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13개부문 후보에 올라 6개 부문을 석권한 <시카고>

미국 아카데미 13개부문 후보에 올라 6개 부문을 석권한 <시카고> ⓒ 코리아픽쳐스


영화 <시카고>가 지난 15일 재개봉했다. <게이샤의 추억>과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를 연출한 롭 마샬 감독의 데뷔작으로 약 13년 만에 국내에 다시 소개됐다. 해당 작품은 2003년 53회 베를린 영화제 개막작이었으며, 60회 골든 글러브 작품상과 남여주연상을 휩쓸었다. 특히 75회 미국 아카데미에서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캐서린 제타 존스)등 총 6개 부문을 휩쓰는 쾌거를 거두었다.

영화는 4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북미에서 1억 7000만 달러 전 세계 3억 달러의 극장수입을 거두었다. 국내엔 2003년 3월에 개봉하여 137만 관객을 동원했다.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 존슨 그리고 리차드기어가 주연을 맡았으며, 힙합가수 출신 퀸 라티파와 존 라일리가 조연으로 활약했다 배우들은 연기를 위해 6주간 연습했으며 뮤지컬 연출자 출신 롭 감독이 직접 춤과 노래를 지도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영화는 지난 1975년 초연돼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브로드웨이 밥 포셔의 뮤지컬이 원작이다. 지난 1996년 밥 포셔의 친동생 앤 라인킹에 의해 리바이벌된 뮤지컬 <시카고>는 '연극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토니상 주요 6개 부문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런데 이 뮤지컬에도 원작이 있다. 바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동명의 연극이다. 이 연극의 각본은 1926년 12월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Maurine Dallas Watkins)이 썼다. 연극은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두 명의 여성 살인자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캬바레 가수 였던 벨바 게트너(Belva Gaertner)와 미모의 가정주부 뷸라 메이 안나(Beulah May Annan)가 주인공이다.

원작의 또 원작

 <시카고>의 리차드 기어와 르네 젤위거

<시카고>의 리차드 기어와 르네 젤위거 ⓒ 코리아픽쳐스


모린 왓킨스는 엄연히 살인자였던 그녀들의 무죄를 인정하기 어려웠고 이 사건을 풍자하기 위해 <시카고>를 쓰게 된다. 벨바 게트너는 캐서린 제타 존슨이 맡았던 벨마 켈리의 모델이며, 뷸라 안나는 르네 젤위거가 연기한 록시 하트의 모델이다. 이 연극은 1930년 브로드웨이에서 크게 성공했으며, 1942년 <록시 하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착하고 헌신적인 남편(존 라일리)이 있음에도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며 연예계를 동경하는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는 화려한 삶에 끌리게 된다. 록시의 단 한 가지 소망은 스타가 되는 것이다. 클럽 사장과 절친한 친구라고 말한 프레드의 유혹에 넘어가 내연의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자신을 무대 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프레드의 약속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된 록시. 그녀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되고 담당검사는 교수형을 단언한다.

한편, 아름답고 매혹적인 시카고 최고의 보드빌 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는 어느 날 여동생과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두 사람을 총살해버린다. 결국 벨마는 일급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이미 언론에 의해 희대의 살인자로 낙인찍힌 벨마는 무죄 석방 후 대가를 담보로 교도소장 마마 모튼(퀸 라티파)을 매수하여 100% 승소를 자랑하는 변호사 빌리 플린(리차드 기어)을 소개받는다. 벨마는 엄청난 비용으로 그를 고용한고 빌리 플린과 매트로 모튼은 자극적인 사건에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언론의 속성을 이용하여 벨마의 무죄 석방을 시도한다. 벨마와 같은 감옥에 수감된 록시는 우연한 기회에 빌리 플린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현실과 환상을 교차하는 록시의 정신 상태를 활용해 영리하게 노래들을 삽입한다. 오프닝은 화려한 시카고의 모습이고, 곧이어 벨마가 선사하는 'All that Jazz'가 화면을 장악해 나간다. 실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배우 출신 '캐서린 제타 존스'는 벨마 역을 맡아 물 만난 고기처럼 스크린을 누비며 영화 속 뮤지컬의 매력을 극대화 한다.

배우들의 공연만 인상적인 영화가 아니다. <시카고>는 아카데미 '미술상'(존 마이어)과 '의상상'(콜린 앳우드)을 수상한 작품으로 영화에 최적화된 의상과 세트가 눈길을 끈다. 특히 의상은 캐릭터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는 역할을 하는데,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캐릭터 록시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출 시킨다. 나약한 현실세계에 있는 록시를 표현할 땐 살색에 가까운 파스텔 톤을 사용했고, 그녀가 환상 속에 빠져들 땐 보다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색상의 의상을 활용했다.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임신중에도 춤, 노래, 연기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캐서린 제타 존스

임신중에도 춤, 노래, 연기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캐서린 제타 존스 ⓒ 코리아픽쳐스


영화는 단순히 뮤지컬과 비주얼의 매력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엄연히 살인자인 두 여성을 무죄로 만든 언론의 왜곡과 예쁜 범죄자에 동정심을 느끼는 대중심리 그리고 사법기관의 맹점들을 풍자하며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1920대 미국을 풍자했지만 우습게도 우리의 지금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편향된 언론들은 교묘하게 진실을 왜곡하며 자극적인 단어들로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바쁘고,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미녀강도의 팬 카페가 생긴 사례가 있었으며 대중들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에게 점점 더 관대해지고 있다. 그리고 법은 여전히 정의를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게 상업화 되고 보이는 것에 속아 넘어가는 사회에 대해 냉소를 날리는 리차드 기어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이건 서커스요 서커스란 말이요. 재판? 이 세상 모든 게 쇼 비즈니스죠"

재미난 사실들이 있는데, 벨마역으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했던 캐서린 제타 존스는 <시카고> 촬영 당시 임신상태였는데도 완벽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3년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만삭의 몸으로 마마 모턴 역으로 열연했던 퀸 라티파와 함께 합동 공연까지 펼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또 하나, 영화 제목과 달리 정작 촬영은 시카고에서 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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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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