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6월, LG는 4강 싸움을 하기 위한 투수력 보강으로 이웃집 두산과 트레이드를 하게 된다. 두산으로부터 이재영을 받아오는 대신, 포수가 필요했던 두산에 이성열과 최승환을 보내게 된다. 이때, LG는 당시 2008년 신인이었던 3루수 자원 김용의도 영입한다. 김용의의 영입은 당시 두산이 두터웠던 내야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도 두산 입장에서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트레이드 직후, LG로 이적한 이재영은 팀의 세트업과 마무리를 오가며 활약한 뒤 이후 SK로 이적하게 된다. 이성열과 최승환은 두산에서도 경기출장은 이어갔지만 두 선수 모두 이후 한화로 이적한 뒤, 최승환은 현재 은퇴 후 kt에서 배터리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8년 전 트레이드 당사자인 4명 중, 트레이드된 팀에서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는 김용의가 유일하다.

최고의 활약 보여주고 있는 김용의

환호하는 LG 김용의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넥센경기에서 5회초 1사 2·3루 LG 김용의가 2타점 안타를 친 뒤 2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 환호하는 LG 김용의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넥센경기에서 5회초 1사 2·3루 LG 김용의가 2타점 안타를 친 뒤 2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LG는 지난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KIA를 1-0으로 힘겹게 따돌리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또 상대적으로 열세일 것이라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넥센에 7-0 쾌승을 거두며 상위라운드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 두 경기에서 김용의는 와일드카드 2차전 결승타를 포함해 맹활약하며 정말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무려 8년 전 트레이드를 재평가하게 할 정도로 그의 최근 모습은 빛나고 있다.

김용의의 활약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반짝'한 것이 결코 아니다. LG트윈스가 후반기 연승가도를 달리며 승패마진 –14에서 5할 승률까지 올라올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몇 년 동안 찾지 못했던 1번 타자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용의는 전반기 막판부터 좋은 타격페이스를 보여주더니 1번 타자로 정착한 뒤에는 선구안 능력까지 발휘하며 LG의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김용의 후반기 성적표

223 타수 77 안타 13 도루 타율 0.345 출루율 0.411 장타율 0.448

김용의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돌파했다. 물론 시즌 전체 규정타석에는 약 60여 타석이 모자라며 공식기록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후반기만 기준으로 하면 안타는 77개로 전체 11위, 타율은 0.345로 전체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출루율도 전체 10위, 장타율은 전체 15위다. 만일 규정타석에만 진입했다면 기량발전상 후보에 당연히 올라야 할 만큼 놀라운 변화다.

물론 그가 아직은 '1번 타자 완전체'는 아니다. 올 시즌 1번 타자로 기용된 후반기에 높은 출루율을 보였지만, 순수 출루율(출루율-타율)은 0.066으로 리드오프로서 좋은 기록은 아니었다. 또 후반기 타석당 투구 수 3.88개는 후반기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전체 1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이 역시 앞으로 1번 타자로 출장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김용의는 시즌 19도루를 기록할 만큼 빠른 발과 함께 좋은 콘택트 능력으로 차세대 LG 1번 타자 자리를 굳힌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당장 플레이오프에서 김용의는 붙박이 1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상대 투수의 좌우 여부를 떠나 김용의를 1번에 기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만큼 팀에서 김용의에 대한 신뢰는 확실하다.

좌투수 공략법과 수비 능력도 보여줘야

시선은 '타구'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넥센경기에서 5회 초 1사 2·3루 LG 김용의가 2타점 안타를 친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시선은 '타구' 지난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넥센경기에서 5회 초 1사 2·3루 LG 김용의가 2타점 안타를 친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의가 1번 타자로 출장하는 첫 가을야구에서 가장 보여줘야 할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좌투수 상대 출루다. 지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김용의는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출루에 실패했다. "밴 헤켄은 좌타자가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 박용택의 이야기처럼 김용의는 어쩌면 5차전에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밴 헤켄을 상대로 출루 능력을 보여야 한다. 이는 앞으로 상위라운드에 진출하더라도 만날 좌투수들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둘째로는 중견수가 지녀야 할 수비능력이다. 김용의의 원래 포지션은 3루수다. 지난 시즌부터 외야수로 수비 위치를 바꾼 뒤 풀타임에 가까운 시즌을 보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동안 LG 외야진들이 수비범위가 작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넥센의 빠른 주자들을 막는 수비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행히도 '중견수 김용의'가 보여준 수비 득점 기여도는 리그 중견수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시즌 환산 RAA 6.91: 한 시즌 동안 수비로 약 7점을 막는다는 것을 의미)

트레이드 8년 만에 이제는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도 '스타'가 됐다. 염경엽 감독은 가장 준플레이오프에 경계해야 할 선수로 김용의를 꼽았을 정도다. 그만큼 매 경기 반짝반짝 빛나지는 않지만,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늘 하던 대로'라고 밝혔던 언론간담회 출사표처럼 가을야구 끝까지 그의 좋은 페이스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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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LG트윈스 준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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