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은 시스템의 본질을 고발한다.

영화 <부산행>은 시스템의 본질을 고발한다. ⓒ NEW


시스템의 문제는 큰 사고가 터진 뒤에야 비로소 드러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심코 한 선택이 '대세'에 영향을 미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많은 '나'들의 사소한 잘못이 모이고 모여 어느 한순간 폭풍으로 돌아온다. 그것이야말로 시스템의 본질이다. 시스템은 개인으로 시작되며, 개인은 곧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영화 <부산행>은 이러한 개인과 시스템의 본성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를 출발점으로 삼고, 그다음에는 개개인의 추악한 이기심을 조명한다.

 재난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재난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NEW


석우(공유 분)는 딸 수안(김수안 분)의 생일을 맞아 별거 중인 아내를 만나려 부산행 KTX 열차에 오르고, 같은 시각 서울 곳곳에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다. 한 감염자가 열차에 타고 승객들을 공격하면서 사람들은 좀비로 변하고, 석우는 상화(마동석 분), 영국(최우식 분) 등과 함께 이에 맞선다. 이후 부산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한 이들의 사투가 영화의 큰 줄기를 이룬다.

<부산행> 속 좀비 바이러스는 마치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벌어지는 재난으로 그려진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을 보낸 석우가 아침 열차에 올라 잠을 청하는 순간, 차창 밖에서는 플랫폼에 난입한 좀비들이 사람들을 물어뜯는 광경이 펼쳐진다. 어떤 예고도 설명도 없이 벌어진 사건이어서 두렵기보단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내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 안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전국 곳곳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동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흔들리지 말고 정부를 믿으라"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묻는 말에 열차의 기장은 "보고만 받은 거라 저도 잘..."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재난을 맞닥뜨린 시스템의 무능함을 보여주던 영화는 이내 힘을 가진 개인의 욕망과 이기심을 향해 화살을 돌린다. 대기업 임원인 용석(김의성 분)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뒤처진 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외면하고, 좀비에 쫓기는 와중에는 타인을 방패 삼아 스스로를 지킨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석우조차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펀드매니저 석우는 평소에는 안중에도 없던 '개미'투자자인 군 장교에게 연락해 "나중에 확실한 종목을 추천해 주겠다"며 자신과 딸을 위험 속에서 구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후에는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한 바이오 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그 기업이 다름 아닌 "자신이 작전 걸어서 억지로 살려낸"회사라는 걸 알게 된다.

 <부산행>의 그 어떤 인물도 '영웅'은 아니다.

<부산행>의 그 어떤 인물도 '영웅'은 아니다. ⓒ NEW


결국 <부산행>에 세상을 구하는 영웅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도망칠 곳도 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인물들은 스스로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극 중 상화의 아내 성경(정유미 분)이 말하듯 "다들 겁이 나니까"그렇다. 어쩌면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판타지에 가까운 건지도 모른다. 다만 편애(偏愛)하는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이들이 있을 뿐이다.

석우는 바쁘다는 핑계로 평소 함께해 주지 못한 딸 수안에게. 상화는 임신한 아내 성경에게, 영국은 겉으론 툭툭대지만 내심 싫지 않은 진희(안소희 분)에게 그러하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편애가 모이면 그런대로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했듯 시스템이 곧 개인이고, 개인이 곧 시스템이니까. 오는 20일 개봉.

부산행 공유 마동석 김수안 최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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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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