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은 점점 강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리버풀은 점점 강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리버풀 공식 페이스북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명확하다. 강팀은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에서 이기는 응집력이 있다. 과거 프리미어리그에서 강팀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준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었다. 오죽했으면 항상 경기 막판 득점으로 성과를 내는 그의 팀을 시샘하고 조롱하는 퍼기타임(Fergie Time)이라는 단어까지 존재했을까.

리버풀의 경기를 보면 시원하다. 요르겐 클롭 감독 체제에서 리버풀 전진 압박과 역습 축구로 좀 더 직선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변모했다. 매 경기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뽐낸다. 리버풀은 2016년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팀(57골, 2일 기준)이다.
득점은 많이 하지만 리버풀의 성적은 그간 신통치 않았다. 리버풀은 최근 7시즌 중 6시즌을 5위 밖에서 마쳤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팀 득점은 3위(65득점)였지만 리버풀의 순위는 8위였다. 문제는 기복이었다.

클롭 감독 체제에서 첫 전 시즌을 시작한 리버풀은 2016-2017시즌 리그 개막전에서 아스널을 4-3으로 대파했다. 원정 경기였고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리버풀은 특유의 게겐프레싱과 역습 축구로 개막전부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좋았던 분위기와도 잠시 리버풀은 2라운드 번리에게 일격을 맞았다. 지난 시즌의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한' 기복 문제는 다시 한 번 논란이 됐다. 그렇지만 리버풀은 빠르게 회복했고, 번리전 이후 5경기에서 4승 1무를 거뒀다. 상승세의 리버풀이 7라운드에서 만날 스완지시티는 올 시즌 리버풀의 상위권 도약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스완지는 개막전 승리 이후 5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주축 수비수인 에슐리 윌리엄스의 이탈과 최전방 공격진의 부재로 인해 좀처럼 경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리버풀은 리버티 스타디움(스완지시티의 홈 경기장)에서 1승 2무 2패의 열세는 물론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시즌 막판에도 스완지에 일격을 맞는 등 유독 스완지 원정에서 고전했다.

그런 스완지전은 리버풀에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리그 7라운드 경기는 A매치 기간 직전 마지막 경기였다. 좋은 분위기 속에 휴식기를 갖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는 것과 그간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보였던 기복 문제의 개선 가능성을 확인할 기회였다.

팀 스프릿의 스완지, 침묵한 리버풀

 밀너의 헌신의 리버풀의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밀너의 헌신의 리버풀의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 리버풀 공식 페이스북


축구는 상대성의 싸움이고, 매주 선수 간의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스완지는 직전라운드인 맨시티전을 기점으로 부족했던 조직력이 회복되고 있었다. 리버풀을 상대론 살아난 조직력과 선수들의 개인적인 컨디션의 회복, 홈에서 부진을 씻고자 하는 마음마저 더해 스완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우선 접근법부터 달랐다. 리버풀을 상대로 스완지 선수들은 뒤에서 내려서기보단 오히려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통해 리버풀을 몰아붙였다. 후방에서 리버풀이 빌드업을 전개할 때 전방의 보르하 바스톤을 비롯해 2선의 웨인 라우틀리지, 르로이 페르, 길피 시구드르손까지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후방에서 압박을 받자 리버풀 선수들이 당황하면서 본래 자신들의 장점이었던 역습과 게겐프레싱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23분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왔던 아담 랄라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다니엘 스터리지가 들어온 것도 리버풀이 전반 고전했던 데 한몫했다.

랄라나는 매 경기 리버풀에서 가장 많은 활동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전방 압박 선을 구축하고 중원뿐만 아니라 측면을 넘나들며 리버풀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선수다. 반면 랄라나를 대신해 들어온 스터리지는 활동력 면에서 부족하고, 스피드가 아쉽다. 스터리지가 투입과 함께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던 필리페 쿠티뉴가 내려오면서 전방에서 공을 운반하고 마무리 슈팅까지 만들 수 있는 카드가 하나 줄었다.

전반 리버풀은 스완지의 기세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자신들의 축구를 하지 못했고, 전반 7분 만에 프로이 페르에 실점하며 전반을 마쳤다. 스완지는 리버풀을 잘 통제하면서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기복이 다시 한 번 리버풀의 발목을 잡는 듯했다.

밀너의 헌신으로 깨어난 리버풀 정신

 스완지와 리버풀의 포메이션 및 결과.

스완지와 리버풀의 포메이션 및 결과. ⓒ 이종현


스완지는 앞선 채 시작한 후반에서 무리하지 않았다. 라인을 내리면서 중원의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리버풀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의도적으로 측면을 활용한 공격을 주루트로 삼았다. 호베르트 피르미누와 사디오 마네가 측면에서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기회를 하나둘씩 만들기 시작했다.

만회 골이 필요한 리버풀에서 후반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선수는 제임스 밀너다. 올 시즌 수비의 견고함을 위해 왼쪽 풀백으로 나서고 있는 밀너는 전반 스완지의 기세에 눌려 자기 진영에서 수동적인 경기를 펼쳤다. 후반 들어 리버풀은 상대 압박을 피해 중앙보다는 측면을 활용하는 전술로 변화를 줬고 측면 수비수 밀너 역시 강하게 전진했다.

밀너는 폭넓은 활동량은 물론 팀의 정신을 깨울 수 있는 투지를 보였다. 밀너가 한 발자국 더 뛰면서 선제골 이후 리버풀의 분위기가 완벽히 살아났다. 한편 전반 의욕적으로 많이 뛰었던 스완지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되면서 단위적인 압박의 강도가 낮아졌다.

리버풀은 후반 중반부터 조르지오 바이날둠, 쿠티뉴, 피르미뉴가 기점이 된 역습이 살아나면서 득점에 근접한 기회를 수차례 만들었다. 후반 29분 모두 바로우와 앙헬 랑헬의 실책성 플레이에 이은 페널티킥 역시 리버풀의 계속된 전진압박과 이기고자 하는 투지에서 비롯됐다.

리버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꾸준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전까지 리버풀은 강팀에겐 강하지만 약팀에겐 의외의 일격을 맞는 일이 잦았다. 선제골을 허용하면 되돌릴 만한 힘이 부족했다. 세밀함은 물론 지고 있을 때 역전할 힘 역시 부족했다. 지난해 있었던 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전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듯 클롭 감독이 부임하고 리버풀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스완지전 역전승은 달라진 리버풀을 증명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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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종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리버풀 스완지시티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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