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선수'... 슬뢰체스(네델란드)와 에고누(이탈리아·오론쪽)

'요주의 선수'... 슬뢰체스(네델란드)와 에고누(이탈리아·오론쪽) ⓒ 국제배구연맹(FIVB)


한국 여자배구가 오는 12일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권이 걸린 세계 예선전 출전을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초미의 관심은 본선 진출권을 따낼 수 있느냐다. 이번 세계 예선전(14일~22일)에는 총 8개 국가가 출전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한국, 태국, 카자흐스탄이 출전한다. 유럽은 유럽지역 올림픽 예선전 2위 네델란드와 3위인 이탈리아가 출전한다. 그리고 북미 예선전 2위 도미니카와 남미 예선전 2위 페루가 출전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팀은 4위 안에 들면 무조건 본선 티켓을 획득한다. 5위일 경우에는 1~4위 팀에 아시아 국가가 없을 경우에만 본선행 자격을 획득한다. 4위 안에 들어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본선행 티켓을 따내는 게 가장 속 편하다.

자연스럽게 8개 출전국의 전력 수준에 대한 궁금증이 키지고 있다. 각 팀의 주전 선수 윤곽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열린 각 대륙별 올림픽 예선전에서의 경기력과 주전 선수들의 2015~2016시즌 소속 팀 활약상 등을 토대로 8개 팀의 전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봤다.

우선 한국보다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팀은 네델란드와 이탈리아다. 일본도 최근 몇 년 동안 주전급 선수가 맞붙은 한·일전 전적과 홈에서 유독 강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네델란드·이탈리아, '장신 쌍포' 경계령

네델란드는 출전국 중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럽지역 올림픽 예선전에서 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4강에서는 이탈리아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국내 배구팬들에게 익숙한 구이데티 감독(현 바키프방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네델란드는 유럽지역 예선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나온다. 주전 선수 전원이 터키, 이탈리아, 폴란드, 독일 등 유럽 빅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주전 공격수 평균신장이 190cm에 가까운 장신 군단임에도 빠르고 조직력이 좋다. 특히 슬뢰체스(Slöetjes·27세·191cm·라이트)와 부이스(Buijs·26세·191cm·레프트)의 좌우 쌍포가 위력적이다.

슬뢰체스는 네델란드 국가대표와 유럽 최강 클럽인 바키프방크(Vakifbank)에서도 주 공격수이다. 공격 스타일이 빠르고 강력하다.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도 자주 구사한다. 2015~2016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 3위에 올랐고, 터키리그에서도 득점 10위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도 우수한 공격 자원이 넘쳐난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급성장하면서 파워와 체력 면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주전 공격수 평균신장이 190cm에 달한다.

19살인 에고누(Egonu·190cm·레프트)와 24살인 디우프(Diouf·202cm·라이트) 두 장신 공격수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에고누는 전형적인 고공 강타 스타일이다. 서브 또한 강력하다.

여기에 노련하고 기량이 무르익은 노장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면서 신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델 코레(Del Core·37세·180cm·레프트)와 귀지(Guiggi·33세·187cm·센터)는 여전히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4월 끝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수상한 피치니니(Piccinini·38세·184cm·레프트), 2015~2016 터키리그 득점 3위를 기록한 센토니(Centoni·36세·182cm·레프트)도 요주의 대상이다.

'베띠 복귀' 도미니카, '홈 텃세' 일본

도미니카는 주전 공격수 3인방인 마르티네스(Martinez·21세·201cm·레프트), 리베라(Rivera·33세·183cm·레프트), 맘브루(Mambru·31세·182cm·라이트)가 2015~2016시즌 이탈리아 1부리그 쉬드티롤 볼자노(Sudtirol Bolzano)팀에서 함께 뛰었다. 같은 소속 팀에서 손발을 맞춰온 게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4월 V리그 여자부 트라이아웃에 신청했다가 현장에 오지 않은 마르티네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2013~2014시즌 V리그에서 GS칼텍스를 우승으로 이끈 베띠(De La Cruz·30세·188cm·레프트)의 합류도 변수다. 베띠는 작년 8월 어깨 수술 이후 이번 세계 예선전에 맞춰 재활을 해왔기 때문에 최근 몸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북중미 올림픽 예선전에서는 페르솔라(Fersola·25세·191cm), 아리아스(Arias·25세·194cm) 등 센터진의 중앙 속공도 빠르고 날카롭게 꽂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은 최근 세계 정상권인 중국과 3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전력을 다졌다. 비록 지긴 했지만 세계 예선전 일정에 맞춰 전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이번에도 레프트에 사오리(31세·185cm), 코가(21세·180cm), 에바타(28세·176cm), 이시이(26세·180cm), 라이트에 나가오카(26세·179cm), 사코다(30세·175cm), 센터에 에리카(33세·186cm), 야마구치(34세·176cm), 세터에 미야시타(23세·177cm) 등 2012년 런던 올림픽과 지난해 월드컵 때 뛰었던 선수들이 주전과 교체 맴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최대 강점은 끈질긴 수비력과 빠른 플레이다. 또 홈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입어 상대를 주눅 들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선수 개개인의 특징과 플레이 스타일은 한국 대표팀의 이정철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배구팬들까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한·일전은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과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3-1로 꺾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일본전 22연패의 늪에서 탈출했었다.

'복병' 태국... 주전 대거 교체한 카자흐스탄

태국은 모든 팀이 껄끄러워하는 복병이다. 주전 선수들이 수년 동안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춰온 관계로 조직력과 빠른 플레이로 강팀들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전 선수 대부분이 30대를 넘긴 데다 신장이 작고 기량도 하락세인 것이 단점이다. 또한 한국에게 약한 징크스가 있다.

카자흐스탄은 주전 선수를 대거 교체했다. 지난해 월드 그랜드 프릭스(World Grand Prix) 대회에서 활약했던 사나(Sana Anarkulova), 올가(Olga Nassedkina), 코리나(Korinna Ishimtseva), 타탸나(Tatyana Mudritskaya) 등 주전 4명이 이번 세계 예선전에 제외됐다. 대신 182~185cm의 라이트 2명과 센터 1명, 그리고 리베로가 새로 들어왔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7일 진천 선수촌에서 카자흐스탄과 연습 경기를 했다. 한국이 세트 스코어 4-0으로 승리했다.

페루는 전력이 다소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한국이 페루에게 3-0으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페루도 지난해 월드 그랜드 프릭스 대회에서 카자흐스탄을 3-0으로 꺾었다.

블로킹·서브 강화, 부담은 줄이고 방심은 금물

한국은 이들 7개 팀을 상대로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는 유럽과 남미 선수의 빠른 공격이나 장신 공격수의 고공 강타에 유독 약한 면을 보여왔다. 블로킹이 느리고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월드컵에서도 세르비아의 19살 신예 보스코비치(Boskovic·193cm·라이트)의 고공 강타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0-3 완패를 당한 바 있다.

따라서 네델란드의 슬뢰체스와 부이스, 이탈리아의 에고누와 디우프, 도미니카의 마르티네스 등 빠르거나 타점이 높은 주 공격수들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있다. 서브를 강화해서 상대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고 빠른 공격과 고공 강타를 차단하는 것도 필수다.

준비와 전략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있다. 선수들이 부담감을 잘 다스려야 한다. 아울러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상대적 약팀이라고 방심했다가 한 순간에 올림픽의 꿈이 날아갈 수 있다.

이정철 감독과 선수들은 첫 경기인 이탈리아전에 총력을 기울겠다고 입을 모은다. 첫 단추를 잘 꿰야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리면서 이후 경기에도 부담을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진천 선수촌 입촌 당시에는 부상 선수가 절반 이상이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회복됐고 경기 뛰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경 선수도 늦게 합류했지만, 훈련해 본 결과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며 안도했다.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의 대들보이자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다. 2015~2016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득점왕을 기록했고, 베스트 레프트 공격수에 선정됐다. 터키리그에서도 소속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그만큼 상대 팀의 집중 견제가 예상된다. 한국이 본선 티켓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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