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코(락+바스코)를 기억 하는가. 화제와 호평, 구설수를 모조리 씹어 삼키고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Mnet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는 명실상부 현 시점의 문제작이다. 작년 시즌 최고의 스펙과 실력으로 참가 자체에 의문을 품게 했던 랩퍼 바스코는 투표 미션에서 락 성향의 곡을 무대에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락스코'라는 별명을 얻고, 거센 질타를 받았다.

뜨거운 냄비처럼 혈압이 올라있던 당시에는 씨알도 안 먹힐 소수의 의견들이 '쉴드'라는 이름으로 격하되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판받았으나 한 시즌이 끝난 지금, 우리는 이쯤에서 팔짱을 풀고 이 사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위를 물을 필요가 생겼다.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심판 받아 마땅할 일이었는지를.

예술 장르의 구분은 허물어야 하면서도 허물기 꺼려지는 묘한 모순적 존재다. 표현함에 있어 본질은 같을지 몰라도 가사로 청중을 움직이는 mc와 몸짓으로 감동을 조탁하는 댄서는 구현하는 도구의 촉감이 너무나도 상극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예외적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시드와 아프로, 스트릿 댄스 학원에서 첫 인연을 맺은 두 친구는 바스터드라는 이름으로 작년 5월 첫 싱글곡 'bad news(배드 뉴스)'를 발표하고 4장의 앨범으로 꾸준히 달려왔다. 짧은 시간 안에 힙합씬의 루키로 자리 잡음을 물론이고 춤과 랩이라는 이중 콘텐츠로 볼거리를 확장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더 이상 심판은 인터뷰어의 몫이 아니었다. 역동적인 움직임과 거침없는 가사로 새로운 영역에 서있는 이들에게 누가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춤으로 시작한 무대인생, 힙합은 정답에 도달한 느낌"

바스터드 바스터드 프로필 이미지

▲ 바스터드 바스터드 프로필 이미지 ⓒ 바스터드


시드(XID) – X
아프로(APRO) - A

- 간단한 인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겠다.
X: "91년생, 올해로 25살이 된, 힙합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XID(시드) 권영훈이다."
A: "마찬가지로 시드와 함께 바스터드를 이끄는 APRO(아프로)다."

- 팀 이름에서 거칠거칠한 감촉이 느껴진다.
X: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A: "원래의 바스터드 철자는 'bastard'가 맞지만 영화에서 인상을 받은 터라 그 철자 그대로 'basterd'로 표기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조금은 삐딱한 의도를 담아 부러 철자를 바꿔 쓴 경우다. 원칙대로 가지 않는 방식이 마음에 들어 그대로 가고 있다."

- 바스터드 두 멤버가 함께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X: "압구정 댄스스쿨에서 우연치 않게 레슨을 같이 듣게 됐다. 동갑내기가 서로 딱 둘뿐이었던지라 친해질 수밖에 없는 만남이었다. 그렇게 쭉 알고 지내다가 생각하는 것과 바라는 방향성 등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시작이었던 거지. 지금은 뭐, 고향 친구 이상의 교감을 하고 있고.(웃음)"

- 그래서일까. 바스터드는 댄서로 무대경험을 쌓고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A: "음악은 무언가 멋지고 박수 받는 행위를 하고 싶다는 사춘기적 동경에서 출발했다. 춤이 그랬고,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후자의 경우, 가사를 직접 쓸 수 있으니 더 큰 애착을 갖게 된 거다. 나의 생각이 심신을 짜릿하게 하는 무대라는 공간에서 구현되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론 춤에 대한 열정도 식을 새 없이 가득해서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다."
X: "춤으로 해외 공연도 해봤고 나름 큰 무대도 서봤지만, 채워지지 않는 1%의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러는 조금 더 나다운 모습으로 그 시간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가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게 바로 힙합음악이었다. 정답에 도달한 느낌을 받았다."

- 댄서와 랩퍼들의 다리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셈이다. 한 가지만 잘 하기에도 쉽지 않은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X: "두 곳에 모두 몸담아 봤다는 건 꽤나 큰 자양분이다. 춤을 추던 시절에는 힙합하는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두 문화가 손을 잡으면 얼마만큼의 큰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던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부분이 참 아쉬워 지금이라도 파수꾼 역할을 해보려 한다."
A: "이 문화의 본토인 미국은 랩과 댄스가 힙합이라는 하나의 테두리 안에 공존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양극에 벽이 존재해 소통과 교류가 현저히 부족하다. 현재 랩퍼로 활동하고 있지만 무대에서 춤을 추면 동료와 관객들이 혹여나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한다. 바람이 있다면 랩과 춤을 병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우리 음악의 모토"

바스터드 바스터드 공연 실황

▲ 바스터드 바스터드 공연 실황 ⓒ 바스터드


- 바스터드의 전반적인 작업물들은 상당히 강한 이미지를 남긴다. 꼭 표현하고 싶었던 내용이 있던 것인지.
X: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이 길을 가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포부는 무엇인지, 그 자체를 증명하고 표현하는 거다."
A: "꾸준히 담고 있는 감정선은 '성공으로 가는 길'이 모토이기 때문에 강하고 패기 있는 스타일이 꾸준히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바스터드가 꾸준히 언급하는 '다름', '우리만의 길'이란 무엇인가?
X: "우리는 무대라는 게 딱히 없다. (웃음) 관객과 아티스트가 아니라 순간 같이 동화되어 노는 사람들이다. 이런 마인드의 차별성이 무대에서 꽤 득이 된다."

- 요즘은 뭘 하며 지내고 있는지.
A: "뮤직비디오 작업을 끝낸 뒤 꾸준히 곡 작업 하면서 지낸다. 미니앨범을 계획 중에 있어 생각할 것이 많다."

-그럼 앞으로 발매되는 앨범에도 같은 색채의 정서들이 담기게 되나?
A: "단언할 수 있는 건 뻔한 사랑 노래는 안할 것 같다는 것 정도?(웃음)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서 색다름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다. 미니앨범은 대략 5~6곡 정도를 예상하는데 전체적인 그림이 조금 자극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다

- 어떤 자극을 말하는 건가?
X: "특정 인물이 연상될 수도 있는 곡이 나왔다. 콕 짚어 작업한 건 아니었는데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심각한 게 다는 아냐...20대, 우리의 모습"

바스터드 바스터드 공연실황2

▲ 바스터드 바스터드 공연실황2 ⓒ 바스터드


- 바스터드 뮤직비디오에서는 춤을 추는 모습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랩과 춤에서 사용되는 음악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다 보니 비트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A: "그래서 춤추기 좋은 비트를 만든다. (웃음)"
X: "맞는 말이다. 음악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는 걸 우리는 체감으로 알고 있다."

- 이번 뮤직비디오 'about me(어바웃 미)'가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웃음)
A: "감사하게도 프로튜어먼트(프로를 지향하는 아마츄어 뮤지션을 위한 매니지먼트)를 통해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당일 비가 오는 바람에 모두들 고생이 많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영상이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X: "우리 힘으로 마케팅, 제작까지 하려고 한다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을 거다. 주변 분들의 도움이 컸고 이번 뮤직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우연히 알게 된 프로튜어먼트에서 공연, 영상 부분에 큰 힘을 실어주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바스터드를 소개할 수 있었다."

- 올해의 굵직한 계획들이 있다면?
X: "이 씬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계획들이 거의 비슷하지 않겠나? 1월 1일이 되기 직전 아프로와 둘이 침대에 누워서 올해의 목표를 세운 적이 있다. 그걸 다 이행하면 백금 목걸이를 서로 선물해 주기로 했다. (웃음) 어쩌면 가능할 것 같다."
A: "다행히도 현재까지 목표했던 것들은 다 이루고 있다."
X: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 음악적 영감의 통로는 어디인가.
X: "놀다가 느낌이 오면 바로 녹음기 켠다. 흥얼거리다 보면 금방 만들어 지더라. (웃음)"
A: "옷 사러 갈 때, 클럽에서 놀다가 하는 평범한 20대의 일상에서 음악도 나온다. 심각한 게 다는 아니더라.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웃음)"
X: "여담이지만 우리는 이런 삶의 방식이 정말이지 너무도 마음에 든다."

- 이번 <쇼미더머니4> 예선은 신청했나?
X: "대부분의 랩퍼에게 참 좋은 기회라 참여율이 높지만 현재로서는 의향이 없다. 지금 신청을 하게 된다면 유명세가 목적이 될 텐데 그런 명분으로 욕심을 내는 건 우리 방향성에서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매체 없이 우리 고유의 멋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은 일종의 오기같은 것도 있고."
A: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어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이다. 어떠한 메시지로 인터뷰를 끝낼 것인가.
X: "인정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질수록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바스터드, 시드가 되겠다."
A: "일단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멋있는 아티스트가 되기 이전에 멋진 사람부터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 나은 바스터드, 아프로가 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겠다."

바스터드 시드 아프로 프로튜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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