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골이 터지기까지 애를 먹었다. 밀집 수비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 방법을 준비해야 했다. 선수들 스스로 이 숙제를 느꼈을 것이다. 조직적으로 준비하지 못한 팀은 어떤 상대를 만나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필드 골 하나 없이, 세트 피스로 두 골밖에 넣지 못했다.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16일 오후 9시 태국 방콕에 있는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미얀마와의 원정 경기에 나섰다. 대표팀은 간판 미드필더 손흥민의 1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전반전, 1골로 간신히 '체면치레'

이재성 첫 골 세리머니 축구 대표팀 이재성이 16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 이재성 첫 골 세리머니 축구 대표팀 이재성이 16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첫 골을 넣은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득점을 기대했던 한국 선수들은 전반전 초반에 연거푸 나온 불운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축구가 원래 그런 종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었지만, 당시 상황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먼저 골대 불운이 한국 선수들의 눈앞에 드리워졌다. 경기 시작 후 6분 만에 K리거의 자랑 염기훈이 회심의 왼발 슛을 낮게 날렸다. 하지만 염기훈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미얀마 골키퍼 루아이아를 지나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왔다.

아무리 상대가 약체라 해도 불편한 기억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5분 뒤, 더 황당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른쪽 끝줄 앞에서 풀백 김창수가 띄워준 공이 상대 골키퍼 루아이아의 손끝을 스치며 넘어왔다. 손흥민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이 공을 받아 오른발 발리슛을 날렸다.

손흥민의 슛 타이밍도 딱 맞아떨어졌다. 누가 봐도 골이었다. 하지만 그 공을 미얀마 수비수 윈 민 투가 가슴으로 쳐내고 말았다. 골키퍼도 없는 그 넓은 공간에서 하필이면 윈 민 투가 커버 플레이하고 있는 곳으로 공이 날아간 것이다.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골을 넣지 못한 데 대해 누구를 탓하랴. 측면 크로스, 찔러주기 그리고 슛이 더 섬세하지 못했던 문제를 냉정하게 탓해야 할 일이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세트 피스로 겨우 선취골을 터뜨린 것을 고마워해야 할 정도였다.

35분, 왼쪽 코너킥을 준비한 손흥민이 미얀마 골문 앞에 모여 있는 동료들을 향해 양손을 뒤로 모으는 동작을 취했다. 약속된 플레이를 주문한 것이다. 손흥민의 오른발 감아차기는 그대로 미얀마 골키퍼 루아이아의 키를 넘어 이재성의 머리에 제대로 걸렸다. 힘겹게 얻어낸 선취골이었다.

후반전, 결국 손흥민이 살렸다

슛하는 손흥민 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16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노마크 슛을 날리고 있다.

▲ 슛하는 손흥민 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16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노마크 슛을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에 접어든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추가골을 얼마나 빨리, 어떤 조직력으로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기 양상은 전반전의 답답함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게다가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 미얀마 수비수의 거친 태클에 발목을 다쳐 실려 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시간만 흘러가며 추가골에 대한 중압감이 느껴질 무렵, 다행스럽게도 추가골이 터졌다. 67분, 골잡이 이정협이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손흥민의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이 빛났다. 염기훈이 왼발로 찰 것처럼 준비했지만 손흥민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먼저 오른발을 휘둘렀다. 보기 드문 무회전 프리킥 골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두 팔을 치켜들어 만세를 불렀다.

2-0이면 한숨을 돌렸다고 할 수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골잡이 이용재와 측면 미드필더 이청용을 차례로 들여보내며 쐐기골을 주문했다. 87분에 이용재가 결정적인 쐐기골 기회를 잡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빠른 드리블 실력으로 미얀마 골키퍼 루아이아까지 따돌리고 빈 골문을 앞에 두었으나, 이용재의 오른발 돌려차기를 미얀마 수비수 조우 린이 몸 날려 걷어내고 말았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G조에서 일단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예상대로 레바논과 쿠웨이트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한국의 다음 예선 일정은 9월 3일 라오스와의 홈경기다. 그 이전에 8월 초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도 고민해야 한다.

한편, H조에 속한 북한은 16일 오후 5시 평양에 있는 김일성 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전반전에 터진 박광룡, 리혁철, 로학수, 장국철의 연속골에 힘입어 4-2로 완승을 거두며 2승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E조의 일본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에 사이타마 스타디움으로 싱가포르를 불러들였지만 0-0으로 득점 없이 끝나는 바람에 홈팬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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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결과(16일 오후 9시, 라자망갈라 스타디움-방콕)

★ 미얀마 0-2 한국 [득점 : 이재성(35분,도움-손흥민), 손흥민(67분)]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78분↔이용재)
AMF : 염기훈(83분↔이청용), 이재성, 손흥민,
DMF : 정우영, 한국영
DF : 김진수, 장현수, 곽태휘, 김창수(61분↔정동호)
GK : 김승규

◇ G조 현재 순위
한국 3점 1승 2득점 0실점 +2
레바논 3점 1승 1패 2득점 1실점 +1
쿠웨이트 3점 1승 1득점 0실점 +1
라오스 1점 1무 1패 2득점 4실점 -2
미얀마 1점 1무 1패 2득점 4실점 -2
축구 울리 슈틸리케 월드컵 손흥민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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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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