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연인, 이안과 사만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사랑스러운 연인, 이안과 사만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 CJ 엔터테인먼트


또다시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왔다. 다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 겨울을 보내며, 2016년을 정리하고 있을 터.

크리스마스 역시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겨울의 분위기가 참 좋다. 밤이면 거리마다 켜지는 조명들과 그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 연인들과 함께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른 계절보다 좀 더 사랑으로 가득 찬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중한 사람의 추천에 의해 알게 된 영화. 나도 사랑이 꽃피는 이 계절에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이프 온리(If only)>라는 2004년에 개봉한, 조금은 오래된 영화다.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제니퍼 러브 휴잇이 연기하는 사만다는 속내가 깊고 배려심 많은 인물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의 연인을 사랑한다.

제니퍼 러브 휴잇이 연기하는 사만다는 속내가 깊고 배려심 많은 인물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자신의 연인을 사랑한다. ⓒ CJ 엔터테인먼트


사랑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 사랑이 처음엔 설렘이었다가, 익숨함으로 변해가며 원하지 않는 다툼이 생기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그렇다면 정말 관계를 종지부 찍을 만큼 크게 싸우고 돌아가는 길, 그 순간이 이 세상에서 연인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된다면 당신은 어떨까? 영화는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 그녀가 죽었던 어제를 다시 보내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영화 속 두 사람은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이다.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그녀 사만다. 그러나 그의 연인 이안은 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인 표현에 서툰 남자다.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티격태격하며 서로 출근길에 오른다. 자신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연주회 날짜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친구에게 너무나 서운한 사만다. 그러나 그가 중요한 서류를 두고 간 걸 알게 된다.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한 미팅이었는지 충분히 알기에 그녀는 용기 내 회의장 안으로 서류를 주러 들어간다. 그러나 이안의 손에 멀쩡히 들려있는 서류. 당황한 사만다는 임원들 앞에서 횡설수설하고, 회의장 분위기는 싸늘해진다.

이 장면에서 사만다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사실 연인 사이에서 먼저 자존심을 굽히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내 남자'의 중요한 미팅을 망치지 않기 위해 주저없이 회의장 안으로 들어간 그녀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짓게 하기 충분했다. 정말 사랑에 있어 솔직한 그녀다운 행동이었다.

어찌 됐든 그녀의 연주회를 보러 가기 위해 택시에 오른 이안. 피곤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그는 택시기사에게 이러한 질문을 한다.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법을 모르겠어요."

왜 두 사람은 서로 넘치게 사랑하지만, 자꾸 틀어지게 되는 걸까. 답은 하나다. 서로 다른 남녀가 사랑하는 데 있어선 커다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계산하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하고 이 순간 사랑하면 되는 것. 택시기사 역시 그렇게 조언한다. 그녀를 가진 걸 감사하며 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안은 아직도 서툴렀다. 레스토랑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터놓는다. 오늘 회의를 제대로 망쳤지만, 그리고 우리 사이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지만 버텨보겠다는 이안의 말. 사만다는 크게 상처받고 만다. 이안이 만약 회의장으로 달려온 사만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 순간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런던에 계속 남는다면 그건 오로지 자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사만다와 "내겐 일이 가장 큰 우선이야"라고 말하는 이안. 알 수 없는 공허함은 더욱 커져만 간다.

결국, 먼저 마지막을 고하는 사만다. 택시에 올라타며 눈물 글썽인 얼굴로 이안을 바라본다. 이별을 말하는 건 항상 힘들다. 내 모든 순간을 함께 한 사람을 내 삶과 분리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 택시에서 사고를 당하게 되는 사만다. 이안은 그 순간을 모두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 그녀와의 마지막 순간이 된 것이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애써 보지만, 쉽지 않다.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애써 보지만, 쉽지 않다. ⓒ CJ 엔터테인먼트


가슴 찢길 듯 아픈 시간을 보내고 잠든 이안. 눈을 뜨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눈앞에 사만다가 누워있다. 너무나 놀라 '정말 끔찍한 꿈'을 꾼 것인가 생각하며 그녀를 숨 막힐 듯 껴안고 안도한다. 그러나 밖으로 나서자 그 날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다.

끔찍한 그 결말을 막기 위해 이안은 갖은 노력을 다한다. 출근길을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가기도 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기도 하지만 결국 같은 시간이 반복된다. 또다시 그녀의 연주회가 시작되고, 이안 앞에서 자신의 자작곡을 부르는 사만다의 모습에서 전과는 다른 둘의 감정선이 나에게 역시 그대로 전해졌다.

이안은 연주회가 끝나고 그녀에게 작은 선물들을 건네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전한다.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단 듯 "자기랑 보내야지"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랑. 이 두 사람의 모습에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아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정해진 이별이 다가오고, 이안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 사만다와 함께하려고 한다.

정해진 이별이 다가오고, 이안은 그 마지막 순간까지 사만다와 함께하려고 한다. ⓒ CJ 엔터테인먼트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받는 법도.(Thank you being the person who taught me to love and to be loved.)"

진정 사랑했다면 인생을 산 거라고, 이안은 말한다. 그리고 그녀 대신 죽게 되는 이안. 그의 사랑을 마음 가득 느낀 채 혼자 남겨지게 된 사만다. 다시 돌아간 하루 전의 시간,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안은 자신에게 있어 사만다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게 됐고, 사만다 역시 표현에 서툴렀던 그에게서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기 충분한 여자인지 알게 된 것이다.

상대의 존재가 '당연한 것'이 돼버린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사람은 여전히 나를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나를 생각하는 배려를 찾아내는 순간, 그게 바로 내가 이 사람을 여전히 아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졌을 때 우리는 조금 허전할 뿐이라고 자신을 달래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 삶의 모든 것에 관여돼 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재가 절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가 없다. 함께 보냈던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시간과 추억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 사람이 떠나갔을 때, 다시금 그 시간의 소중함이 절실히 느껴질 것이다.

영화이기 때문에 아름답지만, 또 반대로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현실에선 이미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훗날 후회해봤자 그 시간을 물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더욱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아름다운 영화를 알게 해준 내 소중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마음 가득 사랑으로 차오르게 해주는 영화 <If only>였다.

 영화 <이프 온리>의 포스터. 2004년에 개봉한 작품인데, 너무 늦게 봐 버렸다. 지금 다시 봐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영화 <이프 온리>의 포스터. 2004년에 개봉한 작품인데, 너무 늦게 봐 버렸다. 지금 다시 봐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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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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