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무한도전 가요제'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13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 점프대에서 열렸다.

'2015 무한도전 가요제'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13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 점프대에서 열렸다. ⓒ 이현진


태양은 광희와의 '마지막'을 기쁘게 맞았고, 아이유는 결국 폭발하는 전자음 속에서 '까까까'를 외쳤으며, 자이언티는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정준하는 '족장' 래핑에서 진일보했고, 유재석의 뇌쇄적인 눈빛에는 물이 올랐으며, 밴드 혁오는 평창을 광란의 헛간으로 만들었다.

'2015 무한도전 가요제'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13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 점프대에서 열렸다. 3만석 규모(스탠딩 2만 명, 좌석 1만 명)의 공연장과 LED 화면으로 생중계 되는 제2공연장의 1만석이 꽉 찬 것은 물론,  객석 외부에서 관람한 이들까지 4만 명이 넘는 인파가 6팀의 무대를 보기 위해 운집했다.

2007년 강변북로 밑에서 멤버들의 자작곡을 발표하며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게 시작한 가요제, 관객이라곤 근처에서 운동하던 주민들뿐이었던 첫 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2009년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2013년 <자유로 가요제>를 거치며 규모가 점점 커졌고, 여러 뮤지션들이 함께하는 무대는 더 화려해졌다. 일부 관객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공연 하루 전날부터 노숙을 불사하며 줄을 섰다.

아이유 "박명수 선생님의 EDM 고집, 그럴 만했다"

레옹과 마틸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아이유가 레옹과 마틸다로 분해 '레옹'을 불렀다. 유재석은 레옹처럼 모자를 쓴 박명수를 보고 "정창욱 셰프냐" "골무 같다"고 놀렸다.

▲ 레옹과 마틸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아이유가 레옹과 마틸다로 분해 '레옹'을 불렀다. 유재석은 레옹처럼 모자를 쓴 박명수를 보고 "정창욱 셰프냐" "골무 같다"고 놀렸다. ⓒ MBC


예능이 만든 '무한도전 가요제'는 음악을 넘어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축제다. 지난달 4일부터 6주간 방송으로 가요제의 준비과정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 내러티브의 연장선상에서 음악을 즐긴다. 빅뱅의 '아우라'를 닮고 싶어 하던 광희가 지드래곤과 태양을 만나 어떻게 변화했는지, 박명수의 EDM(일렉트로닉 댄스뮤직) 공장으로 끌려갔던(?) 아이유가 과연 어떤 곡을 들고 나왔을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첫 포문을 연 황태지(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의 '맙소사'는 자신 없었던 광희를 바꿔보겠다는 나머지 두 사람의 의지가 엿보이는 무대였다. "(빅뱅과) 비슷한 비주얼을 위해" 5시간의 염색을 감행한 광희는 예능 캐릭터가 아닌 아이돌로서의 본분을 되찾고 빅뱅의 또 다른 멤버인 것처럼 어우러졌다. 비록 태양은 "(광희와 함께 있으면) 너무 피곤해서 일을 오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잘 해줘서 준비하는 기간 내내 놀랐다"고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유 갓지 않은 이유(박명수, 아이유)의 '레옹'은 타협점을 찾았다. 서정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했던 아이유와 EDM을 고집하던 박명수가 갈등을 딛고, 아이유가 만든 곡으로 무대를 선보인 뒤 EDM 버전을 짧게 덧붙인 것.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마틸다가 된 아이유는 결국 '박명수 EDM'의 상징처럼 떠오른 '까만 선글래스' 부분의 '까까까까까까'를 무한반복하며 "(박명수)선생님이 강력히 의견을 내세우신 게 그럴 만했다"고 치켜세웠다.

우리가 '황태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황태지(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의 '맙소사' 무대는 1988년 동갑내기 세 사람을 상징하듯 서울88올림픽 로고와 사자탈, 사물놀이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 우리가 '황태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황태지(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의 '맙소사' 무대는 1988년 동갑내기 세 사람을 상징하듯 서울88올림픽 로고와 사자탈, 사물놀이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 MBC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하하와 'Sponsor(스폰서)'를 부른 자이언티는 "이렇게 큰 무대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고 다소 아쉬워 했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하하와 'Sponsor(스폰서)'를 부른 자이언티는 "이렇게 큰 무대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고 다소 아쉬워 했다. ⓒ MBC


으뜨거따시(하하, 자이언티)의 'Sponsor(스폰서)'는 마이클 잭슨을 연상케 하는 춤과 자이언티 특유의 리듬감, 하하가 가짜 돈을 뿌리는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특히 방송에서 약속한대로 공연 도중 자이언티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했다. 하하는 "본방송 이후 일주일간 통화가 가능하다"고 했고, 자이언티 역시 "받을 수 있을 때 받겠다"고 밝혔다.

상주나(정준하, 윤상, 다빈크, 스페이스 카우보이, 효린, 주민정)의 'My life(마이 라이프)'는 나열된 이름처럼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에 힘겹게 음악으로 승화됐다. 암담하게만 보였던 정준하의 랩도 윤상과 피처링에 참여한 효린의 보컬, 주민정의 화려한 팝핀댄스가 더해지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발음을 주의해야 하는 댄싱 게놈(유재석, 박진영)의 'I'm So Sexy' 무대는 '나는 섹시하다'는 유재석의 억지 주장에 설득력을 줄만큼 노력이 느껴졌다. 유재석은 "한 달 반 동안 스파르타 교육을 받았다"며 "댄스의 한을 풀었다"고 감격했다.

팀명을 정하지 못한 정형돈과 밴드 혁오는 한 관객의 즉석 제안으로 오대천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반가운 얼굴도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양평이형'으로 불리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무대를 함께했다. 방송에서 '사고' 수준으로 말수가 없었던 혁오는 역시 무대에 강했다. 핫핑크 수트를 입고 목을 강하게 긁는 창법으로 부른 컨트리송 '멋진 헛간'에 관객들은 락페스티벌에 온 듯 몸을 흔들었다.

방송사고도 예능으로 만드는 '유느님'의 센스

JYP 만난 유느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댄싱 게놈(유재석, 박진영)이 'I'm So Sexy(아임 쏘 섹시)'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 JYP 만난 유느님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댄싱 게놈(유재석, 박진영)이 'I'm So Sexy(아임 쏘 섹시)'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 MBC


이날 역대 가요제에서 선보인 29곡 중 시청자 1만 6천 명이 기억에 남는 노래로 선정한 3곡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3위는 GG(박명수, 지드래곤)의 '바람났어'로, 아이유가 박봄의 여자 보컬 부분을 불렀다. 2위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는 2007년 첫 가요제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고, 1위 '말하는 대로' 무대에서는 이적이 등장해 유재석과 함께 노래했다.

중간에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 녹화가 수 분간 중단되는 일이 생겼는데, 오히려 진행을 맡은 유재석의 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한 유재석은 반주 없이 메뚜기 댄스와 각종 춤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방송사고도 예능으로 만드는 센스에 객석에서는 "유재석!"을 연호했고, 다음날이 생일인 그를 위해 관객들이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재석은 "수많은 분들 앞에서 무반주 댄스를 춘 것도, 많은 분들이 생일을 축하해 준 것도 처음이다.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고마워했다.

물론 덩치가 커진 만큼 잡음도 인다. 과열 양상으로 무엇보다 관객들이 감내해야 할 불편함이 커졌다. 올해 가요제에 선착순 입장하기 위해 공연 전날부터 텐트를 치거나 노숙까지 불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평창까지 왔다가 정원이 마감돼 서울로 돌아갔다는 이들도 있었다. 또, 가요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무한도전 가요제' 곡이나 출연 뮤지션들의 노래들이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악하는 것을 두고, 예능이 만든 기형적인 판이라 지적하는 것이다.

도토아빠와 기러기아빠 상주나(정준하, 윤상, 다빈크, 스페이스 카우보이, 효린, 주민정)의 'My life(마이 라이프)'.

▲ 도토아빠와 기러기아빠 상주나(정준하, 윤상, 다빈크, 스페이스 카우보이, 효린, 주민정)의 'My life(마이 라이프)'. ⓒ MBC


오대천왕의 '멋진 헛간' 팀명이 없었던 정형돈과 밴드 혁오는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현장에서 '오대천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방송에서 지나치게 말수가 없는 것이 오히려 웃음 포인트가 됐던 밴드 혁오의 오혁은 이날도 "차트 역주행 소감"을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놀랐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 오대천왕의 '멋진 헛간' 팀명이 없었던 정형돈과 밴드 혁오는 <영동고속도로 가요제> 현장에서 '오대천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방송에서 지나치게 말수가 없는 것이 오히려 웃음 포인트가 됐던 밴드 혁오의 오혁은 이날도 "차트 역주행 소감"을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놀랐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 MBC


그러나 '저열한' 예능에서 '고매한' 뮤지션들이 아까운 시간과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그 사이에서 탄생한 돌연변이들이 꽤 매력적이다. 과연 어디서 아이유의 EDM을, 정준하를 위한 윤상의 곡을 접할 수 있을까. 또, 홍대 인디음악이 뭔지는 몰라도 예능 덕분에 혁오라는 밴드를 알게 된 사람들의 귀가 호강 중이라는 건 양쪽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가요제 음원의 흥행을 상업적인 예능의 인기를 등에 업은 비정상적인 접근으로 '퉁'치기에는 진짜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 듣는 귀들이 너무 많다.

한편 이날 공연은 MBC <무한도전>을 통해 오는 22일부터 볼 수 있다. 평창까지 오지 못해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음향, 세트 등이 현장보다는 방송에 최적으로 나오도록 설계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화려한 무대와 최고의 사운드를 가장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시원한 집에서 본방으로 보는 것"이니까. 가요제 음원은 방송 직후 공개되며, 음원 및 앨범 수익금 전액은 모두 불우이웃 돕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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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무도 가요제 혁오 영동고속도로 자이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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