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는 지난주 하위권 팀인 kt와 한화를 상대로 5전 전승을 거두며 개막 이후 최다 연승을 달렸다. 멀어만 보이던 5할 승률도 마침내 달성했다. 2주 전까지 다소 침체되어있던 팀 분위기를 단박에 끌어올렸다.

하지만 김기태 기아 감독은 팀의 상승세에도 내심 고민이 많았다. 연승에 가려졌지만, 기아는 정작 현재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다. 일단 가장 믿었던 선발진에 구멍이 나 있는 상태다. 양현종,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이 건재하지만 남은 두 자리에 윤석민과 임준혁이 전열에서 이탈하며 공백이 생겼다. 그나마 5선발의 대안으로 거론되던 한기주도 최근 구위 난조로 2군에 갔다. 선발 야구가 최대의 장점이던 기아로서는 위기였다.

더구나 이번 주에는 쉽지 않은 상위권 팀인 두산과 SK를 연달아 만나야 했다. 중위권 진입을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자, 기아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들이었다.

위기 넘긴 기아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위기

"잘했다" 지난 4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KIA 필이 역점 2점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김기태 감독이 격려하고 있다.

▲ "잘했다" 지난 4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KIA 필이 역점 2점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김기태 감독이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 감독은 최근 변칙적인 경기운영이 부쩍 늘었다. 팀 사정에 이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근 임기준과 최영필에 이어 18일 두산전에서는 정용운이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변칙은 타선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김 감독은 나지완을 우익수로 김주형을 유격수로 배치하고, 1군에서 갓 올린 황대인을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라인업을 편성했다. 선발 라인업에 서동욱을 제외하고 우타자만 8명이나 편성했다.

김기태 감독의 의도는 분명했다. 선발싸움에서 정용운이 장원준에 열세인 만큼, 다소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적중했다. 황대인과 김주형이 장원준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내며 분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공격을 위하여 수비는 포기한 대가는 가혹했다. 우익수로 기용된 나지완이 두 번이나 실점과 연결되는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나지완은 타격 능력은 있지만, 수비가 약해 주로 지명타자로 기용된다. 외야수를 봐도 주로 좌익수로만 출전하지만 그나마도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나지완의 우익수 기용이 불행히도 악몽의 날을 만들었다.

선발 정용운은 4.2이닝 8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데뷔 이후 최다이닝과 투구 수(90개)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사실 3회와 5회 나지완의 치명적인 두 번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좀 더 많은 이닝을 끌고 갈 수도 있었다. 두산 선발 장원준도 2회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등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타선 지원 속에 5.2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안타 6개 3실점으로 버텨낸 것과 대조를 이뤘다.

또한, 기아에 더 아쉬웠던 것은 선발보다 오히려 불펜이었다. 박준표-임기준-배힘찬으로 이어지는 불펜은 정용운이 내려가고도 무려 9점을 두산에 더 헌납했다. 경기 초중반에는 야수들의 수비 실수로, 후반에는 불펜진의 볼넷 남발로 안 줘도 될 점수가 쌓여가면서 기아는 그나마 남아있던 추격 의지마저 상실했다. 내놓은 카드마다 족족 실패로 돌아가면서 김기태 감독도 민망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아는 두산에 2연패를 당하며 5할 승률에서 또다시 -2로 밀려났다.

감독의 작전 실패?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작전 짜는 KIA 지난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KIA 경기. 6회 말 KIA 김기태 감독이 내야수들에게 작전을 내리고 있다.

▲ 작전 짜는 KIA 지난 4월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와 KIA 경기. 6회 말 KIA 김기태 감독이 내야수들에게 작전을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표면적인 패인은 김기태 감독의 전술적 운용의 패착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기아 지휘봉을 잡은 이후 변칙적인 라인업이나 작전을 종종 구사하지만 성공률이 영 좋지 못하다. 기아가 다소 어이없이 경기에 패배할 때마다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감독의 문제보다 곧 기아 전력의 가장 큰 구조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바로 얇은 선수층과 공수밸런스의 불균형이다.

기아는 주전급 선수들과 비주전들의 기량 차이가 매우 큰 편이다. 특히 마운드가 더 심한데, 이러다 보니 선발이나 불펜 핵심요원 중 한두 명만 전열에서 이탈해도 쉽게 계산이 서질 않는다. 이점은 김기태 감독이 투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올 시즌 최약체로 평가받던 타격은 팀타율 3위, 팀 홈런 2위에 오르는 등 예상보다는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내실을 냉정히 살펴보면 영양가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주로 대승한 경기에 한꺼번에 몰아친 경우가 많고 안 풀리는 날에는 지독하게도 안 터진다. 강팀과 약팀 사이, 박빙의 승부 유무에 따라 편차도 큰 편. 기아는 올 시즌 2점 차 이내 승부만 벌써 16번이나 치렀는데 6승 10패로 부진했다. 정작 결정적인 기회에서 타선이 안 터져 놓친 경기가 많았다.

나지완처럼 공격은 되지만 수비가 안되는 선수들, 혹은 그 반대의 경우 때문에 야수진의 운용 폭이 제한되어있다는 것도 김기태 감독이 다양한 라인업을 가동하는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겉보기에 타율이 높아도 결정적일때 타선이 못 쳐주거나, 대타-수비 시프트 등을 폭넓게 가동하기 어렵다면 최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 없다. 몇 년째 리빌딩만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기아가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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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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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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