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명절 연휴엔 각종 예능 특집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며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방송사는 특히 이 기간에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시험 방송)을 대거 내보내면서 정규 편성에 대한 가능성을 점쳐 보기도 한다.

올해 추석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복면가왕> <히든싱어> 등 변형된 가요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어온 만큼, 최근의 추세를 반영한 특집 음악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공중파 3사가 추석 연휴를 맞아 선보인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들은 과연 어떤 성적들을 거뒀을까?

 어게인 인기가요 베스트50 95-96

어게인 인기가요 베스트50 95-96 ⓒ MBC


MBC <어게인 인기가요 베스트50 95-96>

방영전 관심도 - ★★★
프로그램 완성도 - ★
시청률 - 4.6%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정규편성 가능성 - 거의 없음

1990년대 MBC 가요순위 프로그램이었던 <인기가요 베스트 50>에서 화려한 기록을 남긴  DJ.DOC, 임창정, R.ef 등 12팀의 인기가수들을 초대, 화려한 무대를 꾸민다는 것이 당초 이 프로그램의 목표였다. 특히 몇몇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3인조 알앤비 그룹 솔리드가 완전체로 등장한다는 기사가 전해지면서 방영 전부터  30-40대 팬들의 관심을 크게 모았다.

막상 뚜껑을 연 내용물은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영광에 의지한 듯 새로움은 전혀 없는 엉성한 프로그램 구성과 조악한 현장 음향은 당초 기대감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마치 20년만에 컴백 무대를 갖는 것처럼 알려진 솔리드는 3인의 동영상 인터뷰가 방영되는 게 전부였던 탓에 방영 이후 각종 게시판에는 방송사 측의 낚시성 홍보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덕분에 위암 2기를 이겨내고 힘겹게 무대에 올랐던 듀엣 그룹 육각수의 도민호가 선사한 감동을 한순간에 반감시켰다.

'예능 4대 천왕' 정형돈과 <복면가왕> <슈퍼스타K> 등 다수의 가요프로그램을 진행한 김성주의 진행도 이 프로그램에서 만큼은 다소 부족함이 느껴질 만큼 아쉬움을 남겼다.

 듀엣가요제 8+

듀엣가요제 8+ ⓒ MBC


MBC <듀엣가요제 8+>

방영전 관심도 - ★★
프로그램 완성도 - ★★★
시청률 7.0%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정규 편성 가능성 ★★


<듀엣가요제 8+>은 8명의 걸그룹 보컬 멤버와 일반인 시청자가 팀을 이뤄 꿈의 듀엣 무대를 만드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5500여명에 이르는 다양한 참가 희망자 중에는 가수 지망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취업 준비생부터 이런저런 사정으로 꿈을 포기하고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 타 프로에 비해 나름 돋보이는 선택으로 보였다.

무대 구성이나 음악적인 측면에선 딱히 나무랄 데가 없었고 특히 MC 전현무의 진행은 JTBC <히든싱어> 못잖은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여타 음악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은 패널을 배치해서 방송 중 내내 말 한마디 못하는 소위 '병풍' 패널들을 다수 배출한데 반해 <듀엣가요제 8+>는 입담이 검증된 4명의 패널만을 배치해 집중도를 높였다.

반면 짝을 이룰 프로 가수들이 전부 여성인 탓인지 몰라도 선정된 일반인 출연자가 모두 남성으로 채워진 점은 아쉬웠다. 추석 음악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만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서의 완성도는 무난한 편이나 이미 <복면가왕>이 인기를 얻고 있는 점에서 MBC에서 추가 편성할 여력이 있을지에 대해선 살짝 물음표가 붙는다.

 심폐소생송

심폐소생송 ⓒ SBS


SBS <심폐소생송>

방영전 관심도 - ★
프로그램완성도 - ★★★
시청률 - 5.1% (1부,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정규 편성 가능성 - ★★★


<심폐소생송>은 당초 추석 특집 프로그램 중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축에 속했다. 이른바 원-히트-원더 가수를 찾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등 여타 예능 프로그램의 각종 코너들과의 유사성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인, 린, 김태우, 정준일, 이영현 등 실력파 보컬리스트들이 대거 출연해 원곡 못잖은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줬고, 편곡과 하우스 밴드의 연주도 거의 완벽했다. 

특히 린이 재해석한 비운의 그룹 세븐 데이즈 원곡 '내가 그댈' 등은 요즘 시대에 리메이크 되어도 충분히 인기를 얻을 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인기가요> 외엔 타 방송국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SBS로선 충분히 신규 프로그램으로 밀어 볼 만하다.

다만 200명의 방청객 중 100명 이상의 표만 얻으면 2절 무대의 기회를 얻는다는 기본구성은 타 경합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충분히 잘 팔렸는데 그걸로 되지 않았나? 굳이 이 노래까지 살려야 하나?"라는 패널 서장훈의 지적처럼 이미 수십만장 이상 팔린 음반 속 수록곡까지 소생(?)의 대상으로 삼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병풍 패널' 배치를 되풀이 한 것도 개선 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아이돌 전국노래자랑

아이돌 전국노래자랑 ⓒ KBS


KBS <아이돌 전국 노래자랑>

방영전 관심도 - ★
프로그램 완성도 - ★★
시청률 6.4%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정규 편성 가능성 - 거의 없음


예전에 비해 이번 추석엔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30여년 역사의 <전국노래자랑>을 아이돌 버전으로 새롭게 만든 <아이돌 전국노래자랑> 역시 이러한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치열한 예심을 거쳐 최종 경연을 거치는 과정도 기존 <전국노래자랑>을 그대로 옮겨 왔기 때문에 노래 이외의 각종 장기 자랑을 통한 재미도 기대해 볼 만했다.

여타 음악프로그램과 달리 가창력보단 몸개그 위주의 코믹 퍼포먼스가 중심이 된 무대 연출은 <아이돌 전국노래자랑>만이 선사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특히 최우수상을 수상한 강남(M.I.B) & 잭슨 (갓세븐), 반짝이는 쫄쫄이를 입고 큰 웃음을 선사한 은광 & 창섭(비투비),  이정현의 '와'를 파격적으로 소화한 f(x)의 엠버 & 개그우먼 안영미 등의 출연자들은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출연진 특성상 정규 편성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MBC <아이돌 육상 대회>처럼 명절용 특집 프로그램으로서 꾸준히 등장할 여지는 남아있다.

덧붙이는 글 본인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추석 아이돌 음악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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