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 드리블 지난 2015년 3월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윤석영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윤석영 드리블 지난 2015년 3월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윤석영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대표 왼쪽 수비수 윤석영(26)의 방랑은 어디까지일까. 윤석영이 덴마크 프로축구 브뢴비IF에서 3개월 만에 퇴단했다.

브뢴비 구단은 9일(현지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6년 12월 말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윤석영과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자유계약 신분으로 브뢴비에 입단했던 윤석영은 이로써 3개월 만에 또다시 무적 신분이 되어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 주전 레프트백으로 동메달 신화의 주역이자 2014 브라질월드컵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윤석영은 한때 이영표-김동진의 뒤를 이어 한국축구의 측면 수비를 이끌어갈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다. 하지만 당시 한창 주가를 높이던 '홍명보의 아이들'의 일원으로서 이후 윤석영만큼 기구한 커리어를 이어간 선수도 찾기 드물다.

꽃길 걸을 줄 알았던 윤석영, 하지만...

윤석영은 2013년 1월 K리그 전남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에 입단하면서 유럽파의 반열에 접어들었다. 당시 한국인 프리미어 리그 선수로서는 역대 11호이자 K리그에서 EPL로 직행한 역대 4번째 멤버였다. 특히 수비수 포지션으로 국내에서 EPL로 직행한 것은 윤석영이 한국축구 사상 최초이기도 했다. 당시 QPR에는 한국축구의 레전드 박지성도 뛰고 있었기에 윤석영과의 호흡에 거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QPR에 윤석영을 기다리고 있는 '꽃길'은 없었다. 공교롭게도 윤석영이 입단하던 시즌이 QPR은 다시 챔피언십으로 강등당했다. 윤석영은 그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동경하던 박지성과도 QPR 유니폼을 입고 같이 뛰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박지성은 이듬해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임대를 떠났고 그 시즌을 마친 뒤 QPR 복귀 대신 은퇴를 선언했다. 윤석영은 입단 당시 프리미어 리거 신분이었지만, 정작 데뷔는 2부 리그 강등 이후 이듬해 챔피언십에서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의 주인공이 됐다.

졸지에 팀과 함께 2부로 강등당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윤석영은 포기하지 않고 절치부심했다. 챔피언십에서도 처음에는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고전했으나 시즌 중반 돈캐스터 로버스로 단기 임대를 마치고 오며 출전 경험을 쌓았고, 복귀 후에는 시즌 후반기부터 주전들의 부상을 틈타 조금씩 기회를 잡으며 입지를 넓혀갔다. 다행히 QPR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1년 만에 프리미어 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윤석영은 그해 여름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에도 발탁되어 비록 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조별 리그 3경기에서 모두 주전 풀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1부 승격 이후 2014/2015시즌 약 1년 9개월 만에 뒤늦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윤석영은 리그 23경기에서 출전하며 QPR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QPR은 그해 최하위에 그치며 한 시즌을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2부 리그로 강등당했다. 윤석영도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갈수록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당시 QPR은 73실점으로 리그 최다실점을 허용했는데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내준 뉴캐슬(63실점)보다도 10골이나 더 많은 실점이었다. QPR의 전력이 워낙 허약했던 탓도 있지만, 주전 수비수로 윤석영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윤석영은 강등 확정 경기가 된 맨시티와의 리그 36라운드 경기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실점을 헌납하며 0-6 대패의 주범으로 꼽히는 등 마무리가 그리 좋지 못했다.

더구나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된 2015년 여름에 윤석영은 부상에 시달리며 이적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이로 인하여 이듬해 챔피언십에서도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윤석영은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시즌 후반기 같은 챔피언십의 찰튼으로 개인 2번째 단기임대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돌파구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공교롭게도 임대생활을 보낸 찰튼이 그해 3부리그로 강등당하며 윤석영은 QPR에서의 2부 강등 2회를 포함하여 유럽 무대에서 3번이나 강등팀의 일원이 되는 웃지 못할 경험의 주인공이 됐다.

기회 잡지 못한 윤석영, 선택이 필요하다

윤석영은 2016년 5월 QPR과의 계약이 만료되며 3년 6개월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QPR은 2015-2016시즌 1부리그 승격에 실패하며 윤석영을 비롯한 고액 연봉자들을 대거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윤석영은 K리그와 아시아권으로의 이적 가능성도 거론되었지만 일단 유럽 무대에서의 재도전을 선택했다.

한동안 무적 신분으로 여름 이적 시장을 흘려보낸 윤석영은 지난 9월 덴마크 1부리그 브뢴비에 단기계약으로 입단하며 재기를 노렸다. 덴마크는 유럽의 빅리그는 아니지만 브뢴비는 자국 수페르리가의 대표하는 명문 클럽 중 한 팀이었다.

하지만 브뢴바에서도 윤석영에게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브뢴비 유니폼을 입고 윤석영이 출전한 경기는 컵대회에서 3부리그 팀을 상대한 한 경기에 불과했다. 정규리그 대기 명단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렸으나 정작 경기에 나설 기회는 얻지 못했다.

브뢴비는 윤석영을 영입하면서 장기적인 전력감이라보다는 측면 수비진의 주전 경쟁을 유도하려는 포석이 더 강했고, 처음부터 윤석영을 크게 중용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이는 윤석영이 석연치 않은 단기계약을 맺을 때부터 우려되었던 부분이었지만 결국 현실이 됐다. 유럽진출 당시부터 윤석영과 그의 에이전트가 팀을 고르는 안목이 전혀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보여준 장면이다.

윤석영도 이제 어느덧 20대 후반을 향해가고 있다. 올림픽 동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았고 선수로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해야 할 시점에 2부리그와 단기 임대계약 등을 전전하며 약 4년의 세월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셈이다. 윤석영에게는 굳이 높은 몸값이나 유럽이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출전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둥지를 찾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