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파일럿으로 예열을 마친 <슈가맨>이 지난 20일 밤 정규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다.

두 번의 파일럿으로 예열을 마친 <슈가맨>이 지난 20일 밤 정규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다. ⓒ JTBC


지난 두 차례의 파일럿 방송에서 쓴맛을 본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이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왔다. 프로그램 구성과 진행 방식 등에 있어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지만, 시청률은 1.34%(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유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파일럿 2회 때의 1.813%보다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기존 <슈가맨을 찾아서>에서 <슈가맨>으로, 이름부터 간결해진 이 프로그램은 정규방송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주었다.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에 따라 산만했던 패널을 줄이고, 추적맨이 '슈가맨'을 찾는 과정 또한 과감하게 생략했다. 슈가맨의 사연과 노래에 집중하기 위해 슈가맨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과정과 슈가맨의 전성기를 소개하는 토크도 매우 빠르고 압축적으로 흘러갔다.

이에 따라 슈가맨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으로 재해석해 무대를 꾸미는 '역주행 송'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됐고, 토크쇼와 음악 예능 사이에서 길을 헤맸던 프로그램의 정체성 또한 보다 뚜렷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100명의 방청객을 섭외했다는 점이다. 세대별로 구성된 방청객은 프로그램 말미 '역주행 송'을 듣고 더 마음을 움직인 노래에 직접 투표함으로써 승자와 패자를 결정지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현승민의 '잊었니'를 재해석한 유희열 팀이 미스터투의 '하연겨울'을 리메이크한 유재석 팀을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 편곡도 좋았지만, 에이핑크 멤버들의 랩과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어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재정비를 통해 산만함은 극복했지만 여전히 시청률과 시청자의 무관심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재정비를 통해 산만함은 극복했지만 여전히 시청률과 시청자의 무관심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 JTBC


음악 예능을 지향한다는 점, 그리고 추억의 가수가 등장하고, 100명의 방청객이 직접 투표를 통해 경연의 승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슈가맨>은 자연스레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을 떠올리게 만든다. 하지만 <복면가왕>의 경우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추억의 가수도, 그리고 아이돌 멤버도 새롭게 조명 받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에 반해 <슈가맨>에서는 원곡 가수와 '역주행 송'을 부른 아이돌 모두 기억에 남지 않는다. 앞으로 <슈가맨>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사실 시청률만의 문제는 아니다. <슈가맨>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역주행 송'의 편곡 방향이 지나치게 획일화됨으로써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하얀 겨울'은 블랙아이드 필승이, '잊었니'는 신사동호랭이가 편곡을 맡았고, 노래는 각각 B1A4의 바로-진영과 에이핑크의 보미-남주가 담당했다. 그런데 서정적이고 감성 가득했던 두 노래는 기계음와 랩이 들어감으로써 뻔하고 뻔한 음악이 됐다는 인상만 남겼다.

방청객은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세대별로 모아놓고선, 왜 '역주행 송'은 꼭 아이돌이 부르고, 편곡도 알앤비와 힙합 장르로 단순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거창하게 '역주행 송'이라는 이름을 붙였건만, 방송 후 '역주행'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제작진은 정말로 모르는 것일까?

산만하고 정신없었던 <슈가맨>은 정규 방송을 통해 군더더기를 덜어냄으로써 훨씬 밀도 높은 음악 예능으로 정체성을 찾았다. 100여명의 세대별 방청객을 통해 경연의 긴장감도 갖췄다. 남은 게 있다면, 이제는 노래와 음악을 통해 공감대를 자극하고 또 감동을 안겨주는 일일 것이다. 정규 편성으로 자리는 잡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유희열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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