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러브라인도 비범하게 만드는 <W>의 반전

평범한 러브라인도 비범하게 만드는 의 반전 ⓒ MBC


드라마 <더블유(W)>가 매회 반전을 선사하면서 예상치 못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다소 꼬여있는 이야기 탓에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자존심도 세웠다.

<더블유>의 매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에 있다. 그만큼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전개된다.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만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단 4회 만에 알아차린다. 그것도 여자 주인공의 직접적인 고백을 통해서다. 폭풍전개가 몰아치는 상황은 마치 다음 회가 마지막일 것처럼 그려진다. 도대체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런 <더블유>에도 클리셰는 있다. 다만 <더블유>는 그런 클리셰들을 비틀어 클리셰가 아닌 듯이 위장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더블유>가 뒤집어버린 클리셰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하나] 의사 클리셰

 드라마 <W>의 매력은 클리셰를 뒤집어버린 예측불가 전개다.

드라마 의 매력은 클리셰를 뒤집어버린 예측불가 전개다. ⓒ MBC


여주인공 오연주(한효주 분)는 의사다. 의사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목도해 왔는가. 의사는 이제 식상하리만큼 흔해 빠진 소재다. 뿐인가. 오연주가 남자 주인공 강철을 처음 만나 목숨을 구하는 상황 역시 전형적이다. 가슴에 구멍을 뚫기 위해 볼펜을 사용하는 상황이 자주 있을까 싶지만, 드라마에서만큼은 그간 터무니없이 자주 등장했다. 이런 장면에서 특별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더블유>는 만화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통해 이 클리셰를 뒤집었다. 현실이 아닌 만화 속에서 만화 주인공이 살아 숨 쉰다는 설정은 이 뻔한 장면을 신선하게 만들었다. 이 장면의 포인트는 오연주가 볼펜을 들고 강철을 살리는 그 지점에 있지 않다. 강철의 손에 이끌려 만화 속으로 들어간 오연주의 당황스러움과 `계속`이라는 글자를 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설정을 설명하는 데 있다.

남자 주인공이 만화 속 주인공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클리셰는 살짝 비틀어진다. <더블유>가 평범한 전개를 보이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증폭되는 순간이다.

[둘] 알고 보니 꿈

 뻔한 전개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스토리의 힘이다.

뻔한 전개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스토리의 힘이다. ⓒ MBC


<더블유>의 남자주인공인 강철은 오연주를 구하기 위해 오연주에게 현실 세계로 돌아가 자신이 잠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설정을 통해 현실 세계와 인연을 끊고 오연주와 상관없던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오연주를 구하겠다는 의도였다. 진범의 표적이 된 오연주 역시 이에 동의한다.

알고 보니 꿈이었다는 클리셰 역시 이미 셀 수 없이 활용된 설정이다. 그러나 <더블유>는 이 설정을 반전이 아닌 계획으로 활용하면서 클리셰를 비틀었다. 모든 상황을 꿈으로 돌린 후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지만 이미 자각해버린 진범이 변수로 등장하며 이야기는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꿈이었던 상황 자체가 아니라 진범의 자각이 반전으로 사용되면서 이야기는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갔고 드라마의 전개를 예상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고 말았다.

[셋] 러브라인

이 드라마에서 예상 가능한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러브라인이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서로에게 빠져들어 가는 러브라인은 사실상 충분히 예상 범주에서 흘러간다. 그러나 그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모습은 전형성을 탈피한다.

만화를 그려 남자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하는 여자 주인공이나 타개책을 생각해 내며 상상도 못 한 전개로 방향을 돌리는 남자 주인공의 행동은 이 드라마 안에서 여타 커플들이 보여주지 못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

<더블유>의 소재와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강렬하기 때문에 다소 캐릭터가 묻힐 수 있는 단점은 있지만, 그 안에서 캐릭터들 역시 고군분투하며 자신만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더블유>는 클리셰를 뒤집어 이야기의 흐름을 반전시키는 저력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흐름을 놓치면 이야기가 다소 중구난방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이야기가 선사하는 몰입도는 엄청나다. <더블유>의 몰입도가 끝까지 유지되어 또 하나의 명작 드라마로 남게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블유 이종석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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