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두 팀이 각각 1승 1패를 기록하며 승부의 균형이 맞춰졌다. 1차전에서 삼성이 7회에만 무려 5점을 뽑으며 9-8로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이 시리즈를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2차전은 두산의 승리였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삼성에 강한 니퍼트의 7이닝 무실점 투구를 앞세워 6-1로 승리하며 시리즈의 향방을 묘연하게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① 우려가 현실로, 삼성 투수 3인방의 공백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터져나온 원정 도박 스캔들로 삼성의 핵심 투수 3명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들이 각각 선발, 셋업, 마무리를 맡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정도의 공백은 예상됐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 공백의 정도가 더욱 커 보였다.

1·2선발이 유력했던 윤성환이 빠지고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지난 1·2차전의 선발이었던 피가로와 장원삼이 덩달아 부진했다. 피가로는 3.1이닝 동안 6실점을 했고, 장원삼은 6이닝을 소화했지만 잠깐 흔들렸던 5회에만 4실점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안지만, 임창용을 대신할 필승 계투조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다.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를 통해 심창민과 차우찬에게 기대를 건다고 밝혔는데, 심창민은 1차전 8회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주자만 2명 내보낸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2차전 역시 0.1이닝 동안 볼넷 1개, 1실점을 내주고 교체됐다. 차우찬은 1차전에서 강속구와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1.2이닝 4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지만 제구는 완벽하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자칫 선발이 빨리 무너지고 두세 번째 투수마저 흔들린다면 삼성은 투수진 전체가 휘청거릴지 모른다.

② '니'말고는... 두산도 투수 공백

투수 부진은 두산도 예외가 아니다. 선발에서는 니퍼트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때의 기세를 이어갔지만 유희관은 1차전 때 6이닝 동안 5점이나 내줬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4이닝과 2.1이닝만을 소화한 것과 비교하면 훌륭하지만, 여전히 정규시즌 18승 투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불펜에서는 이현승이 강력하게 버텨주고 있지만 이 외에는 믿을 만한 투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단적인 예가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이다. 당시 두산은 이현승을 7회에 조기 투입하며 3이닝 동안 35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두산도 선발 투수가 조기에 무너진다면 불펜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③ 3차전 투수 운용이 남은 시리즈 향방 결정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은 클로이드(삼성)와 장원준(두산)이다. 29일 열리는 3차전은 남은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경기가 될 수 있다. 당초 양 팀의 네번째 선발투수로는 삼성의 차우찬 또는 정인욱, 두산의 이현호가 유력했다.

그런데 정인욱과 이현호는 지난 2차전에서 모두 마지막 투수로 등장했다. 때문에 4차전 선발이 애매해진 상황이다. 삼성의 경우 차우찬이 3차전에서 마무리로 등판하지 않는다면, 지난 1차전 때 1.2이닝을 던지고 2, 3차전을 쉰 그를 선발로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3차전에서 차우찬이 등판하게 된다면 바로 다음날인 4차전에는 선발 등판이 불가능하다. 그 대신 지난 1차전 선발이었던 피가로가 나와야 할 수도 있다.

두산은 더욱 대안이 없다. 선발 카드로 플레이오프 때부터 엔트리에 합류한 허준혁이 있긴 하지만 아직 포스트 시즌에서 한 번도 활용하지 않았고, 후반기 들어 급격한 부진에 빠졌기에 위험 부담이 크다. 두산 역시 1차전 선발인 유희관이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른다.

④ 타격은 비등, 체력과 경기감각이 변수


정규시즌 두 팀의 타격은 삼성이 두산을 모든 면에서 압도했다. 타율, 안타, 득점, 홈런, 득점권 타율 등 모두 삼성의 지표가 두산을 앞지른다. 다만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넥센-NC를 이기고 올라온 자신감이 있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타격감은 두산의 장점이다.

다만 체력적인 어려움이 눈에 띈다. 아직은 두산 타자들의 스윙스피드에는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NC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양의지가 NC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 발가락을 맞는 부상을 당했다. 그날 경기에서 교체된 뒤 3차전은 휴식을 취했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정수빈은 지난 1차전에서 번트를 시도하다가 왼쪽 검지 손가락을 다쳐 2차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 출장 중인 오재원은 한국시리즈 2차전 때 안타를 치고 1루로 가는 도중에 다리가 불편한 듯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두산 선수들이지만,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삼성의 타선은 경기 감각을 되찾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 역시 강한 타선을 보유한 만큼 경기를 치를 수록 타격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삼성은 아직 4번 타자 최형우와 이승엽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두산 역시 지명타자 홍성흔과 1루수 오재일, 로메로의 부진이 걱정이다.

투수진에서 문제가 있는 만큼 두 팀의 한국 시리즈는 타격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지난 2경기에서만 24득점이 나왔다. 타격전이 계속된다면 타격을 입는 쪽은 투수들이다. 단기전에서 한 번 흔들린 투수가 제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어느 팀이 먼저 무너질까. 2015 한국 시리즈 우승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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