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출연 배우들. 왼쪽 부터 마이클 키튼(월터 로빈슨 역), 리브 슈라이버(마티 배런역), 마크 러팔로(마이크 레젠데스 역), 레이첼 맥아담스(샤샤 파이퍼 역), 존 슬래터리(벤 브래들리 주니어 역), 브라이언 달시 제임스(맷 캐롤 역)

▲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출연 배우들. 왼쪽 부터 마이클 키튼(월터 로빈슨 역), 리브 슈라이버(마티 배런역), 마크 러팔로(마이크 레젠데스 역), 레이첼 맥아담스(샤샤 파이퍼 역), 존 슬래터리(벤 브래들리 주니어 역), 브라이언 달시 제임스(맷 캐롤 역) ⓒ 더쿱


2016년 10월 24일. JTBC <뉴스룸>에서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을 낱낱이 밝힌 날이었다. 당시 <뉴스룸>은 최순실의 태블릿 PC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파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매우 컸다. 이전까지 최순실 국정개입을 유언비어와 정치공작이라 폄하한 청와대는 보도 직후 다음날 대국민 담화를 택한다. 물론 그 담화에 진정성은 별로 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 다른 언론사들은 부랴부랴 최순실에 대해 보도를 시작했다. 매일 새로운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분노와 자괴감을 느꼈다. 전혀 연관성 없어보였던 사건들이 최순실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맞추자 퍼즐처럼 완성됐다.

한 달이 넘은 지금, 국민들의 분노는 극점에 다다랐다. 지난 26일, 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150만정도로 집계됐다. 서울 광화문 일대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참가인원까지 합산을 한다면 2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모인 셈이다. 국민들은 저마다 촛불을 들고 지금의 시국에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또한 속도를 내고 있고, 정치권 또한 민심에 신경이 곤두선 것이 눈에 보인다.

만약 <뉴스룸>의 최초 보도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이 거대한 사건을 직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번 건은 언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준 사례다. 또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 좋은 사례였다.

진짜 언론에 대해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2002년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은 과거 보스턴 내에서 일어난 사제들의 아동성범죄를 폭로하고 밝혀내 퓰리처상을 받았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스포트라이트>(2015)다.

실제 일화를 영화화 한 <스포트라이트>는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매우 뛰어나다. 대중에겐 헐크 캐릭터로 친숙한 배우 마크 러팔로와 마이클 키튼, 레이첼 맥아담스 등이 열연을 펼친다.

<스포트라이트>의 첫 장면은 1976년 보스턴 경찰서에서 시작한다. 아동성범죄에 연루된 신부가 조사를 받지만 형벌은 내려지지 않는다. 이후 25년이 지난 2001년, 보스턴 글로브에 신임 국장 마티 배런이 부임하면서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스턴 사제들의 아동성범죄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에 다가갈수록 그들은 교회 세력의 회유와 협박을 받는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 있게 특종보도를 한다.

이 영화는 201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당시 <레버넌트>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마션> 등의 쟁쟁한 영화들을 제치고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올바른 저널리즘의 정석을 잘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자극적인 묘사 없이도 영화는 두 시간동안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단점을 찾기 힘든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언론 계통 직업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강력히 추천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고, 자신도 모르게 스포트라이트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발견할 테니 말이다.

카파이즘(Capaism). 전설적인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용어다. 카파는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격전의 상황 속에서 항상 최대한 다가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는 1954년 5월 인도차이나전쟁을 취재하던 중 베트남 타이빈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했다. 카파의 사후, 카파이즘은 투철한 기자정신을 의미하는 단어가 됐다. 카파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사진작가들에게는 격언처럼 쓰이는 말이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

사제들이 악랄한 아동성범죄를 폭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과 현 정부의 비리와 잘못을 파헤치기 위해 밤낮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JTBC의 기자들. 이러한 모습은 그들이 카파이즘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에게는 수없이 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어떨 때는 회유로, 그게 통하지 않으면 협박이 가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고충을 무릅쓰고 기자가 할 일을 해왔다.

이들이 없었다면 보스턴에선 아직도 사제들의 성추행으로 고통 받는 아동들이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건국 이래 최악의 부정부패에 대한 내막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기자정신을 위해 혼을 불태우는 모든 언론인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스포트라이트 팀원 마이크 레젠데스의 명대사로 이번 글을 마친다.

"이걸 밝히지 않으면 그게 언론인입니까?" -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덧붙이는 글 강한결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글쓰기 콘텐츠 동아리 Critics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춘천지역 주간지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춘천사람들>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스포트라이트 JTBC 저널리즘 박근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