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에서 6-0으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임창민(오른쪽)과 강민호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에서 6-0으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임창민(오른쪽)과 강민호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이 강호 쿠바를 꺾고 순조로운 첫 출발을 알렸다.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쿠바 대표팀과의 1차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안정된 투타 조화를 앞세워 6-0 완승을 거뒀다.

8일부터 개막하는 '프리미어12'를 앞둔 상황에서 야구대표팀은 크고 작은 악재가 겹쳤었다. 주력 선수들이 부상과 차출 거부로 대거 빠진 데다 일부 멤버들은 한국시리즈 일정까지 치르고 뒤늦게 합류하느라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강호 쿠바와의 맞대결이라는 점도 어려운 승부를 예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대표팀은 기대보다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며 쿠바를 완파했다. 물론 쿠바가 시차적응 문제 등으로 피로가 덜 풀린 상황이었고, 양팀 모두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컨디션 점검 차원에 무게를 두느라 전력을 기울인 승부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고 쿠바를 상대로 완승까지 거뒀다. 한국 대표팀의 자신감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역시 투수력이었다. 류현진, 윤석민, 양현종, 오승환 등 국내 최고의 투수들이 부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회에 불참하면서 대표팀의 마운드 전력은 근래 들어 최약체로 꼽혔다. 김인식 감독은 쿠바전에서 사실상 이번 대표팀의 원투 펀치라고 할 수 있는 김광현과 이대은을 모두 기용해 컨디션 점검에 나섰다.

다행히도 두 투수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한 구위를 선보였다. 특히 두 번째 투수였던 이대은의 존재감이 더 돋보였다. 선발 등판한 김광현이 3이닝 3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시작을 보여줬고,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대은은 4이닝 동안 무피안타 3탈삼진의 완벽한 투구로 쿠바 타선을 봉쇄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3km에 달했다. 이대은의 뒤를 이어 마지막 2이닝을 책임진 정우람-조무근-임창민의 불펜 투수들도 안정적인 피칭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경기 MVP에는 이대은이 선정됐다.

MVP 이대은, '프리미어12' 히든카드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에서 이대은이 공수교대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에서 이대은이 공수교대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대은은 2008년 신일고 졸업 후 시카고 컵스와 계약(계약금 52만5000달러)하며 미국 무대에 진출했으나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는 못했다. 이대은은 올 시즌 연봉 5400만 엔에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하며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했고 첫 해 시즌 9승 9패 평균자책점 3.84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일본 프로야구의 투고타저 현상을 감안해도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이대은은 전형적인 파워 피처로, 장점인 직구의 구속은 웬만한 국내 정상급 투수들보다도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이대은은 이번 대표팀에서 김광현에 이어 선발진의 두 번째 투수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대표팀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풍부한 좌완에 비해 우완 선발 카드가 극히 부족하다. 윤성환마저 도박 파문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며 선발과 롱릴리프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이대은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아마추어 대표팀 경험이 없는 이대은에게 이번 대회는 첫 대표팀 승선이다. 국제 무대에서 전혀 노출되지 않은 만큼 의외의 경기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히든카드로 활용 가치가 높다.

다만 이대은의 약점은 기복으로 꼽힌다. 쿠바전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국제대회에서 친선 경기와 실전의 압박감은 무게가 전혀 다르다. 이대은이 후반기 들어 투구 패턴이 노출돼 고전한 것이나, 지바 롯데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유도 기복에 있었다.

대표팀은 오는 8일 일본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일본전 전담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김광현의 선발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2009년 WBC 때처럼 공략당할 가능성도 있어서 대안이 필요하다. 이 경우, 일본무대에서 활약하며 일본 타자들의 패턴에 익숙한 이대은이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타선도 대체적으로 '준수'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국가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 한국 김현수가 5회말 2사 3루 손아섭 타석 때 투수 폭투로 공이 빠진 틈을 타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국가대표팀과 쿠바 대표팀의 평가전 '2015 서울 슈퍼시리즈' 경기. 한국 김현수가 5회말 2사 3루 손아섭 타석 때 투수 폭투로 공이 빠진 틈을 타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경기 감각에서 우려를 자아냈던 타자들도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유력한 4번타자 후보로 꼽히는 이대호가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 선발 명단에서 빠진 상황이지만, 대표팀의 중심 타선은 힘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일정을 마치고 합류한 김현수가 3번 타자로 출장해 3타수 2안타 2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손아섭(4타수 1안타 결승타점)과 나성범(2타수 2안타 1타점)이 타점을 기록했다. 대타로 나온 민병헌·허경민 등도 안타를 터트렸다. 정규시즌 이후 휴식을 취했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최근까지 한국시리즈를 소화한 두산 소속 선수들의 경기 감각과 활약이 유난히 더 좋았다.

4번 타자 박병호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이날 박병호는 친선전에서 드물게 1회 말 첫 타석에서부터 고의사구를 얻어내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대호는 7회 대타로 출전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일본시리즈 일정을 마치고 오느라 손바닥에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이대호가 프리미어12 개막까지 얼마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지가 타선 구성의 변수로 꼽힌다.

쿠바는 점수상으로 완패했지만 실력 차를 느낄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비록 프리미어12에서 같은 조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쿠바에게 한국은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 경우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서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 쿠바는 한국을 상대로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인상도 줬다. 한국이 완승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한국은 2차전에서는 우규민을 선발 등판시킬 예정이다. 프리미어12을 앞두고 선수단의 경기 감각과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고르게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승패를 떠나 2차전에서는 보다 실전에 가까운 승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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