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라면> 공연 사진

사랑은 마치 라면끓이기 같다 ⓒ 컬쳐마인


사랑은 라면 끓이기와 비슷하다. 우선 시중에 나와 있는 수백여 종의 라면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 그 다음 적당한 냄비에 필요한 양의 물을 붓고 라면을 끓인다. 이 경우에도 물에 스프를 먼저 넣는 방법과 면을 먼저 넣는 방법 등이 있다.

여기에 그냥 면만 삶아서 김치 등의 반찬과 함께 먹는 방법이 있고, 끓이는 과정에서 미리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맛을 가미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물의 양과 불의 세기 등등 수만 가지 변수는 곳곳에 존재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배고플 때 요리하기 귀찮고 시간도 별로 없는 경우에 가장 먼저 인스턴트식품인 라면을 떠올리게 된다. 라면은 짜장라면, 짬뽕라면, 비빔면, 볶음면 등 그 종류도 맛도 다양하지만 넣는 재료와 조리방법에 따라 다양한 요리로 변신이 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조리를 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맛이 바뀌며, 꼬들꼬들한 면을 좋아하는 사람과 푹 익은 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뉘기도 한다. 사람이 전부 다르듯, 라면을 먹는 방법이나 끓이는 과정도 다르다. 면이 익는 정도, 같이 넣는 재료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는 라면처럼 사람들의 연애 스타일도 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부터 끓이는 법까지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연극 <라면>은 이러한 라면과 사랑의 공통점을 주요한 소재로 엮었다. 특히 연애와 사랑이 가지는 배려와 애정의 문제를 라면에서도 정성으로 끓이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연애는 라면을 끓이는 행위와 비슷해 사람에 따라 재료의 선택과 집중 등의 문제로 다양한 맛과 향을 낸다. '먹고 싶은' 연극 <라면>은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과 사랑에 닮은 점이 많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라면 한 그릇에도 배려가 필요해

 연극 <라면> 공연 사진

간단하게 먹는 라면 한 그릇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사진은 연극 <라면> 속 한 장면. ⓒ 컬쳐마인


지금 대학로 마당세실극장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인 라면으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극 <라면>(연출 김두환)이 선보이고 있다. 스프를 먼저 넣는 남자와 면을 먼저 넣는 여자가 만나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 <라면>은 등장인물들의 학창시절과 현재를 오가는 청춘 코믹극으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이 있는 연극이다.

만수와 은실, 경필과 희선 이렇게 동갑내기 두 커플의 일상은 관객들에게 사랑의 복잡함과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다.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은 주인공들의 고교시절 회상 장면을 통해 오랜만에 흘러간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연극 <라면>은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고 분식집을 차리겠다는 만수, 그런 만수에게 오랫동안 멋진 프러포즈를 기대하고 있는 은실 커플, 일찍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철이 들지 않는 경필, 철없는 남편과 사춘기 딸 때문에 고민인 희선 부부, 이 네 명의 인물들이 겪는 좌충우돌 연애 스토리를 라면과 비교해 담아내고 있다.

"이제는 당신을 위해 면부터 넣을게"

고교 시절 네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만난다. 모범생인 만수는 첫눈에 라면집 딸 은실에 반하게 된다. 은실의 어머니인 방여사의 라면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푹 삶은 라면을 즐겨먹고 농담처럼 "라면도 주시고 은실이도 주세요"하고 주문한다.

라면을 좋아하는 만수는 나중에 방방곡곡 '방여사의 라면집 2'를 오픈하고 싶은 꿈을 안고 산다. 사랑하는 아내 은실과 함께 일하는 꿈도 꾸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은실에게 라면집을 오픈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통보를 한다. 결혼도 하기 전에 라면집을 오픈하겠다고 회사를 그만둔다는 만수의 말에 은실은 이별을 통보하지만, 고교시절부터 라면집을 여는 것이 꿈이었던 만수를 회상하면서 둘은 다시 화해하게 된다.

이후 차근차근 준비해 만수가 라면집을 오픈하는 날 프로포즈용으로 미리 준비한 반지를 첫 라면 그릇 속에 넣어 은실에게 준다. 꼬들꼬들하고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라면을 좋아하는 은실을 위해 맛난 라면을 준비한 만수. 라면에 배려와 정성이 담기면 맛이 더 좋아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고 둘은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연극 <라면> 공연 사진

ⓒ 컬쳐마인


 연극 <라면> 공연 사진

사랑하는 사람이 끓여주는 라면의 맛 ⓒ 컬쳐마인


한편, 어린 시절에 사고를 쳐서 결혼한 경필과 희선 부부는 애증관계로 살아가지만, 연애와 결혼은 어쩌면 서로가 양보하고 맞추어 가는 것임을 시나브로 알게 되는 나이가 된다. 경필은 늘 스프를 먼저 넣고 물이 끓으면 면을 넣어서 라면을 끓이는 것을 좋아하고, 희선은 그 반대이다.

하지만 희선은 남편과 같이 라면을 먹을 때, 남편을 위해 언제나 스프를 먼저 넣어서 라면을 끓인다. 사랑하기 때문이다. 늘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 싸우기만 하던 경필과 희선 부부는 어느 날 경필이 "이제는 당신을 위해 면부터 넣을게"라고 말하면서 다시 화해를 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인 만수와 은실에게 "사랑은 라면을 끓이는 것과 비슷해 당김도 있고, 처음에는 강한 불로 확 끓이는 힘도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무엇보다 둘 사이의 배려와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 준다.

 <라면>은 지난 3월부터 대학로 마당세실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전 배역 더블 캐스팅이다. 한경수, 한이연, 이경민, 방현주의 '라' 팀과 윤혁진, 권정현, 김민태, 류현주의 '면' 팀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라면>은 지난 3월부터 대학로 마당세실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전 배역 더블 캐스팅이다. 한경수, 한이연, 이경민, 방현주의 '라' 팀과 윤혁진, 권정현, 김민태, 류현주의 '면' 팀으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 DH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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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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