깨 수술을 받고 부상에서 회복해 기량을 완전히 되찾은 투수도 있지만, 수년간 재활로 고통받으며 전성기를 흘려보내거나 끝내 기량을 되찾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난 투수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류현진과 다저스도 최대한 수술을 미루며 재활을 통해 회복하려고 노력했으나 정확한 부상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고, 통증도 치료하지 못하면서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전날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은 "우리의 희망과 달리 류현진의 부상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라면서 "류현진이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바라는 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혀 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눈부신 활약에 가려진 부상의 그늘

류현진 어깨 수술, 올 시즌 아웃 가능성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야후 스포츠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LA 다저스팀과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결정하면 올해 등판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류현진의 국내 매니지먼트 관계자도 "류현진의 몸 상태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다저스가 이르면 오늘 류현진의 재활 경과에 대해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015년 3월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열린 다저스 스프링 캠프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류현진의 모습.

▲ 류현진 어깨 수술, 올 시즌 아웃 LA 다저스팀과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결정하면 올해 등판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사진은 2015년 3월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열린 다저스 스프링 캠프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류현진의 모습. ⓒ 연합뉴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13년 5월 첫 완봉승을 거둔 LA 에인절스전에서 타구에 발등을 맞아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으나, 외부 충격에 의한 부상이라 큰 걱정은 없었다. 그해 8월 가벼운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으나 큰 무리 없이 넘어갔다.

불안한 징조는 메이저리그 데뷔 2년 차인 2014년부터 시작됐다. 4월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5이닝 던지며 6실점 한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어깨 염증으로 15일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부상 치료 후 한동안 다시 뛰어난 구위를 뽐내던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을 앞둔 9월 다시 어깨가 고장 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조기 강판되고 말았다.

어깨 부상이 재발하자 심각성을 느낀 다저스는 정밀 진단을 실시했고, 이번에도 어깨 염증이라는 결과를 밝혔다. 시즌 막판이라 류현진은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고 약물 주사와 휴식으로 치료했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포스트시즌에 맞춰 돌아온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24일 만의 실전 등판이 무색할 만큼 6이닝 1실점으로 큰 활약을 펼쳤다. 당시 2연패를 당해 탈락 위기에 몰렸던 다저스를 구해내면서 류현진의 역투에 찬사가 쏟아졌다.

비록 다저스는 다음 경기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2년간 꾸준한 활약으로 다저스의 확실한 3선발로 인정받았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까지 경험하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3년차는 더욱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3월 18일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좀처럼 회복이 안 되자 개막도 하기 전에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밀 진단 결과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고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나 큰 성과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캐치볼을 끝내고 다음 단계인 불펜 피칭을 시작했으나 최고 구속이 시속 130km대에 머물렀고, 결국 이마저 포기하고 지난 5일에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결국 류현진은 고민 끝에 올 시즌을 버리고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앞서 LA 지역 유력지 <LA타임스>도 "회복이 늦어지는 만큼 수술을 받는 것이 타당한 결정"이라며 "류현진과 다저스는 부상 원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할 때까지 어깨를 열어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어깨가 왜 잘못됐는지 알아내지 못했다"라고 수술을 권유하기도 했다.

류현진, 야구 인생 최대의 도전

류현진은 그동안 부드러운 투구 폼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혹사를 극복해왔다. 메이저리그 진출 초기 어깨를 아끼기 위해 미국에서는 당연한 준비 과정인 불펜 피칭을 거르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실력과 성적으로 잠재웠다.

그러나 류현진의 어깨도 결국 한계가 왔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선수가 된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빈약한 투수진을 이끌며 7년간 무려 1천269이닝을 책임졌다. 더구나 2006년·2010년 아시안게임, 2008년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숱한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쉴 틈이 없었다.

류현진의 혹사는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데뷔 첫해 2.94로 시작한 평균자책점은 3점 대 중반까지 상승을 거듭하다가 국제대회가 없어 충분히 휴식을 취한 2010년 1.82로 대폭 떨어지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다시 어깨에 무리가 갔고, 각종 부상에 시달린 탓에 프로 데뷔 후 최소 경기(24경기)에 등판하면서 규정 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 또 다른 강행군을 버텨내야 했다.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 수와 등판 간격이 짧아져 나흘 만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했으며,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타자들과 맞서기 위해 전력 투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뛰어난 활약 속에서도 단기 부상을 반복하던 류현진은 처음으로 장기 부상을 맞이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등 일본의 정상급 투수들도 메이저리그 진출 후 부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아시아 투수들의 혹사와 내구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의 수술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아직 28세로 나이가 젊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친 후 길고 고통스러운 재활을 견뎌낸다면 싱싱한 어깨를 되찾을 수 있다. 야구 인생 최대의 위기와 도전에 직면한 류현진이 과연 전성기 시절의 활약을 다시 보여줄지 주목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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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부상 LA 다저스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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