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 포스터.

28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 포스터. ⓒ MBC


또 복수다. 28일 첫선을 보인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는 그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용해온 '복수'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작진은 첫 회부터 살인, 방화, 불륜, 배신, 살인교사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몽땅 쏟아부으며 강기탄(강지환)이 왜 그토록 복수에 집착하는지를 설명했다. 거대한 권력 집단의 음모에 의해 가족과 인생을 빼앗긴 이 남자가 처절하게 버티며 살아가는 이유는 오직 하나, 복수다.

물론 복수 이야기는 재밌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주인공이 거대 권력을 향해 날리는 펀치 한 방은 시청자 속을 '뻥' 뚫어주기도 하고, 약자가 강자를 응징하는 데서 오는 쾌감은 멜로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판타지를 선사해주기도 한다. 을을 향한 갑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현실에서 이런 복수극이 인기를 끄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륜과 살인 등 익숙한 클리셰로 범벅된 <몬스터>의 첫 회는 아직 이 드라마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걸 보여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복수극의 단순한 구조가 극의 긴장감 떨어트려 

복수극은 기본적으로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다. 달리 표현하면, 쉽게 예측 가능하다. 누가 죽고 누가 배신을 하며, 또 누가 우군이 되어 주인공을 도와줄지 훤히 보인다. 별다른 반전이 없다는 것은 결국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50부작으로 구성된 <몬스터>가 힘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기존 복수극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설정과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서 <몬스터>는 불의의 사고와 이모의 계략으로 시력을 잃은 이국철(이기광 분)이 남들보다 몇 배나 뛰어난 청력을 얻었다는 설정, 그리고 향후 성형 수술과 개명을 통해 강기탄(강지환 분)으로 거듭난다는 반전(?)을 마련했지만, 이런 설정이 전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재미를 만들어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몬스터>는 어린 시절 불행을 겪은 이국철(이기광 분)이 강기탄(강지환)으로 얼굴과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한다는 내용을 큰 축으로 한다.

<몬스터>는 어린 시절 불행을 겪은 이국철(이기광 분)이 강기탄(강지환)으로 얼굴과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한다는 내용을 큰 축으로 한다. ⓒ MBC


또한, 복수극에서는 무엇보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심리에 시청자가 공감하고 이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또한 아직은 미지수에 가깝다. 강지환의 아역을 맡은 이기광의 연기는 무난한 편이지만, 그가 맡은 이국철이라는 캐릭터는 모난 성격에 '갑질'을 일삼는 밉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지환의 복수에 시청자가 공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와야 한다. 그래야 악역을 함께 욕하고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다. 하지만 <몬스터>는 첫 방송에서 3명을 죽이는 등, 정신없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인공 캐릭터를 호감으로 그려내지 못했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몇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의 앞날을 밝게 전망할 수 있는 건,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돈의 화신>, <기황후> 등을 집필한 장영철, 정경순 작가 콤비에 대한 믿음 덕이다. 묵직한 서사를 시종일관 긴장감 넘치게 끌고 나갈 줄 아는 작가들이라면, <몬스터>를 분명 또 하나의 고품격 복수 드라마로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멜로와 복수의 균형 <화려한 유혹> 뛰어넘을까

 복수 이야기 외에도 강지환과 성유리의 멜로 또한 지켜볼 관전 포인트.

복수 이야기 외에도 강지환과 성유리의 멜로 또한 지켜볼 관전 포인트. ⓒ MBC


<몬스터>는 강지환의 파트너로 성유리를 내세우며 두 사람의 멜로 또한 부각할 계획이다. 복수 이야기에 치중하면 극이 다소 무겁게 흘러갈 수 있으나, 멜로가 적당히 균형을 맞춰준다면, 안방극장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몬스터>의 전작인 <화려한 유혹>이 복수를 소재로 방영됐으나 큰 재미를 못 보았다는 점은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또, 같은 시간대 첫 출발을 알린 SBS <대박>과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가 각각 11.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0.2%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몬스터>가 7.3%에 그쳤다는 점은 <몬스터>가 극복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과연,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꼴찌'로 출발한 <몬스터>는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상황에서 과연 <몬스터>가 어떻게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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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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