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 지난 6일 8시,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뮤지컬 <파리넬리>의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전석 무료 예매로 진행됐다.

▲ 질문있어요 지난 6일 8시,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입구에서 배우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쪽지에 적어 붙이는 패널이 자리했다. ⓒ 곽우신


지난 6일 오후 8시가 조금 안 된 시각,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앞은 지하로 내려가려는 많은 관객으로 붐볐다. 티켓부스 앞에는 여러 카스테라(뮤지컬 <파리넬리>의 팬을 일컫는 별명)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패널이 마련됐다. 뮤지컬 <파리넬리>의 개막을 앞두고 열린 토크 콘서트 현장. 1년 만에 돌아오는 <파리넬리>를 반갑게 맞이하려는 마니아들의 표정은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다(관련 기사 : 신 때문에 거세된 남자, 새드엔딩은 아니었다).

이번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 콘서트는 약 50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1층만 예매가 오픈되고 2층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 4일 오후 2시, 예스24를 통해 무료로 오픈된 객석은 금세 매진됐다. 하지만 정작 콘서트 당일 빈자리가 꽤 눈에 띄었다. 무료 공연의 특성상 예매만 해놓고 당일 관람을 포기한 관객들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객석에는 빈 구멍들이 있었지만, 무대를 향한 기대감에는 빈틈이 없었다. 오케스트라가 먼저 입장한 후, 오랜만에 관객 앞에 카운터테너 루이스초이가 나섰다. 그가 입을 열고, 그의 성대에서 아리아가 퍼져나오면서, 작은 탄성이 객석을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그렇게 여러 카스테라들이 바라고 바랐던 <파리넬리> 귀환의 서곡이 시작됐다.

귀환을 알리는 노래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 지난 6일 8시,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뮤지컬 <파리넬리>의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전석 무료 예매로 진행됐다.

▲ 이주광의 파리넬리 공연 때면 캐릭터에 많이 동화되어 예민해진다는 이주광 배우. 하지만 그에게 뮤지컬 <파리넬리>는 조금 달랐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이지만, 짧은 무대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매력을 선보였다. ⓒ 곽우신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 지난 6일 8시,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뮤지컬 <파리넬리>의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전석 무료 예매로 진행됐다.

▲ 박소연의 안젤로 유일한 여성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남배우들 사이에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는 그녀. 안유진의 안젤로가 돌아오지 않은 데 대해 많은 팬이 아쉬워했다. 박소연의 안젤로는 그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을까? 토크콘서트 자리만 봤을 때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 곽우신


이날 콘서트에는 루이스초이와 이주광(이상 파리넬리 역), 박소연(안젤로 역)과 김태훈(래리펀치 역) 등 모두 네 명의 배우가 참여했다. 루이스초이만 초연에 이어 이번 재연에도 돌아왔고, 나머지 셋은 이번에 처음 합류했다. 곧 새신랑이 될 배우 김태훈은 본인이 "전문 MC가 아니"라는 핑계로 시종일관 '깨방정'을 떨면서 잔망스럽게 객석을 들었다 놨다. <빈센트 반 고흐>에서 테오 역을 맡을 때 붙은 별명 '깨오(깨방정+테오)'가 자연스레 납득됐다.

안젤로의 솔로, 안젤로와 파리넬리의 듀엣곡이 끝난 후에는 배우들이 뽑은 뮤지컬 <파리넬리> 베스트 넘버 세 곡을 부르는 순서가 이어졌다. '알토 지오베(Alto Giove)'가 3위를 차지하며 먼저 이주광 배우가 마이크를 잡았다. <파리넬리>의 넘버를 "관객 앞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라 떨린다"는 이주광 배우의 볼멘소리가 어느 정도는 이해됐다. 하지만 정작 노래가 시작되자 괜히 엄살을 떤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높은 집중도를 보여줬다.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 지난 6일 8시,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뮤지컬 <파리넬리>의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전석 무료 예매로 진행됐다.

▲ 루이스초이의 파리넬리 카운터테너 루이스초이를 뮤지컬 배우 루이스초이로 만들어 준 작품이 바로 뮤지컬 <파리넬리>이다. 그는 실제 자신의 음악적 삶의 고충과 '파리넬리' 캐릭터가 겪었던 아픔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배우와 극 중 인물의 교집합이, 무대에서의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게 아닐까. ⓒ 곽우신


이어진 박소연 배우와 루이스초이의 '신은 왜 나를' 그리고 다시 이주광 배우의 '왜 하필'이 이어졌다. 곡마다 배우들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배우별로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초대권을 걸고 나선 '듣고 싶어요' 코너는 쉴 새 없이 폭소가 터져나오는 시간이었다. 각자가 선택한 넘버를 1분 30초에 가장 가깝게 부르고 끊는 데 성공하면, 그 배우와 한팀이 된 관객들은 초대권을 받는 형식이었다.

백미는 역시 김태훈 배우가 아직 노래를 부르지 않았음에도 나머지 세 배우가 결과를 알려달라고 조르던 때였다. 삐쳐서 주저앉은 김태훈 배우를 향해 백 코러스를 넣어주겠다고 나머지 배우들이 달래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정작 본인이 부른 곡의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종이에 가사까지 준비해 와 뮤지컬 <서편제> '흔적'을 부른 김태훈은 당당하게 꼴찌를 차지했다.

다음 순서로 사전에 팬들로부터 받은 질문에 각 배우가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래 자신이 쌓아왔던 필모그래피에서와는 전혀 다른 음역을 소화해야 하는 이주광 배우의 어려움, 두 종류의 여성잡지에 동시에 인터뷰가 실린 박소연 배우의 귀여운 자기 자랑, 카운터테너를 향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루이스초이, 그리고 공연을 위해 혼인 날짜를 미룬 김태훈 배우까지. 각자의 계획, 근황, 개인사 등과 함께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을 가감 없이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연습 및 다른 공연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배우들이 영상으로 인사를 대신한 후, 끝으로 루이스초이의 목소리로 뮤지컬 <파리넬리>의 킬링넘버나 다름없는 '울게 하소서'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한 곡을 듣기 위해서라도 올 만한 가치가 있는 공연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률에 맞추어 "오! 파리넬리, 신이 선택한 목소리"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 지난 6일 8시, 서울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콘서트는 뮤지컬 <파리넬리>의 개막을 앞두고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전석 무료 예매로 진행됐다.

▲ 마지막 합창 합창단과 함께 뮤지컬 <파리넬리> 토크콘서트를 닫고 있는 배우들. 왼쪽부터 김태훈, 이주광, 박소연, 루이스초이. 본공연의 기대를 한껏 높일 수 있는 자리였다. 함께하지 못한 배우들이 있어서 안타까웠지만, 그들에 대한 호기심은 내일부터 해결할 수 있다. ⓒ 곽우신


이날 콘서트는 분명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다. 배우들도 긴장한 듯 조금씩 실수가 나왔고,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아서인지 콘서트의 흐름도 매끄럽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 어색한 부분들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며 윤활유 역할을 했다. 정식으로 관객을 맞이하기 전 '티저' 느낌의 자리였던 만큼,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배우들의 다짐에서 그들이 이번 <파리넬리>를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연습을 위해 자리를 이동하는 배우도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관객 몇 명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들을 수 있었다. 초연을 보지 않은 한 중년 관객은 "기대보다 별로였다, 내 취향의 작품은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하지만 초연을 관람 후 재연을 애타게 기다렸던 팬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콘서트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관객은 "이주광 배우의 노래가 기대보다 만족스러웠"다며 "모든 캐스트를 관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초연에 참여했던) 고유진의 파리넬리를 볼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돌아와줘서 고맙다"라며 "드라마와 노래가 풍부해졌다고 해서 기대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료 공연이었음에도 콘서트 퀄리티가 높았다"는 의견이 여럿 나왔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15일과 16일 경기도 수원 공연을 치른 후, 오는 26일부터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다. 두 번째 관객맞이에 나서는 <파리넬리>의 아리아는 카스테라의 마음을 또 한 번 흔들 수 있을까. 바로 내일(15일), 그 뚜껑이 열린다.

뮤지컬 <파리넬리> 포스터 HJ컬쳐의 뮤지컬 <파리넬리>가 1년 만에 돌아온다. 15·16일 수원 공연을 치른 후, 오는 26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뮤지컬의 형식에 오페라 곡 몇 가지를 이식하여 독특한 이종교배의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뮤지컬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한 번쯤 꼭 볼 만한 극이다.

▲ 뮤지컬 <파리넬리> 포스터 HJ컬쳐의 뮤지컬 <파리넬리>가 1년 만에 돌아온다. 15·16일 수원 공연을 치른 후, 오는 26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파리넬리>는 뮤지컬의 형식에 오페라 곡 몇 가지를 이식하여 독특한 이종교배의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뮤지컬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한 번쯤 꼭 볼 만한 극이다. ⓒ HJ컬쳐



덧붙이는 글 일본식 스펀지 케이크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카스텔라'이다. '카스테라'는 카스트라토 가수에서 따온 별명으로 중의적으로 사용된다.
뮤지컬 파리넬리 루이스초이 이주광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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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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